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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미디어 제국' 추락의 책임

2026.07.19 21:09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JTBC 부도' 파장

지난달 12일 열린 우리나라와 체코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JTBC 6월 12일 월드컵 중계]
"골! 대한민국의 역전 골, 대한민국의 오현규!"

뒤지고 있던 우리나라가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결승골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32강 진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하며 월드컵에 사활을 걸었던 JTBC는 이날 뉴스에서 관련 소식만 25개나 전할 정도로 한껏 고무됐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JTBC가 만기 도래한 차입금 206억 원을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확보에 5억 달러, 우리돈 7천여억 원가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진 방송사.

그런데, 불과 2백여억 원의 빚을 못 갚아 부도를 낸 셈입니다.

[JTBC 내부 관계자 (음성대역)]
"정말 회사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죠. 구성원들 중에 아무도 생각을 못 했어요. 2백억 원 가지고, 무슨 구멍가게도 아닌데…"

JTBC의 신용등급은 한 순간에 투자적격인 'BBB'에서 투기 등급인'CCC'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서동기/회생 전문 공인회계사]
"206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회사의 신용이 계속돼서 악화되고 있고, 여러 가지 이제 단기 사채 등을 통해서 발행하고 있다가 이 206억을 결국에는 조달하는 그 능력이 부족해진 거고, 그래서 206억뿐만 아니라 그전에 빌렸던 모든 다른 채권들까지도 계속해서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진 상황인…"

JTBC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는 중앙미디어그룹 전체로 번졌습니다.

불과 이틀 뒤엔 지주회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5개사가 무더기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채권단에 기업구조개선작업, 즉 워크아웃을 요청했습니다.

[홍정도/중앙그룹 부회장 (6월 15일)]
"오늘의 상황을 초래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JTBC는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이번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곧바로 제작 현장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채무 불이행 선언 직후 법인카드 사용이 막히면서 멕시코 현지에 있던 월드컵 중계진과 취재진은 우선 자비로 이동 비용 등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JTBC 내부 관계자 (음성대역)]
"개인 카드 좀 쓰긴 했거든요. 막 큰 액수 이런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법인카드 실제로 많이 쓰잖아요, 우리가. 일하면서. 그건 영향이 확실히 있고…"

심지어 월드컵 중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위기까지 닥쳤습니다.

월드컵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3일 일본 TBS 방송의 단독 보도.

JTBC가 FIFA에 중계권료 일부를 납부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TBS' (6월 23일)]
"기한까지 (중계권료)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29일부터 시작되는 결선 토너먼트 이후의 TV 중계가 허가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이트 확인 결과, 실제로 JTBC는 분할 납부할 중계권료 일부를 내지 못했고, 이에 FIFA가 MBC등 지상파 방송사에 연락해 와, JTBC를 대신해 32강전 이후 월드컵 중계를 할 수 있는지를 타진해 온 걸로 확인됐습니다.

월드컵 진행 도중 국내 중계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나올 수 있던 상황.

축구협회가 FIFA를 상대로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JTBC의 중계는 계속됐지만, 이미 계약한 다음 월드컵, 2032년까지의 동, 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JTBC 내부 관계자 (음성대역)]
"FIFA가 엄청 영리에 빠삭한 조직이잖아요. 돈 안 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올림픽이랑 월드컵에 6천억 정도 썼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럼 그거를 뽑아내야 되잖아요. 근데 국내에서 아무리 해도 6~7천억을 뽑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긴 하거든요."

JTBC는 지난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월드컵까지 중계권 재판매에 실패한 데다, 우리 대표팀의 조기 탈락으로 광고 수익마저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큰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습니다.

예능과 드라마 등 프로그램 제작 역시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촬영 중이던 새 드라마 '연애의 재발견'이 돌연 휴식기에 들어갔고,

[JTBC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아 근데 제가 듣기로는 다른 데는, 이제 프리(준비 단계)만 하고 있던 데는 중단했다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접었다고 하더라고요."

<사기꾼들>, <한문철의 블랙박스> 등 예능 프로그램 역시 줄줄이 결방하며, 그 자리를 월드컵 경기 재방송으로 대신 채우고 있습니다.

구독자만 170만 명이 넘는 개그맨 박명수 씨의 웹예능 녹화도 취소됐습니다.

