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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이효석문학상] "소설 읽기 힘든 시대 … 독자들이 머무는 글 쓰고 싶어"

2026.07.19 16:31

대상 박솔뫼 인터뷰
단편 '사과'로 만장일치 수상
낯선 도시 머무르는 애리 통해
시간과 공간틀 통과하는 작품
"소설 쓰는 작가이기 이전에 소설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
상금 5000만원·9월 시상식


박솔뫼 소설가 ⓒKENTARO TAKAHASHI


박솔뫼 작가의 소설 속 인물은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제27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과'의 애리도 그런 사람이다. 열차를 타고, 낯선 도시에 머무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일상. 애리에게선 선명한 목적지가 감지되지 않는다. 그의 삶엔 거대한 결심이나 사건이 결여돼 있으며 자신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려 나서지도 않는다.

그저 주어진 평범한 하루, 잠시 머무는 듯 보이지만 그것이 '살아내기'의 안간힘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그 힘은, 작은 사물 속에서 감지되는데 독자는 그 사물이 놓인 시간과 장소를 가만히 통과하면서 인물의 삶을 조금씩 자신의 눈으로 감지하게 된다. 박솔뫼 작가는 이를 두고 "독자가 머무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의 소설을 설명하기 위한 말로 이보다 적절한 말이 있을까. 박솔뫼 작가를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 소식을 처음 들으셨을 때 어떤 마음이 가장 먼저 드셨을까요.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이 상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판에 박힌 듯한 대답이지만 예상을 못해서 깜짝 놀랐어요.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알았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저는 이 소설을 좋아하지만 어떤 면에서 눈에 띄거나 두드러지는 종류의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소식을 듣고 며칠 뒤에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후보 자체에는 제가 여러 번 올랐더라고요. '신기한 연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어떤 책을 읽는지, 또 어떤 작업을 진행하는지 일상이 궁금합니다. 쓰는 시간과 쓰지 않는 시간을 엄밀하게 나누는지도 궁금합니다.

"엄밀하게 나누지는 않고 그때그때 쓸 수 있을 때 쓰는 편인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하루 종일 쓰기도 하고 바쁠 때는 삼십 분 쓰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하고요. 하루에 두 번 정도 밥을 먹고 난 뒤 산책을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책도 읽고 그렇습니다. 캐롤라인 레빈의 '형식들', 볼라뇨의 '부적', 또 추천사를 쓴 만리포 작가의 '림보에서의 축지법'도 책이 나와서 다시 읽었고요."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과'에서 애리는 숙소·열차·카페를 오가지만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작가님은 애리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며 쓰셨나요.

"어디를 가더라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일이 돌아가게 하고 머무는 장소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리는 그런 일을 오래 한 사람이고 그런 사람으로 자기 목소리가 있는 사람이겠지요. 이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네요."

-'잠'에 대해서도 여쭙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잠을 돌아가야 할 물리적인 장소로 상정하신 점이 한 명의 독자로서 대단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잠과 꿈에 관해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애리는 자신이 있는 공간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비관적이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 의식이 될 때 그러나 나에게도 무언가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말을 한 것은 잠이지만 그 밖의 다른 것들이 애리에게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는 충분히 자는 것을 늘 중요하게 여깁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것을 위해 노력합니다."

-작가님 개인적으로 잠은 어떤 공간일까요. 단순한 휴식, 몸을 회복하는 시간만은 아니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물성을 지니는 공간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잠은 보통 상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것일 텐데 그것을 좀 더 형태가 있는 확고한 것으로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딱히 이유는 없고 그러면 어떨까 같은 접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자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금세 잠이 드는 것도 아니고 잠이 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정해진 공간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잠이 들면 잠이 어딘가에 (그것은 침대나 이불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무의식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공간이 돼 모두 공평하게 자신의 공간을 가진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자 일견 타당한 생각처럼 느껴졌습니다."

-기후위기는 이 작품을 이끄는 중심적인 재난인데, 기후위기라는 재난을 서사 흐름에서 크게 배치하는 대신 커피 맛 혹은 커피를 대체할 다른 음료 등 작은 사물 '안'에 넣어두셨습니다.

