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못해 AI 안한 애플…AI고점론에 돈 붙는다
2026.07.20 00:02
최근 월가에서는 이런 애플을 두고 “19세기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록펠러는 막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유전 시추 경쟁 대신 정유와 철도·유통망을 장악하는 전략으로 석유 산업을 지배했다.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16일 “애플은 록펠러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AI 개발 경쟁은 다른 기업에 맡긴 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AI를 사용하는 하드웨어 시장 장악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만 AI 인프라 구축에 약 1000조원을 쏟아붓는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술 기업이 유전 시추 사업자라면 아이폰과 맥, 앱스토어 생태계 등 AI 유통망을 조용히 장악해가는 애플은 록펠러에 가깝다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애플은 AI 경쟁에서 가장 뒤처진 빅테크로 꼽혔고, 주가 역시 지지부진했다. 자체 AI 개발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난 1월 음성비서 시리(Siri)의 기반 모델로 구글 제미나이를 채택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과 중국 저비용 AI 모델의 등장으로 ‘AI 고점론’이 고개를 들면서다.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애플의 저지출 전략이 되려 강점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HSBC는 17일 보고서에서 “애플은 과도한 AI 자본지출 논쟁에서 비켜서 있으면서도 25억 대가 넘는 활성 기기 기반을 활용하기 유리한 위치”라고 평가했다.
애플에 부여된 시장 가치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음성비서 시리는 아직 시장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 급등한 메모리 가격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도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다. 월가는 이달 예정된 주요 빅테크와 애플의 실적 발표가 애플에 부여된 프리미엄이 정당한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준영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패권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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