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철중]AI-로봇 굴기 앞세우는 中의 역설
2026.07.19 23:16
그의 사연에 대한 관심은 특정 배우 1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선 것이다. 올 1분기(1∼3월) 중국에서 공개된 숏폼 드라마 12만8000편 가운데 약 95%는 AI를 활용한 제작물이었다. 반면 실제 배우들이 동원되는 실사 촬영은 70% 가까이 줄었다. AI 도입으로 제작비가 낮아지면서 숏폼 콘텐츠는 급증했지만, 정작 배우와 제작진의 일감은 줄어들고 있다.
빠른 AI 상용화만큼 고용 불안도 심해져
중국은 올해부터 시작되는 ‘15차 5개년 계획’에서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 미래 산업의 핵심 과제로 올려놨다. 중국이 AI 기술을 불과 수년 만에 미국도 경계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속도’다. 다른 나라들이 AI나 로봇 기술과 정책에 대한 안정성과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사이 중국은 상용화에 힘을 실었다. 당국은 보조금과 규제 완화로 길을 열어주고, 기업들은 조성된 시장에서 실증 데이터를 쌓으며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AI 속도전이 미국과의 경쟁에 도움이 됐지만, 정작 중국 사회 곳곳에서 불안, 나아가 불만 요소를 키우고 있다. 첨단 기술 도시로 꼽히는 선전시에는 택시와 공유 차량 서비스에 종사하는 운전기사가 약 4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정작 선전시 정부는 이달부터 자율주행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 상업 운행의 길을 열어놨다. 특별한 기술 없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일을 찾아 각지에서 온 운전사들은 “밥그릇을 뺏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 내 빅테크들도 AI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단순 업무를 주로 하던 직원들은 해고되기 시작했고, 신입 사원 채용도 크게 줄이고 있다.
고용 불안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임금이 줄면 사람들은 지갑을 닫는다. 올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로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AI가 촉발한 일자리 축소 우려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켰을 것이란 지적도 상당한 힘을 얻고 있다. 또 앞으로 더욱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中의 AI발 사회 변화와 해법 주목해야
중국은 헌법 1조에 ‘노동자 계급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일당 체제로 14억 인구를 통솔하기 위해 일자리 문제를 경제 지표를 넘어 ‘통치의 문제’로 여겨 왔다. 노동자의 나라를 표방하며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운 사회주의 국가가 AI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딜레마를 가장 강도 높게 겪고 있다는 게 역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기술 혁신과 사회 안정이라는 목표 사이에 놓여 있다. 일단 현재로서는 미국과의 세계 패권 경쟁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중국이 올해 5개년 계획에서 수십 년간 제시해 온 도시 신규 일자리 목표를 처음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도 한 예다.
문제는 그 비용과 고통을 중국 사회의 약자 계층이 먼저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지금의 중국을 AI 기술이 나라의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검증하는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부른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국가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시험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AI 3대 강국’을 제1호 국정 공약으로 내건 우리 정부도 중국이 겪고 있는 AI발 고용 불안과 해법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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