"이 소설은 원래 경주에 있는 커피플레이스라는 로스터리 카페에서 진행한 '읽'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카페와 협업하면서 기후위기로 카페가 사라지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좀 고약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짧은 분량으로 쓰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그러다 '사과'를 쓰게 됐습니다. 재난은 젠더나 계급 문제와 당연히 연결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것을 전면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다루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때 제 상태가 이 세계관을 저의 평소 리듬과 비슷하게 끌고 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의 점을 향해 가는 인물보다 그저 걷고 머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살기'보다는 '살아내기'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딱히 살아내기처럼 대단한 것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애리가 대단히 어렵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평범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거기서 어떤 면을 취사선택했는가의 문제는 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질문을 받고 생각해본 것이지 대부분 소설 속 인물들이 평범히 살아가는 시민들에 가깝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전작 '미래 산책 연습'에서는 '산책'이 과거의 역사와 만나는 하나의 방식이 됩니다. 실제로도 산책을 자주 하시는지요. 그렇다면 작가님에게 산책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일까요, 아니면 다른 시간과 만나는 시간일까요.

"둘 모두일 것 같습니다. 정리도 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이 되려고 하기도 하고 또 몸을 움직이는 일이니 더 그렇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것은 아마 책상에 앉아 오래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이렇게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지치기도 하고요. 그러니 그 둘 다를 포함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소설을 쓰실 때 '끝'을 정하는 편인지, 아니면 인물이 걸어가는 길을 지켜보다가 인물과 함께 '끝'에 이르는 편인가요. '도착'보다 '이동'에 더 마음이 가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때그때 다른데 의외로 처음과 끝을 정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운데를 비워두고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끝이 바뀌기도 하지만 끝이라고 해야 할까 방향성은 정해두는 편입니다."

-작가님이 한때 머물렀던 시간을 통과하는 독자들을 상상하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독자들이 작가님의 작품 속에 어떤 마음으로 머물러주었으면 하는지요.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과 시간과 여유를 써서 소설을 읽는 것이 실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어떤 마음으로 머물러주었으면 한다기보다 머무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과거 인터뷰를 찾아봤더니 유독 로베르토 볼라뇨가 자주 등장했던 것 같아요. 볼라뇨의 어떤 소설을 마음에 담고 계시는지요.

"볼라뇨의 소설은 대부분 다 좋아합니다. 단편을 쓰기 전에는 종종 워밍업으로 '전화'를 읽기도 합니다. 다른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때도 있지만요. '전화'는 볼라뇨를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기도 하고 또 단편소설을 쓰려는 사람에게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는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는 단편소설을 어떻게 끝맺을까에 대해 '아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예를 많이 보여줍니다. 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도 좋아하고 그보다 짧은 장편 중에서는 '먼 별'을 좋아합니다."

-작가의 세계는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앞서 존재했던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그 작품을 통해 대화하며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작가님께도 그런 '선배'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한국 작가 중에서 떠오르는 분이나 한국 작품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배수아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읽고 나면 주변의 공기가 바뀌는 느낌입니다. 10대 때부터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합니다. 배수아의 소설을 중학교 때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그 이후의 독서들은 대강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이전의 여러 한국 소설과 그림책이나 동화, 기억이 나지 않는 잡지와 신문 같은 여러 읽을거리들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의 독서는 금세 그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소화되어 기억이 잘 안 남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아무것이나 들고 읽던 어린이였기 때문에 기억 나지 않는 여러 것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소설을 쓴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이잖아요. 독자 역시 작가가 일군 세계를 통과하면서 조금씩은 변화합니다. 작가님께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은 '박솔뫼'라는 한 사람도 변화시킨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변화하니까요. 소설을 쓰면서 스스로 변화했다고 느낀 것은 세상일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 것인데요. 그런데 제가 소설을 쓰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소설이 준 변화인지 아니면 살아가며 변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 될 가능성이 컸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동시에 느끼는 것은 작가로서 인터뷰하지만 사실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이고 제가 변한 것이 있다면 소설을 읽는 독자였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솔뫼 소설가 1985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를 졸업했고 2009년 소설 '을'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영릉에서'와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미래 산책 연습' 등을 출간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동리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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