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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슈퍼걸의 크립토나이트, 우리에겐 ‘스트레스’다

2026.07.20 09:59

슈퍼걸이 42년 만에 극장가로 돌아왔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슈퍼걸’은 제임스 건이 제작하고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연출한 DC 유니버스의 신작이다.
 
슈퍼맨의 사촌으로 등장하는 슈퍼걸은 1984년작 이후 42년 만에 제작된 실사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실제 이 작품은 개봉 첫 주말 외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화는 우주의 외톨이로 살아가던 카라 조엘, 슈퍼걸(밀리 앨콕)의 이야기를 그린다.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히어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그녀는 정의감에 불타는 모범적 영웅이 아니라 술과 음악을 즐기며 반려견 ‘크립토’와 우주를 떠도는 방랑자에 가깝다.
 
그러던 그녀는 크립토의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절대 악과 맞서 싸우며 비로소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한다.
 
극 중 슈퍼걸은 하늘을 날고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는 초인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단 하나의 약점이 있다. 바로 크립토나이트다. 크립토나이트는 슈퍼걸의 고향인 크립톤 행성이 폭발하면서 생겨난 방사성 광물로 크립톤 출신 초인들의 힘을 무력화하는 물질이다.
 
이 광물에 닿는 순간 슈퍼걸의 초인적인 힘은 사라지고 신체 능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메인 빌런 크렘(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이 크립토나이트 수정이 박힌 화살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슈퍼걸이 크립토나이트에 힘을 잃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몸에도 조금씩 건강을 무너뜨리는 ‘크립토나이트’가 있지 않을까.
 
곰곰이 떠올려보면 현대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크립토나이트를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그중 가장 흔하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것이 바로 만성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근육이 수축하는데 특히 목과 어깨 주변 근육이 가장 먼저 굳는다. 하루 이틀의 긴장은 휴식으로 풀리지만 스트레스가 반복되고 만성화되면 근육은 이완할 기회를 잃고 뭉친 상태가 지속된다.
 
해당 영향은 목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의 머리 무게는 약 5㎏에 달하며 목은 이 무게를 하루 종일 떠받치는 부위로 주변 근육의 지지에 크게 의존한다. 스트레스로 목과 어깨 근육이 굳으면 목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척추외과의사인 케네스 한스라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머리 무게는 평균 4.5~5.5㎏ 정도지만, 고개를 앞으로 15도 숙이면 목에는 약 12㎏의 하중이 가해진다. 근육의 긴장과 불균형이 심해질수록 감당해야 하는 머리의 무게는 점점 늘어나는 셈이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만성 목 통증(경항통)으로 발전하고 심한 경우 목뼈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가 유발될 수도 있다. 목디스크의 경우 팔과 손 저림, 날개뼈 안쪽의 방사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더욱 심해질 경우 신경 압박으로 감각 이상이나 근력 저하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만성화된 목 통증은 저절로 낫기 어려운 만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과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을 포함한 한의통합치료를 통해 목 통증을 줄이고 기능 회복을 돕는다. 특히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일부를 이용해 어긋난 척추·관절·근육을 바로잡는 치료법으로 굳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경추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이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만성 목 통증을 겪는 환자 108명을 추나요법군과 일반치료(진통제·물리치료)군으로 나눠 치료한 결과 추나요법군이 통증과 기능, 삶의 질 지표에서 더 큰 개선을 보였다. 특히 통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추나요법군은 5주가 걸린 반면 일반치료군은 26주가 소요됐다.
 
영화 속 슈퍼걸은 크립토나이트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선다. 초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의 몸은 다르다. 쌓인 스트레스는 스스로 사라지지 않고 굳어버린 근육의 대가는 서서히 목에 쌓인다.
 
영화 속 슈퍼걸에게 크립토나이트가 치명적인 약점이었듯 우리에게는 만성 스트레스가 그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가벼운 스트레칭, 자신만의 해소법으로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이 목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예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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