[박명수/방송인 - 박미선/방송인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 7월 8일)]
"저는 (구독자 수가) 172만? 3만 있는데… <와, 멋있다. 근데 그거 이제 안 한다면서요?> 그거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그거 아직 몰라요."

출연자 출연료도 정상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라디오 등 외부 출연진은 물론,

[고란/경제전문기자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6월 22일)]
"저도 JTBC 유튜브 출연하거든요. 그런데 그 작가분이 이렇게 말씀을 주시더라고요. 2주간 모든 게 다 지급이 정지되어서 출연료가 원래 나와야 되는데 못 나온다…"

<냉장고를 부탁해>, <아는 형님> 등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에서조차 출연료 지급이 지연됐습니다.

JTBC 차량 운전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지난달 급여 지급이 9일가량 연체됐습니다.

[JTBC 협력업체 직원]
"급여가 적은 사람들은 데미지가 더 크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집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편이에요. 적은 금액으로 이래저래 쪼개 써야 되는데 심리적인 압박감이 더…"

국내 출장 시 주유비 역시 법인카드 대신 우선 개인카드로 사용하고 증빙서류를 내라는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JTBC 협력업체 직원]
"후불 하이패스 카드를 썼었는데 회사에서 전부 회수해 갔어요. 예를 들어 부산을 갔다 온다 그러면 부산에 갔다 오는 동안 주유를 해야 되는데 그 비용을 내 카드를 먼저 쓰라고 그러니까 직원들이 반발이 크죠."

일부 프리랜서 작가들 역시 급여 지급이 지연됐습니다.

[JTBC 예능 작가/(7월 2일 인터뷰, 음성대역)]
"(7월 2일 기준) 페이 지급이 아직 안 됐어요. 그냥 벌어둔 돈으로 이제 이렇게 쓰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냥 좀 믿고 기다려보자는 입장으로 다들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JTBC 프리랜서 작가들의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는 미디어 노동자 인권단체 측은 임금 체불 우려 때문에 JTBC를 떠나가는 작가도 있다며, 회생신청의 피해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민/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제일 큰 문제가 일반적인 노동청 절차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부분이거든요. 영세한 제작사에서도 자주 벌어졌던 일들이고, 그것이 이제 큰 방송사에서 이제 비슷하게 벌어진다고 하면 사실 그 피해는 대규모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JTBC는 "출연료와 미지급된 임금 등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지난 7일 모두 지급됐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프로그램 제작 중단도 회생 절차의 여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일을 할 수는 있는 건지, 임금은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건지, 직원과 협력업체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JTBC 협력업체 직원]
"한번 이렇게 체불이 되는 경험을 하다 보니까 분위기가 '제때 들어오겠느냐' 술렁술렁하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불안, 고용불안이 일단 제일 크죠."

[JTBC 예능 작가 (음성대역)]
"계속 보도가 되잖아요, 기사들이. 그걸 보면 불안함이 커지는 건 있기는 해요. '퇴사까지 고려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 공윤선 기자 ▶

중앙 미디어그룹은 방송사와 신문사는 물론 콘텐츠 제작사와 영화관까지 운영하며 거대 미디어 그룹의 위용을 자랑해 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론 빚으로 빚을 막고, 서로 보증을 서며 돌려막기에 급급했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회생신청 직전까지 회사채를 연이어 발행하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는데요.

거대 언론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부도 직전까지 채권 발행

지난달 28일 청와대 앞.

집회 참가자들은 '먹튀', '부도 기획'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치켜들었습니다.

[중앙그룹 채권 피해자 모임]
"중앙그룹 사주 일가는 서민의 결혼 자금, 노후 자금, 전세 자금 즉각 변제하라!"

이들은 모두 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이 발행한 채권을 구입한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A 씨/JTBC 채권 피해자 (일가족 8억 원 투자)]
"주식이 아니라 채권에 투자한 거잖아요. 저희 장인, 장모님께서 15년 동안 몸을 혹사시키면서 버신 돈인데 저희가 산 지 두 달도 안 돼서 이렇게…"

홀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온 지원 씨. (가명)

지난 5월, 만기를 2달 앞둔 JTBC36-2 채권을 구입했습니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8%대의 이자율에도 끌렸지만 무엇보다 JTBC란 회사를 믿었습니다.

