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의 재발견? 미래에셋이 인수하면 확 달라진다…'네이버·두나무'도 긴장해야 [투자360]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미래에셋증권 제공][헤럴드경제=김유진·신주희 기자]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4위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하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코빗은 시장 점유율 1% 미만의 가상자산 거래소이지만, 투자업계 선도 그룹인 미래에셋이 이를 품게 되면 기업 가치 자체가 급변할 수 있다. ‘네이버·두나무’ 진영과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가상자산 시장을 둔 투자업계과 플랫폼업계의 격돌로 평가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최근 코빗 주요 주주들과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규모를 1000억~14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인수 추진은 미래에셋증권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통 금융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단기적인 거래대금 확대 목적이라기보다, 디지털 자산 시장과 기존 금융 영역을 잇는 거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코빗의 시장 내 위상은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크지 않다. 29일 오전 8시 8분 기준 24시간 거래대금을 원화로 환산하면(1달러 1450원 기준) 약 94억원 수준이다. 업비트(약 1조원), 빗썸(약 4300억원), 코인원(약 1700억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있다. 코빗의 국내 원화 거래소 점유율도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인수를 거래 규모 경쟁의 연장선으로 보기보다는, 국내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의 ‘전략적 위치’에 의미를 둔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통 금융그룹이 금융 인프라 확장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맥락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앞서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abrdn)은 2022년 영국 금융감독청(FCA) 인가를 받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아르칵스(ARCHAX) 지분 일부를 인수해 외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애버딘은 디지털 자산 시장이 단순 암호화폐 거래를 넘어, 토큰증권과 전통 금융 시장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SBI홀딩스가 자회사 SBI VC Trade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해 왔으며, 규제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존 거래소를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사례가 있다.
이번 인수는 전통 금융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 ‘네이버–두나무’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그룹 내에 편입했다. 두나무는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 구조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이 거래를 플랫폼 생태계 확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독립적인 수익 사업으로 키우기보다는, 결제·커머스·콘텐츠 등 네이버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는 ‘옵션 자산’으로 바라본 분석이 다수였다. 일부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두나무의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네이버의 기업가치 산정에 즉각 반영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략 옵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전망이 제시된 바 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시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 역시 중장기적 전략 옵션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9일 장중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 이내 등락폭을 보이며 변동성이 제한된 모습이다. 인수 주체가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으로 알려진 점 등을 감안할 때 당장 미래에셋증권을 가상자산 관련 수혜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향후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 사업과의 연결 방식이 구체화될 경우, 시장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규제 환경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이른바 ‘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이 적용돼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데 제약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 주체가 금융 계열사가 아닌 미래에셋컨설팅인 점을 두고, 현행 규제 환경을 고려한 구조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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