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연못을 살피지 않고 고래를 들여왔다
2026.07.20 11:00
미국에는 하루 수익률을 배율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수없이 거래되고, 테슬라와 엔비디아 같은 개별 종목 추종 상품도 그 안에 즐비하다.
그러나 그것이 S&P500을 흔들었다는 말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같은 상품이 한국에 상장된 지 한 달 반, 코스피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연율 변동성은 110%를 넘어 S&P500의 일곱 배가 됐고, 두 종목의 거래대금 비중은 시장의 3분의 2에 육박한다. 문제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이 놓인 시장의 기하학이다.
세 개의 비율이 범인이다. 첫째, 지수 비중이다. 엔비디아는 S&P500의 8%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KOSPI200의 58%다. 종목의 진동이 곧 시장의 진동이 된다. 둘째, 강폭 대비 유량이다. 미국은 깊은 개별주 옵션시장과 딜러의 장부가 마감 무렵의 기계적 리밸런싱을 흡수하지만, 규제로 옵션·ETN 생태계가 위축된 한국은 좁은 물길에 바다로부터 쓰나미가 밀려든 격이다. 유동성이 높지 않은 선물시장의 부하가 현물 동시호가에 반영되다 보니 롤러코스터 변동성이 나타난다.
특히 인버스 2배의 리밸런싱 부하는 같은 방향으로 레버리지의 세 배나 된다. 셋째, 적층이다. 지수형 레버리지가 이미 사실상 이 두 종목을 리밸런싱해 온 시장 위에 종목형이 포개졌다. 같은 종목, 같은 시간대의 이중 증폭은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여기에 수요의 사회학이 연료를 붓는다. 압축성장은 부는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올라타는 것이라는 집단 기억을 남겼다. 강남 아파트든, 코인이든 계층이 갈린 순간은 늘 탑승의 타이밍이었고,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그 세계관의 결정체다. 미국의 밈스톡이 유희의 문법이라면 한국의 레버리지는 만회의 문법이다. 단일 언어, 단일 플랫폼의 정보 환경도 상장 6주 만의 개인 순매수 약 14조원에 일조했다. 이번 제도의 명분은 국내외 상장 ETF 간 규제 비대칭의 해소였지만, 수입된 것은 상품만이었지 그 상품이 서 있던 땅이 아니었다. 8%의 지수 비중, 바다 같은 유동성, 옵션이라는 완충 층은 함께 가져올 수 없는 것들이다. 규정은 가져올 수 있어도 생태계는 옮겨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각의 주장처럼 상장폐지나 추가설정을 잠그는 것은 하책이다. 설정이 막히면 차익거래가 마비돼 가격이 실제 가치에서 이탈하는 괴리율 사태가 온다. 2020년 원유 ETN에서 이미 치른 수업료다. 답은 공급의 봉쇄가 아니라 물길의 재설계에 있다.
첫째, 추종 기준가를 종가에서 마감 전 구간의 평균 가격으로 바꿔 쏠림의 분산이 운용사의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 둘째, 국내 증권사의 스와프 복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해외 IB 우회로 인한 수수료 유출을 막으려면 스와프 관련 규제와 순자본비율 부담의 완화로 대형 증권사의 위험 인수 여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개별주 옵션시장의 육성과 ETN 규제의 합리화로 말라붙은 완충 층을 되살려야 한다. 넷째, 신규 상장 요건은 기초자산의 지수 비중과 유동성 대비 상품 규모에 연동시켜, 미국에서 저절로 성립하는 조건을 규정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연못의 크기를 살피지 않고 고래를 들여온 것이 문제였다. 고래를 죽일 일이 아니라, 연못의 물길을 넓히고 고래의 몸집을 연못의 공간에 맞게 규정할 일이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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