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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의존하다 ‘네덜란드병’ 걸릴수도” 한은의 경고

2026.07.20 04:32

“반도체에 국가 돈-인력 과한 쏠림
다른 산업 성장기반 잠식될 우려
양극화로 경제 전체 취약해질수도”
네덜란드, 천연자원 의존하다 침체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7.1 뉴스1
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만 지나치게 집중 성장하면서 다른 산업을 위축시키고 위기 때 쉽게 무너지는 이른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과 유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돈과 인력이 반도체 분야로만 쏠려 다른 산업 기반이 잠식될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 전체는 오히려 양극화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19일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 경제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반도체에 의존한 한국 경제 성장세를 분석하며 “다른 부문의 인력과 투자를 흡수해 성장 기반을 잠식하는 네덜란드병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병은 1959년 북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한 네덜란드가 반짝 경제 성장 이후 경기 침체를 겪은 현상을 뜻한다. 당시 네덜란드는 천연 자원 발견과 개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기술 집약 제품인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다만 특정 산업 분야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639조 원으로 지난해(91조 원)의 7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전체 상장사의 올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 추산치(308조 원)보다도 2배 이상 많다. 대형 반도체 기업 2곳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불어나면서 국가 경제 전체를 이끌어 가는 구조가 강해졌다.

한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급증으로 투자 규모가 늘어나도 국내 경제, 산업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는 효과는 작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설 투자 규모는 지난해 75조 원에서 올해 120조 원으로 6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은 장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국내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제조장비 60%를 수입에 의존한다. 다른 업종의 제조장비 수입 비중은 35%로 반도체보다 낮다.

이에 앞서 한국과 비슷하게 반도체 기업에 의존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대만을 두고서도 네덜란드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TSMC의 의존도가 큰 대만의 성장세를 두고 네덜란드병으로 진단하며 ‘포모사독감(Formosan flu)’이라고 지칭했다. 포모사는 대만의 옛 이름이다.

한국이 네덜란드병 같은 부작용을 겪지 않으려면 정부가 재정을 기존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통해 확보할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등이 단기적으로 크게 늘더라도 재정 당국이 지출 계획을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네덜란드병의 핵심은 국가가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초과 세수로 조성한 기금) 투자를 주도하면 의사 결정이 느리고 정작 필요한 시점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에 민간이 참여해 기금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
천연자원 등 특정 분야에 의존해 급성장한 국가가 고물가,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경제 침체에 빠지는 현상. 네덜란드는 1959년 북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발굴한 뒤 호황을 누렸지만 통화 가치가 오르며 제조업이 붕괴되고 침체에 빠졌다. 한국은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호황을 맞았다는 점에서 자원 개발로 성장한 네덜란드와 차이가 있지만 특정 분야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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