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적자 기업' 폴리펩타이드에 작년 영업익 올인한 이유
2026.07.20 12:16
GLP-1 특허만료·탈중국 겨냥…美 인증 받은 CDMO 확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비용을 쏟아부은 모험의 배경은 글로벌 비만 치료제 원료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다. 미중 갈등으로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의 탈중국 흐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단번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심'을 부추겼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합병(M&A)을 확정했다. 자사주를 제외한 폴리펩타이드 주식 최대 3301만6411주를 공개매수로 사들이는 구조다. 총 인수액은 약 2조7000억원이다. 주당 공개매수가가 지난 4월 10일 종가인 스위스프랑(CHF) 31.65보다 40% 높은 CHF 44.31으로 책정되면서다.
절차는 내년 초 안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월 말 인수 목적의 스위스 법인을 세운다. 현지 법인을 통해 9월부터 11월까지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폴리펩타이드 주식을 공개매수한다. 이후 유럽연합(EU)과 호주, 브라질 등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다. 내부적으로 예상하는 인수 완료 시점은 오는 12월 말에서 내년 1월이다.
이번 M&A가 겨냥한 시장은 위고비와 젭바운드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다. 최근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원료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생물보안법까지 맞물렸다. 중국산 비만 치료제 원료를 사용할 수 없게 된 만큼 탈중국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정을 준수하는 우수 제조기준(GMP) 시설을 갖춘 위탁개발생산(CDMO)의 입지가 커진 이유다.
폴리펩타이드는 GLP-1 치료제의 원료의약품(API)을 대신 생산하는 CDMO 기업이다. 화학반응으로 펩타이드를 합성해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하고 있다. 바켐, CPC사이언티픽 등과 함께 서구권 3대 글로벌 펩타이드 CDMO로 꼽힌다. 유럽·미국·인도 등 5개국에 6개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생산 기반을 둔 만큼 탈중국 수요를 받기에 유리하다.
적자에도 시장 우려가 없는 이유다. 폴리펩타이드는 최근 3년 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그 배경은 실적 부진이 아닌 공격적 설비 투자다. 매년 연 매출의 20% 이상을 자본적 투자(CAPEX)에 투입해왔다. 폴리펩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특허 만료 이후 원료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생산능력(CAPA)을 미리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감가상각 부담이 커지면서 장부상 수익성이 낮아졌다. 결국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폴리펩타이드의 고객사도 확보한다. 공시한 이사회 의사록에서 일라이 릴리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 관계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 거래를 그대로 승계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펩타이드까지 위탁생산 품목을 넓히게 됐다.
부담이 없지는 않다. 미리 예고된 투자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제2·제3바이오캠퍼스와 미국 록빌 생산시설에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송도 캠퍼스에 예정된 투자만 약 14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이번 M&A 대금 2조7000억원이 추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M&A에 필요한 자금을 보유 현금과 차입금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쌓아온 재무 역량이 워낙 탄탄한 회사"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재무 부담만 볼 게 아니라 사업 측면에서 포트폴리오 확장과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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