[박지원(가명)/JTBC 채권 피해자]
"저희 같은 일반 서민들은 그냥 (채권에) 좀 놔두고 이자를 조금이라도 받아보자. JTBC 뉴스를 항상 봐왔고, JTBC 드라마를 많이 봤고. JTBC라는 이름이 주는 어떤 신뢰감과 안정감이 꽤 커요."

밤낮 없이 일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9천만 원.

중증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쓸 소중한 돈이었습니다.

현재 법원은 JTBC의 회생절차 돌입 여부에 대해 이달 말까지 결정을 보류한 상태.

경우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산 JTBC 채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박지원(가명)/JTBC 채권 피해자]
"여태껏 긴 시간 열심히 해왔던 제 시간들, 저희 아이의 미래. 정말 이건 큰 타격이고 상처인 거죠. 가슴이 그냥 뚝 떨어지는 것 같죠."

JTBC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기한 이익 상실', 즉 부실 채권이 된 회사채는 모두 4건으로, 금액으로는 2,450억 원에 달합니다.

스트레이트는 채권 피해자 모임이 집계한 피해 현황을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채권 피해를 당했다는 개인투자자는 모두 642명, 이들이 구입한 JTBC 채권 총액은 591억여 원에 달했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산 채권은 지난 2월, 즉 부도 4개월 전에 발행된 제이티비씨42 채권으로, 전체 발행액 930억의 약 25%인 232억여 원을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개인 투자자중 43.5%는 회사원이나 근로자, 무직 은퇴자는 14%, 주부도 80명이었습니다.

[B 씨/JTBC 채권 피해자 (6천 4백만 원 투자)]
"딸도, 엄마가 노후 대책이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좀 모아서 갖고 있으라고…"

[김상만/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
"방송사이고 이제 언론사다 보니까 아무래도 이제 일반 기업들보다 더 잘 알려져 있고 친숙하잖아요. 그러면 등급은 그렇게 높지 않아도 뭐 괜찮지 않냐, 투자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겠냐…"

JTBC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 불과 4개월 전까지도 각종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특히 초단기자금을 융통할 때 쓰는 전자단기사채의 경우, 채무불이행 선언 불과 11일 전인 6월 1일에도 발행했습니다.

결국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투자자들을 속인 게 아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C씨/JTBC 채권 피해자 (8천 9백만 원 투자)]
"자기네들이 상환능력이 안 된다는 걸 회사가 몰랐을 수가 있나? 4개월도 안 돼서 부도가 났는데? 그냥 갚을 생각도 없이 개미들 돈으로 어떻게든 부도 발생일만 늦추다가 비겁하게 회생 신청 뒤로 숨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거죠."

올해 2월, JTBC가 작성해 신한증권과 투자일임사를 통해 배포된 투자설명서.

지난해 '가벼워진 비용 구조'를 통해 '의미 있는 흑자 전환'을 했다며, 올해는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란 장및빛 전망을 내세웠습니다.

또 상반기 중 유상증자를 추진해 자본상황을 개선하겠다고 적었는데, 유상증자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A 씨/JTBC 채권 피해자]
"저희도 투자 설명서 제대로 읽어봤고 오히려 '흑자전환이라든지 좋은 기회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부도날 가능성은 없다'는 식으로 투자 설명서에 적혀 있었거든요."

이런 장밋빛 전망의 투자 설명서가 나올 무렵 JTBC의 재무 상태는 어땠을까.

2025년 말 연결 기준 JTBC 자산은 5,165억여 원.

부채는 4,975억여 원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은 19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자본 대비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부채비율은 무려 2,621%, 보통 금융업계에서는 400%만 넘어도 심각한 재무위험 신호로 보는데, 그 6배가 넘습니다.

게다가 남은 자본 190억 원 역시 빚이나 다름없는 신종자본증권, 즉 영구채가 포함된 금액이어서 JTBC는 지난해 이미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동기/회생 전문 공인회계사]
"회사가 예를 들어서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건물이 100억인데 이것의 대출이 100억이 넘는 거예요. 그러면 주주 입장에서, 소유주 입장에서는 가져갈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자본 잠식입니다. 그러니까 빚잔치하고 나면 나한테는 떨어질게 없다."

중앙미디어그룹 계열사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주회사 중앙홀딩스의 부채율은 4,564%, 메가박스 중앙도 부채비율이 2천%가 넘습니다.

