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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우리 교실에 없는 질문

2026.07.20 00:38

조민영 영상뉴미디어부장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은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원이의 ‘무섭노’는 왜 논란이 됐나요.” “혐오표현 차단은 과도한 자유 침해일까요.”

최근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한두 번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 보거나 들었을 익숙한 이슈들이다. 현재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실에서 이런 질문을 주고받는 일은 가능할까. 교사가 이런 질문을 던지며 국어나 역사, 사회 수업을 연계하거나 토론 주제로 제안해 학생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건 어떨까. 답은 ‘쉽지 않다’다. 논쟁거리가 있는 예민한 이슈는 학교에서 다루기 부적절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 5명 중 1명은 교육 활동이 정치 중립을 위반했다는 항의나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 학교는 현재의 논쟁을 교실 밖에 두는 편을 선택해 왔다. 그게 ‘안전한 길’이어서다.

그런데 학생들의 현재는 교실 안으로 한정돼 있지 않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세상의 논쟁을 끊임없이 경험한다. 아이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홀로 마구잡이로 접한 그 이슈들을 때로는 웃음의 소재로, 분노의 소재로, 아는 척의 소재로 활용한다.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혐오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로. 성인도 알고리즘 앞에 무력하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살아오면서 축적한 준거의 틀을 바탕으로 이슈를 소화한다. 반면 아이들은 사전 지식이나 기준 없이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예민한 사안을 ‘덜컥’ 마주한다. 학교가 다루지 않는 동안 그 문제를 만나지 않는 게 아니라 각자 ‘알아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혼란을 느낀다. 지난겨울 온라인에서 ‘군복 입은 중국인들’ 영상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서울 거리를 단체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는데, 커뮤니티에서는 이 장면과 정부의 중국인 무비자입국 정책 등이 엮여 ‘혐중 정서’가 퍼졌다. 한참 세상일에 관심이 커지던 중학생 아들도 어디선가 이를 보고는 “우리 정부가 허용해준 게 진짜냐”고 질문했다. 말로만 듣던 10대 아이들의 혐오 문화인가 싶어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고, 사실 확인부터 해보자며 아들과 함께 검색을 시작했다. 확인 결과 한 민간 국제교류 행사에서 각국을 대표할 법한 복장을 하고 행진하던 참가자들이었고, 전후 맥락이 다분히 왜곡돼 있었다. 놀랍게도 아들은 “단체로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건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논란은 사실 확인이 필요했었네”라며 상황을 빠르게 수긍하고 확인 없이 믿은 걸 오히려 민망해했다. 무엇보다 불편한 마음이 덜어져 한결 편안해졌다고 했다. “네 말이 맞는다 틀리다”며 특별히 가르친 결과가 아니었다. 그저 함께 내용을 확인하고, 맥락을 살필 수 있게 질문한 것뿐이었다.

모든 경우, 모든 학생에게 이런 방법이 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회피한다고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가 정치적 중립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중립 문제는 무엇이 일베 용어이고 혐오 언어인지, 정답과 오답을 갈라서 정답만 주입하려 할 때 생긴다. 대신 어떤 표현이 왜 혐오의 상징이 됐고, 어떤 행동이 왜 사회적 상처를 건드리는지, 왜 같은 영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는지를 서로 질문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현재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중학교 근현대사 교육 비중을 30%로 높인다고 5·18 조롱 문화가 해소될 거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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