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AI발 고용 한파…2분기 대졸 실업자 5년 만에 최대
2026.07.19 17:58
1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만9000명 늘어난 것으로 2분기 기준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던 2021년(52만1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연령별로 20대가 17만9000명, 30대가 13만 명이었다. 20~30대를 합하면 전체 대졸 이상 실업자의 64.2%(30만9000명)를 차지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0대 대졸 실업자는 7000명, 30대는 2만7000명 각각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과거 취업 경험이 없는 실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5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0명 증가했다. 이중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20대의 취업 무경험 실업자가 1만1000명 늘어난 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2분기 기준 2021년(5만6000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신입사원을 뽑아도 초기엔 투자하는 성격이 강한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다 보니 청년의 취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도 고용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폭발적인 수출 증가 등을 반영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취업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극도로 치우친 탓에 제조업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규 채용 규모를 좌우하는 제조업∙건설업 등 주력 업종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특히 청년층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만3000명 늘며 한 달 만에 증가로 방향을 틀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고용률 역시 1.7%포인트 떨어진 43.9%에 머물렀는데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 이후 26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각계의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 청년 고용시장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대외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도입률은 현재 약 6%에서 10년 후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비교 대상인 미국 등 주요 7개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현재 5% 수준인 미국과 영국은 10년 후 각각 48%, 47%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2025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8만8000명 줄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서비스업 등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이미 취업자 감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까지 AI 활용이 확대되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AI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이 채용을 축소하면 경험 없는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 경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 또한 현직 근로자의 퇴임 이후 인력 부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청년을 선발해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고용은 경기 후행지표로 6개월~1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향후 고용 시장 또한 나아지리란 기대를 할 만한 시점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AI 변수가 어떻게 작동할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최근의 청년층 고용 부진을 단순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 소멸이란 담론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지난 4월 청년 뉴딜 추진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9월 중 추가 대책을 또 내놓을 계획이다. 채용과 입직 단계부터 재정·세제·금융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인데 청년 일자리 감소란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할 비책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19일 한 유튜브에 출연해 “향후 추가 세수로 마련할 미래대응기금의 최우선 투자 순위가 청년”이라며 “최근 청년의 어려움이 일자리, 주거, 자산, 결혼·출산·보육 전 과정과 복합적으로 연결된 만큼 맞춤형 정책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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