게다가 중앙홀딩스가 JTBC에 900억 원의 자금 보충을 하고, 중앙일보가 중앙홀딩스에 480억 원을 빌려주는 등 계열사끼리 자금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즉 서로 돈을 빌려주고 거액의 지급보증까지 서주면서, 어느 한 곳이 휘청이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동기/회생 전문 공인회계사]
"보증을 같이 선 거죠. '내가 지급에 대한 약속을 해줄게', 'JTBC가 못 내면 내가 내줄게'라고 얘기를 했던 거고. 지금도 그 계약은 계속 유효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그만한 돈을 사실 콘텐트리중앙이나 중앙홀딩스, JTBC 모두 다 내지 못하는…"

이 때문에 채권을 산 피해자들은 JTBC뿐만 아니라 채권 판매를 주관한 증권사 역시, JTBC 채권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판매, 즉 불완전판매를 한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JTBC 채권 피해자]
"예고 없이 뒤통수를 친 이 악랄한 범죄행위를 청와대와 사법부가 철저히 수사해 주십시오."

[D 씨/JTBC 채권 피해자 (7억 9천만 원 투자)]
"기관 투자자들이나 금융사들은 이 채권을 분명히 알면서 자기네들은 갖지 않고 일반 사람들한테 뿌려버린 거라고요. '야, 이거 괜찮다', 'JTBC 몰라? 이거 사세요' 이렇게 하고 나중에 '아, 죄송합니다' 이러면 끝나는 거잖아요."

현재 투자자들은 JTBC와 채권을 판매한 신한증권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복현/JTBC 채권 투자 피해자측 변호사·전 금융감독원장]
"JTBC는 그런 것들(투자설명서)을 도대체 어떤 의도로, 무슨 근거 하에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셔야 될 거 같고, (신한증권은) 단순히 JTBC가 준 거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의 적정성을 점검을 했어야 된다는 거죠."

최근 금융감독원도 JTBC 회사채의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해 본격적인 현장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중앙홀딩스와 JTBC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스트레이트> 질의에 대해, "일부에서 제기하는 기획부도, 즉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JTBC는 2023년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25년 말엔 자본잠식 상태도 아니었고, 회생신청 직전에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 것도 5월 초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채권 발행 주관사인 신한증권 측은 "JTBC 회사채를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한 사실은 없다"며 "금융감독원의 검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공윤선 기자 ▶

JTBC는 지난 2011년 4개의 종합편성채널 중의 하나로 문을 연 뒤, 다양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을 히트시켰고,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등으로 뉴스 영향력과 신뢰도도 커졌습니다.

가장 종편다운 종편, 지상파를 위협하던 채널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 '히트작' 많은데 왜?‥"사주 일가 책임"

[JTBC드라마 '스카이 캐슬']
"어머니 저를 믿으셔야합니다."

지난 2018년 방영 당시,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켰던 <스카이 캐슬>,

[JTBC드라마 '부부의 세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종편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28%를 기록한 <부부의 세계>, 2022년 최대 히트작 <재벌집 막내아들> 등 JTBC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드라마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10년 넘게 주말 예능을 책임지고 있는 <아는형님>을 비롯해, <히든 싱어>, <냉장고를 부탁해>, <최강 야구>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기획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정연우/세명대 명예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전 대표]
"드라마 같은 게 단순히 시청률만 높은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 뭔가 의미 있는 것을 던지는 것, 우리 나름대로 그걸 통해서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 이런 것도 많이 했고, 예능들도 내용이 괜찮거든요. 상당히 격조 있게 잘 만들었고…"

보도에서도 손석희 앵커를 영입하고,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에 앞장서면서 한때 신뢰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부메랑'된 제작비

다른 종편 채널을 압도하는 JTBC 프로그램의 경쟁력 뒤에는 초기부터 이어져 온 과감한 제작비 투자가 있었습니다.

개국 2년이 지난 2013년, JTBC가 투입한 방송 제작비는 2,014억 원, 같은 시기 다른 종편들이 쓴 돈의 2배를 웃돌았습니다.

프로그램 품질은 높아졌지만 매출은 그만큼 나오지 않아, 개국 6년 차인 2016년 말 이미 부채비율이 480%까지 치솟았습니다.

