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중국 AI … 가격 넘어 성능까지 美 턱밑 추격
2026.07.19 17:36
적은 비용·저사양 반도체로
美 최고모델 견주는 AI 출시
"미·중 격차 2~3개월로 축소"
美 빅테크 막대한 투자 시험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가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AI '키미 K3'를 공개했다. 지난해 '딥시크 쇼크'가 적은 비용으로도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키미 K3는 중국 AI가 절대 성능면에서도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오픈웨이트 모델을 앞세워 AI 시장을 공략하면서 미국이 장악해온 기술 우위와 글로벌 표준, 폐쇄형 모델의 수익 공식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 코딩 평가에선 이미 美 제치고 1위
문샷AI는 지난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키미 K3를 공개했다. 모델의 규모와 복잡성을 보여주는 매개변수가 2조8000억개에 달한다. 문샷AI는 이를 오픈웨이트 모델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오픈웨이트는 기업과 개발자가 AI를 직접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운영하거나 목적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핵심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전체 가중치는 오는 27일 공개할 예정이다.
키미 K3는 출시 직후부터 각종 독립 평가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AI 평가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종합 지능 지수에서 앤트로픽의 '페이블5', 오픈AI의 'GPT-5.6 솔'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용자가 웹 개발 결과물을 비교하는 아레나의 프런트엔드 코딩 평가에서는 두 미국 모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문샷AI가 지난 5월 조달한 자금은 20억달러로 같은 달 앤트로픽이 유치한 650억달러 대비 약 3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까지 받는 중국 기업이 적은 자원으로 최상위권 성능을 구현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제2의 딥시크 쇼크'가 재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 폐쇄형 美와 달리 中은 오픈소스
이번 충격의 핵심은 가격보다 성능에 있다. 딥시크가 높은 비용 효율로 시장을 흔들었다면 키미 K3는 코딩과 AI 에이전트 등 기업이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 분야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국 AI가 저렴한 보조 모델을 넘어 미국 기업의 핵심 사업을 위협하는 제품으로 진화한 셈이다.
데이터브릭스 공동창업자인 이온 스토이카 UC버클리 교수는 "6~9개월로 보던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지금은 2~3개월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키미 K3는 AI 패권 경쟁이 성능을 넘어 세계 개발 생태계의 표준을 둘러싼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AI 기업들은 최첨단 모델이 사이버 공격과 생물무기 개발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핵심 데이터인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사 서비스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통해서만 이용하도록 통제한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가중치를 공개해 세계 개발자와 기업이 모델을 적접 내려받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한다. 미국이 최고 모델을 자사 서비스 안에 두고 사용료를 받는 동안 중국은 '충분히 좋은 모델'을 풀어 이용자와 개발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중국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 도구와 기업용 서비스가 만들어지면 다른 생태계로 옮기기 어려워진다.
◆ 中 AI, 제한된 반도체로 성능 올려
미국 정부에는 딜레마다. 안전성 검토를 강화해 미국 기업의 신모델 출시를 늦추면 중국에 추격할 시간을 내줄 수 있다. 반대로 규제를 풀면 최첨단 모델이 사이버 공격 등에 악용될 위험이 커진다. 미국이 안전과 국가안보를 고민하는 사이 중국은 개방형 모델로 시장을 넓히는 서로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파장은 미국 AI 기업의 사업 모델로 번지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막대한 자본으로 폐쇄형 모델을 개발한 뒤 사용료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해왔다. 그러나 중국 기업이 훨씬 적은 자본과 제한된 반도체로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면 미국 기업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키미 K3의 사용료는 100만토큰당 입력 3달러, 출력 15달러로 앤트로픽 중급 모델과 비슷하다. 중국 모델 가운데 가장 비싼 편이지만 미국 최상위 모델보다는 여전히 저렴하다. 업무에 따라 가장 적합하고 저렴한 AI를 골라 쓰는 '모델 라우팅'이 확산하면 미국 기업의 가격 결정력은 더 약해질 수 있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미국 빅테크가 공언하던 기하급수적 성능 향상 곡선에서 이탈해 정체에 빠졌다"며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어 빅테크의 매출과 생태계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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