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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일년에 딱 한 달 만 열리는 회야댐생태습지

2026.07.20 12:29

울산지역 상수도 시설… 접근 금지된 비밀의 정원
연꽃 만발하는 7월 21일~8월14일 하루 100명 허용
시민이 연꽃이 가득한 울산 회야댐생태습지를 탐방하고 있다.

울산지역의 상수도 시설로서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비밀의 정원 같은 지역이 있다. 울산 수돗물 ‘고래수’ 수원지다. 그곳이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공간이라면 여행자의 호기심은 더욱 커질 듯하다. 1년에 딱 한 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시민의 방문을 허락하는 회야댐생태습지는 어떤 티끌도 허용하지 않는 청정지역이다.

회야댐생태습지는 노방산(258.9m)이 마주 보이는 통천마을 앞 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습지를 끼고 돌아가는 회야강 강줄기가 하회마을 못지않게 멋진 곳이다. 회야댐이 들어서기 전에 통천마을 주민 700여 명은 이 땅에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했으나, 1982년 회야댐이 건설되면서 통천마을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됐고, 주민은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잡초가 무성한 땅이 됐다. 주인 잃은 논과 밭에 새 생명이 싹튼 건 이곳에 친환경 정화 시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인 잃고 헛헛하던 땅이 연과 갈대, 부들이 가득한 습지로 다시 태어났다.
울산 회야댐생태습지 전경.

회야댐생태습지는 2003년 조성을 시작해 2009년 완공됐다. 회야강 상류에서 회야호로 유입되는 비점 오염원을 친환경적으로 걸러냈다. 무안 회산 백련지나 양평 세미원처럼 관광을 위해 만든 공간과는 태생부터 다른 셈이다. 습지 조성 후 회야호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최대 74.5%, 총 질소(T-N) 41%, 총 인(T-P) 32.9%까지 제거하는 효과를 거뒀다.

생태습지가 2012년부터 시민에 공개됐다. 공익을 위해 기꺼이 고향을 내준 통천마을 주민과 회야호를 식수로 사용하는 울산 시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조치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동안 습지 생태가 몰라보게 건강해진 것도 한몫 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습지와 숲은 인공의 흔적을 스스로 지워갔다. 습지를 품은 숲에서 고라니가 뛰어 놀고 수달이 돌아왔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습지다 보니 개방 결정에 많은 고민도 있었으나, 연꽃이 가장 예쁘게 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딱 한 달 동안만 개방하는 절충안을 냈다. 탐방 인원은 오전과 오후 50명씩 하루 100명으로 제한한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대박을 터뜨렸다. 2012년 습지를 개방한 이후부터 탐방 인원을 채우지 못한 날이 없다고 한다. 여행자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탐방 기간을 일주일이나 늘리기도 했다.

탐방은 회야댐생태습지를 관리하는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에서 5㎞ 남짓 떨어진 통천초소에서 시작한다. 회야정수사업소는 탐방 기간 동안 초소 앞 공터와 망향의동산을 임시 주차장으로 제공한다. 통천초소로 가는 대중교통이 많이 불편하여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좋다. 초소에서 5분 남짓 내려가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탐방 기간 동안 만남의광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탐방객은 이곳에 모여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탐방에 나선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에는 문화해설사와 담당 공무원, 안전 요원 등이 동행하여 진행한다. 사전에 제초 작업을 비롯해 탐방로 주변 정비를 철저히 하지만, 평소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공간이다 보니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조치다. 청정자연 습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만남의 장소로 다시 나오면 더위에 지친 탐방객을 위해 얼음 동동 띄운 연근차도 제공한다. 이곳 습지에서 자란 연근으로 만든 차는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만남의광장에는 정수사업소에서 관리하는 공간답게 수돗물이 상수원에서 가정까지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한 안내판도 있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만남의광장에서 생태습지까지 왕복 4km를 왕복하는 구간으로 성인기준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이 길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는 짧지 않다. 우물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통새미’로 불린 통천마을은 1911년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주민이 떠난 지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우물 터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 발길이 끊긴 공간은 나무와 이름모를 풀들이 채워졌고, 모시떡의 재료가 되는 모시풀, 줄기가 천사의 날개를 닮은 붉나무 등 집터마다 온갖 나무가 빼곡하다. 이곳 주민은 소금나무라고도 불리는 붉나무 열매를 두부에 들어가는 간수를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한다.

야트막한 언덕 너머 만나는 자암서원은 이곳 상수원보호구역에 남은 유일한 건물이다. 1804년 연안 차씨가 주도해 세운 자암서원은 고려 말기 학자 운암 차원부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곳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로 훼철 된 자암서원은 1919년 차씨 문중이 복원해 지금에 이른다. 통천마을 아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활용된 자암서원에는 강학당인 인호당과 사당인 의열사, 비각 등이 있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로롤 걸으면 은은한 연꽃 향이 풍긴다.

대나무가 울창한 대밭골을 지나면 이내 청정 초록으로 치장한 습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 17만 2989㎡에 이르는 습지가 노방산에 안기듯 다소 곳이 자리한다. 습지 입구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광터들 습지부터 노방들 1차·2차 습지까지 회야댐생태습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습지 위에 나무 데크로 꾸민 탐방로는 백련과 홍련이 식재된 노방들 2차 습지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곳 상수원보호구역에 조성된 습지에서 수생식물이 수질을 정화하는 원리는 무었일까? 그것은 수생식물의 줄기와 뿌리가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해 부유물을 침전시키고, 침전물은 뿌리에서 영양분으로 흡수되거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자연정화를 시킨다는 원리다. 연꽃처럼 물에 잎을 띄워 자라는 식물은 부엽식물, 갈대나 부들처럼 물가에 자라는 식물은 추수식물이라고 한다.

습지 표면의 데크 탐방로를 걷는 내내 은은히 풍기는 연꽃 향이 이곳 탐방의 백미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향기이며, 연꽃의 자태 역시 향기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회야강생태습지 방문신청은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http://water.ulsan.go.kr)에서 예약해야 한다. 탐방은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진행 예정이다. 탐방시에는 활동하기 편한 복장이면 무난하나, 신발은 등산화나 운동화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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