국정농단 보도와 드라마 성공에 힘입어 잠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9년 넷플릭스의 공세가 본격화된 이후 제작비 상승폭이 더 커지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JTBC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2018년 2,377억 원, 2019년 2,677억 원 등 대규모 제작비 투자를 유지하면서 적자 경영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이 무렵, 7천억 원으로 알려진 올림픽과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구입하는 무리수를 두기까지 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TV광고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쪼그라드는 상황이었지만, 중계권 재판매와 광고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오판한 겁니다.

[유현재/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비유를 하자면 가게를 멋있게 차려 놓은 거예요. 그리고 뭔가 물건 파는 것들도 굉장히 돈을 많이 들여서 고품질로 해놨어. 그런데 '돈이 안 도네' 이게 문제인 거예요. 그러니까 욕망이나 욕구는 굉장히 앞을 봤는데, 그걸 실현시키기 위한 그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예전 문법을 활용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런 공격적인 경영과 대규모 투자를 고수할 수 있었던 건, 과거 강제로 빼앗겼던 TBC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사주 일가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2011년 12월 1일 JTBC 뉴스]
"JTBC는 언론 통폐합으로 TBC를 강제 폐방한 지 31년 만에 부활해, 대한민국 방송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TBC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만든 국내 최초의 민영 방송이자 지상파 방송으로 6~70년대 독보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KBS 2TV 채널로 강제 전환됐습니다.

[김춘효/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 연구위원]
"삼성은 우리나라의 복합 미디어 그룹의 최초 미디어 그룹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1963년에 TBC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시작하고요. 1965년에 중앙일보 신문사를 시작하고, 1970년에 제일기획이라고 하는 광고 회사를 만들고. 과거의 TBC와 현재의 중앙일보의 결합이라고 그래서 JTBC라고 하는 이름을 갖고 미디어 제국을 다시 한 번 건설하고 싶어 했었던 걸로…"

삼성그룹의 사돈인 홍석현 회장, 뒤를 이어 경영을 맡은 아들 홍정도 부회장은 종편 JTBC 개국을 계기로, 과거 TBC의 영광 재현을 너머 한국의 디즈니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김춘효/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 연구위원]
"디즈니 같은 경우 전형적인 미디어 기업이에요. 드라마도 만들고, 예능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고, 배급하고, 보도도 하고. 그런 식으로 이제 꿈을 꿨던 것 같아요. 삼성가에서 독립해서 홍 씨만의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고 싶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방송 광고 시장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는 JTBC 경영 악화의 단초가 됐습니다.

'사주 일가 회사' 몰아주기

지난 2022년 JTBC는 그룹 계열사이자 드라마, 영화 제작 스튜디오인 SLL 중앙이라는 회사에 자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279개 판권 일체를 433억 원에 넘겼습니다.

수많은 히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다른 채널이나 OTT 등에 팔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이 가능했지만, 이 권리를 모두 SLL중앙에 팔아버린 겁니다.

신용평가사는 이 저작권 매각의 여파로 2023년 상반기 JTBC의 방송프로그램 판매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1% 감소했다고 분석했고, 2023년 JTBC의 영업손실은 2018년 이후 최대치인 70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SLL중앙이라는 회사의 실체가 뭐길래 이런 알짜배기 권리를 몽땅 넘겼을까?

SLL중앙의 최대 지분 소유자는 콘텐트리 중앙으로, 이 회사는 홍석현 회장과 홍정도, 홍정인 형제 등 사주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회사 중앙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SLL중앙에 대한 JTBC의 지분율은 단 2.85%뿐.

즉 SLL중앙에 이익을 몰아주면 사주 일가는 큰 혜택을 보지만, JTBC의 수익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의 디즈니를 꿈꿨던 중앙미디어 그룹은 SLL중앙의 가치를 끌어올려 주식시장에 상장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동기/회생 전문 공인회계사]
"JTBC와 중앙홀딩스가 소유주가 사실 달랐다면 말도 안 되는 거래를 한 거고요. 근데 결국에는 이제 홍 회장님의 그 판단은 JTBC도 내 것, 그다음에 중앙홀딩스도 내 것, 중앙홀딩스 밑에 있는 회사도 내 것이라는 판단을 한거죠. 그래서 아, 여기에 넘겨야 더 큰 돈을 조달할 수 있다."

