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발목 잡힌 물가…각국 중앙은행 '고금리 장기전'
2026.07.19 17:39
유가·가스값 기준 시나리오 부합…물가 둔화폭도 커
유가 재상승에 남아공 인상…나이지리아·튀르키예 동결
인니·스리랑카 선제 인상…러시아는 인하 중단 저울질[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주 금리를 묶어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에너지값 급등에 놀라 한 차례 올린 뒤 숨을 고르는 것이다. 다만 9월 추가 인상 카드는 손에 쥐고 있다. 이란 전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물가 경로가 원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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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지난달 금리를 올릴 때만 해도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물가 충격을 막아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전투가 재개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셈법이 다시 복잡해졌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로선 시간을 벌 여지가 생겼다. 9월 10일 회의 전까지 물가 지표 두 번과 2분기 성장률, 각종 기업 조사 결과가 줄줄이 나온다. 첫 관문은 오는 24일 S&P글로벌의 구매관리자지수(PMI)다. 지난달 유로존 종합 PMI는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에 정확히 걸쳐 있었다.
시장과 이코노미스트들은 결국 ECB가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루벤 세구라카유엘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지표에서 큰 사고가 터진다면 동결 유인이 커질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경기가 심각하게 나빠진다는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도 7월 동결 뒤 9월 마지막 인상을 예상했다. 신용 여건이 조여든 덕에 에너지 충격이 물가로 번지는 힘이 약해져, 그 이상 올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에너지값을 걱정하는 것은 ECB만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재개되며 유가가 다시 뛰자, 아프리카와 중동 중앙은행들은 고금리를 더 오래 끌고 갈 태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번 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7.25%로 만들 전망이다. 나이지리아(26.5%)와 가나(14%)는 동결이 예상되고, 튀르키예도 이란 전쟁이 물가에 미칠 파장을 지켜보며 37%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이미 선제 대응에 나선 나라들이 있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는 최근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려 예상 밖 인상을 단행했고, 오는 22일 다시 금리를 결정한다. 중국은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발표한다. 지난 분기 성장률이 3년여 만에 가장 낮았던 터라 관심이 쏠리지만, 1년물은 3% 동결이 유력하다.
한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생산자물가를 내놓는다. 일본이 24일 발표하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일본은행(BOJ)의 정상화 속도를 가늠할 잣대다.
방향을 거꾸로 트는 곳도 있다. 헝가리는 오는 21일 두 회의 연속 금리를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가 잡히고 있는 데다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 퇴진과 유로화 도입 기대가 자산 가격을 떠받치고 있어서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드론 공격으로 연료값이 치솟자 인하 기조를 이어갈지 멈출지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은 조용한 한 주를 보낼 예정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8~29일 회의를 앞두고 통화정책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일 앤디 버넘 총리가 취임하며, 22일 발표될 물가상승률은 2.7%로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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