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스닥 정상화와 투자자 보호가 먼저다
2026.07.20 06:06
코스닥시장은 이러한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기술특례상장과 테슬라 요건 역시 현재의 규모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먼저 평가하자는 취지다. 혁신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를 재촉하는 시장이 아니라 성장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시장이다.
현재 코스닥 혁신기업들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준의 적용 시기까지 앞당기면서 기업들의 준비기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상장폐지 제도는 본래 부실기업을 솎아내 시장의 규율을 세우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그 실질적 비용은 책임져야 할 경영진이 아니라, 아무 잘못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일반주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2025년 1월 기준 시가총액 200억 원 미만 코스닥기업 수는 47개다. 이들의 2024년 말 기준 주주 수는 약 36만 명이었다. 그러나 이달에는 해당 기업 수가 134개로 약 2.9배 늘었다. 이들의 2025년 말 기준 주주 수도 약 153만 명이다.
이제 시가총액 상장폐지 요건은 일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불과 1년 반 사이 영향을 받는 주주 수가 네 배 넘게 불어났다는 것은 제도의 파급력이 애초 설계 당시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제도의 영향이 기업을 넘어 주주에게까지 미치는 만큼 그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가총액 상장폐지 요건이 조기에 적용되면 시장은 기업의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보다 '상장폐지 가능성'에 먼저 반응한다. 불안 심리는 매도세를 키우고 주가는 다시 하락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기업의 미래를 믿고 기다려 온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선의의 주주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부진 역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닥 전반의 수급이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총액만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혁신기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제도는 정책의 목적만큼이나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과정도 중요하다. 수많은 일반 주주에게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시가총액 기준을 즉시 적용하기보다 넉넉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장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가총액뿐 아니라 재무상태, 기술 경쟁력, 성장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복합평가 방식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풍년은 서두른다고 앞당겨지지 않는다. 혁신기업도 마찬가지다. 자랄 시간을 기다려 줄 때 기업은 더 큰 결실을 맺고, 그 기업을 믿고 기다려 온 주주들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좋은 시장은 기업만 키우는 시장이 아니다. 기업을 믿고 기다려 온 주주의 결실까지 지켜주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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