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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도박, 숨은 중독에서 빚의 늪으로... 청소년 도박 급증에 학교는 비상

2026.07.20 13:15

◆…(사진=챗GPT)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자진신고 제도 시행 이후 빠르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 달 동안 전국에서 800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일부 사례는 사채 피해, 또래 간 금전 거래, 가족 계좌 무단 인출로 이어졌다. 학교 현장에서는 의심 정황을 파악해도 학생 휴대전화를 확인하기 어려워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부터 시행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80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본인이 직접 신고한 사례는 629건이고 보호자가 신고한 사례는 177건이었다. 신고 증가세도 뚜렷했다. 제도 시행 첫 달에는 294건이 접수됐지만 두 번째 달에는 512건으로 늘어 전월보다 74% 증가했다. 경찰은 언론 보도와 학교전담경찰관의 예방 교육 등을 통해 제도가 알려지면서 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숨겨졌던 도박, 빚과 피해로 번졌다

접수 사례에서는 청소년 도박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탈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경기남부에서는 18세 청소년 A군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사채업자 10여명에게 500만원을 빌린 뒤 연 200% 수준의 고금리와 불법 추심 피해를 호소하며 자진신고했다.

부산에서는 중학생 B군이 동급생 41명에게 모두 200만원을 빌려 도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B군이 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금액은 2600만원으로 파악됐다. 이 사례는 학교전담경찰관이 교사로부터 수상한 금전 거래가 있다는 첩보를 받고 전교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더 어린 학생들의 사례도 신고됐다. 대구에서는 13세 청소년 C군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용돈을 마련하려고 도박을 시작했다고 털어놨고 도금액은 650만원이었다. 경북 문경에서는 14세 청소년 D군이 아버지 통장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몰래 빼내 도박에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문제는 학교가 도박 정황을 알아도 곧바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도박에 대한 강한 심증과 정황이 있어도 학생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열어보거나 조사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한 중학교 교사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해당 교사는 도박이 의심되는 학생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학생이 부인하자 추가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스마트폰을 가져가는 건 학생 인권 침해여서 더 이상 지도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징계보다 치료, 매뉴얼보다 연결망 필요

전문가와 교사들은 청소년 도박을 단순 비행으로만 다뤄서는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 교사는 "도박 중독은 일탈이 아닌 뇌의 보상 회로가 망가진 중독 질환이기 때문에 훈육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전문 치료 기관으로 의무 연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육 당국은 학교 도박문제 대응 매뉴얼을 각 학교에 배포하고 학생 대상 도박 예방 교육을 연 2차례 이상 실시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 상담, 도박문제예방치유원 의뢰, 전문 상담 채널 안내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장 체감도는 낮다. 일부 교사는 매뉴얼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다른 교사는 매뉴얼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응도 교사의 자율에 상당 부분 맡겨져 있어 중독 청소년을 전문기관으로 의무 연결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 인력의 부담도 한계로 꼽힌다. 학교 상담 교사들은 학교폭력, 진로, 정서 문제 등 여러 상담을 동시에 맡고 있어 도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은 단순한 예방 교육을 넘어 근로소득 활용과 사행성 행위의 위험성을 다루는 금융 교육이 교육 과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경찰은 자진신고 청소년에게 처벌보다 회복 중심의 지원을 연계하고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학교전담경찰관과 도박 치유 전문상담사가 상담과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도박예방치유센터, 정신과 중독 치료 프로그램, 채무조정 지원 등을 연결한다.

선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경찰은 자진신고 청소년의 도금액, 반성 정도, 치유 경과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선도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후 학교전담경찰관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전문상담사가 지속 상담과 사후관리를 지원한다. 자진신고 제도는 8월 말까지 운영된다. 신고 대상은 사이버도박 경험이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과 보호자이며 모든 신고는 117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다만 제도 종료 뒤에도 통합 대응이 이어질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경찰청, 교육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여러 기관의 업무와 맞물려 있어 한 부처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업무협약을 통해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업무협약만으로는 부처 간 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제도가 8월 말 종료되면 신고부터 치유, 일상 복귀, 불법사금융 피해구제까지 이어지는 통합 지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대응을 위해 출범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과 같은 상시 조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당 조직은 경찰청과 금융 관련 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액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도박을 여러 사회 문제와 연결해 범정부 차원에서 다루는 사례가 있다. 일본은 도박을 빈곤, 학대,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로 보고 내각관방을 중심으로 도박 의존증 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마카오도 복수 부처가 도박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에는 가정·학교·2차 범죄 등 다층적인 문제가 엮여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참여해 치유와 예방에 힘쓰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자진신고 제도 유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권 교수는 "도박 청소년은 처벌보다는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자진 신고 제도를 통해 계속해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는 학교와 가정 안에 숨어 있던 문제를 밖으로 끌어낸 계기가 됐다. 남은 과제는 신고를 받은 뒤 처벌 여부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금융 피해 지원, 학교 복귀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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