JTBC 프로그램 판권을 손에 쥔 SLL 중앙은 매년 수십 편의 콘텐츠를 시장에 내놨지만, OTT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계획했던 주식시장 상장은 무산됐습니다.

동시에, 상장을 조건으로 유치한 4천억 원 규모의 외부 투자금까지 반환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결국 '미디어 제국' 건설에 눈먼 사주 일가의 욕심,

그리고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경영 실패 탓에, 성실하게 일하며 성과를 냈던 JTBC 직원들과 회사는 상상도 못했던 큰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김춘효/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 연구위원]
"미디어의 공공성보다는 미디어의 그 사적 이익을 훨씬 추구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JTBC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 버렸잖아요. 미디어 아트가 어떻게 한 개인의 소유물로 치부가 될 수가 있는 겁니까? 그니까 JTBC 같은 경우는 굉장히 억울하고 원통하죠."

JTBC가 극적으로 다시 회생할지, 다른 곳에 매각 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부심이 큰 것으로 알려진 JTBC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조차 사주 일가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JTBC 내부 관계자 (음성대역)]
"'판단 미스'라고 하기에 너무 약한 거 같아요. 정말 방만한, 경영적인 엄청난 실패인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계속 경영권을 갖고, 최대 주주의 입지를 갖고 간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그렇고, 도의적으로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다 말이 안 되는…"

스트레이트는 홍정도 부회장 측에 사주 일가의 경영실패 책임론 등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 공윤선 기자 ▶

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이 위기를 맞은 가장 큰 책임이 사주 일가에게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한 우리 방송산업의 현실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지상파를 비롯한 각 방송사들의 제작 현장에선, 콘텐츠 투자를 하면 할수록,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 "만들수록 망한다"

콜을 받자마자 분주히 배달할 물품을 챙긴 민혁 씨. (가명)

자신의 차를 이용해 인근 사무실과 아파트에 배송을 시작합니다.

[김민혁(가명)/다큐멘터리 독립 PD]
"이삿짐 옮기는 거, 그다음에 이제 공사판, 쿠팡도 했었어요. 일이 많이 고정적으로 없다 보니까 아침, 저녁으로 애들 뭐 학원비나 뭐 이런 것들 좀 충당을 좀 해야 될 것 같아서…"

그의 본업은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독립 PD.

20년 가까이 방송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해왔지만 최근 일거리가 뚝 끊겨 생계를 위해 배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민혁(가명)/다큐멘터리 독립 PD]
"방송사 형편으로는 이제 제작비는 줄고 외주 제작사끼리는 이제 경쟁이 좀 심화가 되고 그러다 보니까 기획만 하고 실질적으로 제작하기는 많이 힘들어졌어요."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는 사회적으로 큰 감동을 줘왔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탓에 요즘 방송사들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강호준/한국독립PD협회장]
"(방송사들이) 아주 변형적인 재방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HD 버전, 내지는 뭐 스페셜 해서 예전 프로그램들을 뭐 약간의 짜깁기 정도 해서 다시 방송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인 것처럼 포장해서…"

드라마 제작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줄었습니다.

10여 년 전까지는 방송사의 미니시리즈, 대하 사극, 일일드라마 등 다채로운 형식의 드라마가 일주일 내내 저녁 황금 시간대를 채웠지만, 현재 방송사 TV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판권을 넘기고, 제작 지원을 받는 방식이 일반화됐습니다.

[이종관/법무법인 세종 방송통신 자문 수석전문위원]
"지상파도 이제 드라마 제작 편수 확 줄여버렸고요. 재방 비율이 높아졌고요. 이런 상황이 이제 지속된다면 제작이 안 되는데,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리가 없고. 국민들이 떠나기 시작하고 그러면 재원은 또 줄어들고. 광고가 더 안 좋아질 거니까요. 이게 악순환 구조가 돼 버리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사 수익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방송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광고 매출은 이미 온라인과 유튜브, OTT 등으로 넘어간 지 오래.

지난 2015년 1조 9,112억 원이었던 지상파 광고매출은 10년 만에 절반 이상 준 반면, OTT를 등에 업은 온라인 광고는 같은 기간 3배가량 늘면서,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드라마처럼 제작비가 많이 드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JTBC가 방영한 드라마는 총 154편이었지만, 다른 종편 3사의 경우 그 1/5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정반대였습니다.

