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전
[기획] "급식도 수업입니다"…대전둔곡초중학교, 학생이 이름 짓고 지구를 생각하는 식탁
2026.07.20 12:44
학교 급식에 대한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학교 급식이 먹는 것에 치중이 됐다면 현재 학교급식은 영양·식생활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학교 현장과 가정이 함께 하는 영양·식생활교육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식습관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더팩트>는 총 10회에 걸쳐 대전시교육청의 학교 급식 정책과 우수 영양·식생활교육 운영학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 번째 순서로 지난 6월 학교 급식을 학생들에게 친숙한 수업으로 만들어 학교급식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대전 최초의 통합 초중학교인 대전둔곡초중학교의 급식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오늘은 무슨 메뉴가 나올까?"보다 "오늘은 환경을 위해 무엇을 실천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급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건강과 환경, 생명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식습관을 넘어 미래 시민의식을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전둔곡초중학교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올해 학교급식 정책 선도학교로 선정된 이 학교는 '지속가능한 식생활 실천'을 주제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하는 급식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단순히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급식을 통해 환경을 배우고, 먹거리의 가치를 이해하며,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학교는 식생활과 건강, 환경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고 저탄소 식생활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과 가정 연계 교육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학생이 만드는 급식…'이름'부터 달랐다
지난 6월 대전둔곡초중학교 급식실.
평소 같으면 배식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북적였을 공간이 이날만큼은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가득 찼다. 학교가 마련한 '채식 급식의 날 이름 공모전'에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참여해 자신만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유기농 우리 채소의 날"
한 5학년 학생은 "채식은 채소를 먹는 것이고 유기농이 몸에 좋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며 친구들과 건강한 급식을 함께 먹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른 6학년 학생은 'I Love Vegetable Day'를 제안하며 "어린 친구들이 채소를 잘 먹지 않는 것 같다"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채소를 더 좋아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텃밭에서 직접 상추를 키우며 채소에 애정을 갖게 된 경험도 이유가 됐다. 직접 키워본 만큼 먹거리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국내산 채소의 날', '건강한 급식', '건강하고 초록색의 날' 등 저마다의 생각을 담은 이름을 제안했다. 단순히 이름을 짓는 행사를 넘어 건강과 환경, 농부에 대한 감사까지 담아내며 '먹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최종 후보에는 '지구가 냠냠 웃는 날', '스마일 그린 식판 데이', '푸르른 세상의 날' 등이 올랐다. 학생들이 직접 정한 이름은 실제 학교 식단표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 채소를 먹는 이유, '환경'을 배우다
둔곡초중학교가 운영하는 채식 급식은 흔히 떠올리는 '고기를 빼는 식단'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운영되는 '초록급식의 날'에는 과일과 채소는 물론 달걀과 유제품, 어패류를 함께 활용하는 페스코(Pesco) 채식으로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한다. 환경 보호와 학생들의 성장기 영양을 동시에 고려한 식단이다.
학교는 이와 함께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중심으로 잔반을 줄이는 '수요일은 다 먹는 날(수다날)',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문화를 배우는 '세계음식의 날'도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급식 운영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감량과 문화 다양성 교육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제공된 채식 급식 메뉴인 슈프림가자미구이와 콘소메알감자치즈볼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가자미가 생소했는데 양념이 달콤해서 맛있었어요", "감자를 원래 좋아하지 않는데 치즈가 들어가서 맛있게 먹었어요"
학생들의 반응은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해 보였다.
◇ 이벤트가 교육이 되다
둔곡초중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즐기면서 참여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학교는 이름 공모전에 이어 저탄소 식생활을 주제로 한 가로세로 낱말퀴즈, '초록급식' 사행시, 지속가능한 식생활 챌린지 등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스탬프를 모으고 목표를 달성하면 상품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먼저 다음 행사를 기다린다.
"선생님, 다음 이벤트는 언제 해요?"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이런 반응은 식생활 교육이 '의무'가 아닌 '즐거운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 유치원부터 중학생까지…맞춤형 급식도 강점
둔곡초중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함께 있는 통합학교다. 현재 유치원 94명, 초등학생 428명, 중학생 78명 등 학생 600명을 포함해 모두 680명이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영양교사 2명이 함께 급식을 운영하며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유치원생과 저학년에게는 고추장 대신 간장을 활용하는 등 맵기를 조절하고, 매달 학생 희망 메뉴를 반영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식재료는 친환경 쌀과 국내산 농산물, HACCP 인증 식재료를 중심으로 사용하며 위생관리도 스마트 HACCP 시스템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남근혜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급식을 통해 건강한 식습관은 물론 환경과 먹거리의 소중함까지 함께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면서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종길 교장은 "학교급식은 건강 증진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교육을 실천하는 교육의 장"이라며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식생활 실천을 통해 학교급식 혁신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평범한 질문이 '오늘은 지구를 위해 무엇을 실천할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학교.
대전둔곡초중학교는 급식을 통해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습관만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방식까지 가르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식판은 단순한 밥그릇이 아니라 미래를 배우는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급식' 기사는 대전시교육청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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