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향 잃은 외교가 자초한 중·러 압박, 한·미 적신호
2026.07.20 00:11
러시아 외교부가 주러 한국 대사를 불러 한국과 나토의 방산 협력은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나토 방산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우크라이나에 1억달러 지원을 약속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K방산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닐 뿐더러 1억달러도 인도적 지원인데 한국을 윽박지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파병한 북한에 미사일 등 첨단 군사 기술을 넘겨주고 북핵까지 용인하고 있다. 그러고도 적반하장이다.
중국 서열 4위인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주 김정은을 만나 북·중 동맹 65년을 강조했다. 이달 초엔 북한 총리가 방중해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 등을 두루 만났다. 북·중 밀착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한국에는 냉담하다. 올 초 시진핑은 이 대통령에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고 했다. 중국 편에 서라는 압박이었다. ‘북한 비핵화’와 ‘통일’이란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작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간엔 합의문이나 공동 발표문이 없었다.
미국 전·현직 관리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한 안보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달라졌다는 것을 동맹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제공하는 방어에 의존하며 복지만 늘려온 동맹”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국은 지쳤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들이 쏟아졌다. 대미 무역 흑자를 챙기며 중국과도 친하려는 동맹국을 성토하는 데 공화당·민주당 구분이 없었다고 한다. 최근 한·미 관계 이상 신호도 ‘달라진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전 정부가 “이념에 매몰된 편중 외교”를 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은 “왜 남의 전쟁에 끼어드느냐”며 러시아와 척을 지면 안 된다고 했다. 한·중 관계도 “왜 중국에 집적거리냐, 중국에도 셰셰(감사), 대만에도 셰셰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4년을 맞아 주한 대사관에 ‘승리는 우리 것’이란 대형 현수막을 거는 등 우리를 무시하고 협박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도 우리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을 매년 늘리고 있다.
이 정부는 ‘실용·균형 외교’를 내걸고 출범했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격변하면 ‘모두와 잘 지낸다’는 외교는 통할 수 없다. 중·러 압박이 심해지고 한·미 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은 우리 외교가 환상에 빠져 방향과 원칙을 잃은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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