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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조·교역조건 개선, 내수 파급효과 여느 때보다 크다"

2026.07.19 16:31

반도체 가격 상승이 우리나라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면서 소비·투자 등을 통한 내수 파급효과도 과거 개선기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19일 내놓은 'BOK 이슈노트-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이종웅·김다애·한진수)'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교역조건의 큰 폭 개선은 향후 내수 증가세를 지지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일부 산업·계층에 편중된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중장기 성장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역조건은 수출 물가를 수입 물가로 나눈 것으로, 수출품 한 단위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의미한다. 수입 물가가 내리거나 수출 물가가 오르면 우리나라가 수출을 통해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 늘어 '교역조건이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최근 교역조건 개선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고, 같은 기간 GDI는 이를 큰 폭으로 상회해 13.2%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GDI가 교역조건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GDI와 실질 GDP 성장률 간 격차(9.4%포인트)는 통계편제가 시작된 1960년 이후 가장 컸다.

이종웅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최근의 교역조건 개선세는 강도뿐 아니라 그 배경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교역조건이 개선된 시기는 세 차례 있었으나 모두 국제유가 등 수입 물가가 하락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물가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교역조건 개선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단기적인 수급 요인을 넘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폭과 지속 기간이 과거 사이클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호한 교역조건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되며 GDI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 물가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며 내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수입 물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더라도 그에 따른 소득 증가가 일시적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민간 소비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반도체 구조적 수요가 수출가격 상승과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고 있어 내수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 개선세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차장은 "기업들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시행되는 내년 정도에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여건 개선과 내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실제로 최근 반도체 외 여타 업종에서도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요구가 임단협을 통해 반영된다면 임금 상승이 가시화하면서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와 세수 증대를 통한 재정 운용 여건 개선으로도 파급 효과가 과거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차장은 다만 반도체 호조 성과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편중된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중장기 성장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여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통합·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균형 확대 가능성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가 측면에서는 교역조건 개선 충격이 향후 서비스 등에서 수요 측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차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자원이 IT 부문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여타 핵심 산업의 생태계 붕괴와 계층 간 불균형 심화도 유념해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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