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리 아파트값 ‘폭등’의 비밀…“30대가 몰려왔다”
2026.07.19 15:43
경기도 구리 1229가구 대단지 등기 전수분석
서울 주택시장에서 매매·전세·월세의 가격이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지속되면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구리와 남양주 등 수도권으로 실수요자들이 밀려나고 있다. 이달 초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전국적인 투기 수요까지 들어왔었다고 한다.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섞이며 서울 바깥 아파트들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은 19일 경기도 구리의 구축 대단지 인창포레리움(인창 주공2단지) 1229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했다. 2016년 이후 거래내역은 모두 647건(매수자 기준 810명)이었다. 아파트가 급등했던 2021년 외지인 매수 비율이 68.3%로 치솟았고, 올해도 68.3%에 달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의 부동산 폭등기와 비슷한 패턴이 읽힌다.
이 아파트의 32평형(전용 84.99㎡)은 최근 8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월엔 6억원 후반대였다. 1년 만에 2억원가량 올랐다. 2021년 최고 8억원이던 문재인정부 때 가격도 뛰어넘었다.
핵심 매수층의 연령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상승 흐름을 주도한 것은 30대였다. 지난해 매수자 117명 중 30대가 42명(35.9%)으로 가장 많았다. 구리를 제외한 서울과 경기도에 주소지를 둔 매수자는 27명(64.3%)이었다. 나머지 15명(35.7%)만 구리 출신이었다. 올해 들어선 30대 매수자 비율이 더욱 커졌다. 올해 매수자 63명 중 30대는 28명(44.4%)이었다. 구리를 제외한 서울과 경기도 출신은 15명(53.6%)으로 여전히 많았다. 반면 2020~2021년 매수자 145명 중에선 40대가 50명(34.5%)으로 가장 많았다.
단지 내 A공인중개사는 이런 흐름을 체감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전세를 살던 30대가 실거주 목적으로 꾸준히 들어왔어요. 올 봄에는 자기가 서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3개월 이내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깐 저렴한 집을 사고 싶다는 연락이 많았어요. 어차피 전세 매물이 귀해서 바로 나갈 수 있다고 했어요.”
최근 1년간 이뤄진 30대 서울 거주자의 매매 17건 중 등기부등본에 대출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 것은 단 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건의 평균 채권최고액은 약 3억5110만원이었다. 실제 대출금액은 2억9260만원 규모로 추산된다. 평균 매매가가 5억65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2억1390만원의 시드(종잣돈)를 들고 아파트를 매수한 셈이다. 전·월세난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 떠밀리듯 대출을 받아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권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인창포레리움 매매 등기부등본에서 서울에서 밀려나는 30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빌라에 주소지를 뒀던 1990년생은 지난해 6월 4억7000만원에 21평형(전용 49.95㎡)을 매수했다. 약 2억9150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근저당 3억4980만원 설정).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에 살던 1987년생도 지난해 10월 21평형(전용 49.95㎡) 아파트를 4억2200만원에 매수했다. 채권최고액은 3억2450만원으로 실제 대출액은 2억7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1억5000만원대 예산으로 진행한 매수다.
30대 실수요자 진입과 더불어 전국적 투기 수요까지 일부 감지됐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이면서 구리를 포함한 인근 ‘비규제 수도권’으로 투자의 눈길이 쏠렸던 것이다.
B공인중개사가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30대 실수요자가 더 많긴 한데 갑자기 작년 하반기부터 갭투자자들이 들어왔어요. 서울이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이니까 구리로 넘어왔대요. 다른 호재는 없었고 조정지역에서 빠진 게 호재였죠. 젊은이들이 무슨 돈으로 집을 사냐고 물어보면 주식이나 코인을 팔았다고 하대요. 7월엔 구리마저 묶이니깐 이제 남양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투자자들이 마치 단체 손님처럼 몰려왔다는 기억도 있었다. C공인중개사의 얘기다. “작년이 좀 심했어요. 젊은 사람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모래밭에서 보석 찾듯 급매를 막 찾았어요. 부동산 강의나 유튜브에서 여길 찍었대요. 관광버스 타고 다 같이 온 줄 알았어요.”
이는 등기부등본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지난해 5.1%이던 비수도권 매수자 비중은 올 들어 22.2%로 급등했다. 지난해 비수도권 매수자 6명은 모두 40대 이상이었으나 올해 비수도권 매수자 14명 중 30대 4명, 20대 2명 등 연령대가 젊어졌다. 주소지는 부산 대전 경남 충남 등으로 다양하다. 2020년과 2021년에도 비수도권 매수자 비율은 5%를 안 넘었다.
수도권 매수자 14명이 관여한 9건의 거래에서 근저당이 설정된 거래는 20대가 매수한 단 1건에 불과했다. 40대 이상이 관여한 4건의 거래 중 3건은 유주택자 거래였다. 이들은 지방에도 집을 소유한 채로 구리 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지방 매수자들에 대해 한 공인중개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6월까지 조정 지역이 아니었잖아요. 전국에서 왔어요. 수원에서도 오고, 경상도에서도 오고. 지방에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수도권 규제 없는 곳에 무조건 아파트를 사야한다고 생각해요. 수도권에 사놔야 안심이 되는데 서울은 비싸고 규제도 있으니 여기라도 사두는 거죠. 구리가 가성비가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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