변화를 원하면 상상력을 발휘하라

이재명정부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의 유임이었다. 송미령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농식품 정책을 이끌어 왔으며, 이재명 정부에서도 전문성과 진정성이 인정돼 그대로 유임됐다. 이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결단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편가름을 넘어선 통합적 사고의 실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한 사건은 휴일동안 정치권에 파격을 넘어선 충격파를 일으킨 ‘이혜훈 전 의원 기획예산처 장관 발탁’이다. 이 전 의원은 보수 정당 출신으로 서울 서초구에서 3선을 했다, 한때 윤석열 전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열정적인 연설을 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이재명은 내란세력’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그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예산처가 어디인가? 정부의 곶간이라고도 하고 우리나라의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는 부처이다. 어느 정부도 반대되는 정파의 인물을 이런 중요부처의 장관에 임명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난 주말, 드라마에 나와도 욕먹을 시나리오가 현실에 등장했다. 야권 출신 인사를 요직에 앉힌 이 파격적 결정은 ‘진영을 넘어 능력 중심의 인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강력한 반발을 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 일각에서는 “중도·실용주의적 인사”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이 같은 인사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기존의 정치적 상상력의 범위를 넓히는 시도다. 과거 정권 교체기 인사는 대개 새로운 진영의 색채를 강화하고 대립을 선명하게 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그러나 지금의 인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진영 논리를 벗어나 국가 전체의 이익과 효율성을 우선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의 해양수산부 장관 입각설도 정치권의 상상력 확장 논의를 자극한다. 공식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여권과 부산 정치권에서는 조 의원의 해수부 장관 발탁 가능성이 종종 회자되고 있다. 이는 단지 인사 소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필요성,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진영을 초월한 인재 발굴이라는 복합적 판단이 결합된 시그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은 16개 구·군 가운데 11곳이 인구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영도구가 전국 1위 수준으로 가장 위험하고, 그 외 중·동·서·사하·금정 등 다수 구가 상위에 올라 있다. 변화의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 이런 시점에 해양수산부의 부산이전은 변화의 출발점이며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해수부 수장에 부산의 현역, 다선의원을 고려한다는 발상 자체가 과거 보수·진보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상력의 발휘가 곧바로 평온한 정치적 합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대와 비판, 진영적 불협화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치는 갈등의 축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이어야 하며, 그 설계는 상상력과 실용성의 조합 속에서 더욱 풍부해진다.
변화는 정파적 질서에 대한 순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파격적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정권이 교체되는 순간에도, 인사는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과 협력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 한, 우리는 같은 논쟁과 같은 갈등의 굴레를 반복할 뿐이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낡은 정파를 깨는 대담한 발상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지 인사 한 건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철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곽병익 기자 skyher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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