JTBC가 대규모 적자에 허덕일 때, 드라마 제작을 최소화한 TV조선과 MBN은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연우/세명대 명예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전 대표]
"이른바 시사 평론가들이 나와서 그것도 사실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막 쏟아내면서 오히려 여론 시장을 혼탁게 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그래도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겁니다. 굉장히 자극적으로 하니까. 그리고 제작비 자체가 적으니까 그걸로 연명을 했던 겁니다."

제작과 수익의 '디커플링' 현상, 콘텐츠를 제작할수록 수익은커녕 손해가 커지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방송사들은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관/법무법인 세종 방송통신 자문 수석전문위원]
"과거에 만들어 놨던 거를 재방하고, 재탕으로 하고 시즌1, 시즌2에서 포맷의 변동 없이 똑같이 계속 틀고 그러면서 이제 비용은 줄이는 거죠. 비용은 줄이니까 어떻게 살아는 가겠죠. 그 대신 방송사로서의 어떤 콘텐츠나 또는 공적 책무나 또는 이용자로부터 사랑받는 거나 이런 거는 기대하긴 어렵고, 그러면 좀비처럼 서서히 죽어가는 사업자가 되겠죠."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횟수를 늘리기로 했지만, 아직도 방송사들은 광고의 총량과 종류, 방송 시간대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지상파의 경우 정제된 언어 등 표현수위 심의를 받는데 이어 프로그램 장르별 비율 등 의무편성 비율도 지켜야 합니다.

반면 유튜브나 글로벌 OTT의 경우사실상 규제 자체가 없습니다.

[유현재/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그 거대 플랫폼들은 지금 야구로 따지면 3루에 있어요. 그런데 한국 방송사들은 2루나 1루에 있어요. 유튜브는 한국 방송사에 대해서 적용하는 법들의 제한을 받지 않죠. 심지어 방송법의 제한을 받지도 않잖아요. 그러면 유튜브는 할 수 있는 걸 다 해요.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라고 생각해요."

이 때문에 우선 방송이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각종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종관/법무법인 세종 방송통신 자문 수석전문위원]
"지상파가 못 나서 오징어 게임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가 오징어 게임을 만들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그런 거였습니다. 어떻게 하면은 TV 앞에 앉아서 시청자들이 만족스럽고 재밌어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이제 그 부분이 따라와 줘야 되는 부분이죠."

이런 방송의 구조적 위기가 계속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방송의 본질적 가치 중의 하나인 공영성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공영방송조차도 갈수록 악화되는 방송환경 탓에 공적 콘텐츠 편성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연우/세명대 명예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전 대표]
"공영방송들도 정말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콘텐츠 제작을 줄이고 있고, 예컨대 큰 환경 이슈 같은 걸 다루는 것 이런 게 이제 지금 안 나오잖아요."

***

"하이, 큐!"

"입구에서부터 지금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하나씩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경남 서부 지역의 한 지역 케이블 방송.

지역 내 주목할 만한 기업들을 소개하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입니다.

중앙 방송은 물론 광역 시도 단위의 지역 방송에서도 미처 다루기 힘든 소식들을 밀착해 전하다 보니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습니다.

[주선태/지역방송 시청자]
"여름철에 오면은 어느 지역에 뭐 산사태 조심해라라든지, 폭우가 온다라든지 이런 정보들 있잖아요. 특히 농약을 뭐 어떻게 잘 치라든지 이런 것들은 정말로 빠른 시간 안에 딱딱딱 알려주니까."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적자를 면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

대부분의 지역방송들은 당장 눈앞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역 방송이 사라진다면, 안 그래도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와 수도권과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경한/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의 뉴스 사막화 프로젝트를 보시면 지역 미디어가 소멸되는 지역들이 점점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환경 감시 기능을 하는 미디어들이 없어집니다. 공론장에서 갈등을 좀 중재하고 이런 기능들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보니까 점점 더 이제 그런 게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는…"

각종 K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초의 글로벌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국내 방송사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글로벌 OTT 콘텐츠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와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방송의 목적을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관/법무법인 세종 방송통신 자문 수석전문위원]
"어떻게 보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국내 미디어 산업이나 제작을 활성화시키지 못하면 이 상황은 결국 넷플릭스한테 완전히 다 장악되고 부정적 효과, 종속성, 의존성 이런 부분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결국 지금 시점에서 우리한테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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