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4년 10개월 만 첫 총선···투표소 앞에 무장 경비원

28일 미얀마 네피도의 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줄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AFP통신은 28일(현지시간) 오전 6시부터 수도 네피도, 양곤, 만달레이 등 미얀마 대도시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1차 투표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전국 330개 지역 중 102곳은 이날 투표했고 다음 달 11일 100곳, 25일 63곳에서 2·3차 투표가 실시된다. 선거 결과 발표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상원 224석과 하원 440석 중 각각 168석, 330석은 국민투표로 선출하고 나머지 의석은 군이 임명해 연방의회를 구성한다.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은 이날 네피도의 한 투표소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것을 보장한다”며 “이번 선거는 군부가 주관한다. 우리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싶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자신이 어떠한 정당의 지도자도 아니라면서 “의회가 소집되면 대통령 선출 절차가 있다”고 답했다. 미얀마는 총선 종료 후 60일 안에 의회가 대통령을 뽑는다. 올해 총선 후보자 4963명 중 20%인 1018명이 친군부 정당인 통합민주연합 소속이기 때문에 흘라잉 사령관은 유력 대통령 후보로 꼽힌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28일 네피도의 한 투표소 앞에서 투표를 마친 후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보이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 유권자의 손가락에 잉크를 묻힌다. AFP연합뉴스
AFP는 총선 당일 오전 6시부터 1시간 동안 양곤 투표소 두 곳에 온 유권자는 약 100명에 불과하며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엔 유권자보다 각국 취재진과 선거 관련 직원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카야주 난민촌에 사는 한 교사는 “분쟁 지역에 사는 민간인으로서 이번 선거를 치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선거는 불공정할 것이며 결국에는 가짜 선거가 될 것”이라고 CNN방송에 말했다.
이번 선거의 절차적 결함으로 미뤄 총선이 민정 이양의 시작이 아니라 군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요식 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정은 반군이 점령한 65개 지역에선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군정은 선거를 앞두고 아웅산 수지 전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을 비롯한 40여 개 민주 진영 정당을 강제 해산하기도 했다. 1982년 미얀마 시민권, 2015년 선거권을 차례로 박탈당한 로힝야족이 이번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러시아, 중국,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쿠데타 이후에도 미얀마 군부와 교류한 나라의 선거 참관인들은 전날 미얀마에 입국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유럽연합 등은 “이번 선거는 군부의 통치권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며 군정의 참관인 파견 요청을 거부했다.
유엔은 이날 “미얀마의 미래는 국민 의지를 반영하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엔은 미얀마 국민과 그들의 민주적 열망과 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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