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맹추격 中 AI, 韓 반도체만으론 패권 못 잡아
2026.07.19 18:38
소버린 AI, 독자 생태계 속도 내야
주말 세계 증시가 급락한 것도 문샷 때문이었다. 천문학적 투자비를 쏟아부은 미국 기업들이 기대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미국 기술주들이 대거 급락한 것이다. 미국 빅테크의 고가 폐쇄형 모델과 이를 떠받치는 막대한 반도체 수요에 대한 회의론까지 일면서 줄줄이 무너졌다. 지난해 중국 딥시크 충격에 이은 두 번째 경고로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의 AI 경쟁력이 당장 중국에 역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은 여전히 최상위 모델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구글의 차세대 제미나이 출시가 성능 개선 문제로 지연되는 등 미국 빅테크도 기술 고도화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빠르게 격차를 좁히는 중이다. 특히 개방형 모델을 앞세워 세계 개발자와 기업의 선택지를 넓히며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 균열을 내고 있는 것이다.
미중과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오히려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그러나 AI 패권은 반도체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경쟁이 아니다. 파운데이션 모델과 클라우드, 데이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자 생태계와 글로벌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 사업은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지난해 5개 정예팀으로 출발한 사업은 단계 평가를 거쳐 현재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와 추가 선발된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4강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 목표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가운데 3만5000장을 확보하고 세계 3위권 독자 모델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마냥 제자리걸음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다행이지만, 미중의 질주를 감안하면 속도와 성과 모두 만족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천재급 인재 수혈과 안정적인 양성 시스템도 시급하다. 미국이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체류 문턱을 높인 상황을 글로벌 인재를 끌어올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오는 9월부터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체류기간을 최장 4년으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첨단 분야 세계의 석·박사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인재 포섭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실행해볼 것을 제안한다.
'키미 K3'의 돌풍은 AI 패권이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동시에 반도체 강국이라는 현재의 지위만으로 한국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경고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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