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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내년 반도체 공급 ‘아비규환’ 우려…공급 늘려 가격 떨어뜨리는 게 생명줄”

2026.07.19 12:00

“현재 가격 비정상적으로 높아”
“마진 낮추더라도 스케일 키워 가격 안정화해야”
“규제·세제 고성장 틀에 갇혀 성장 엔진 꺼뜨려”
“성장 중심으로 회귀 급선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경고하며 신속한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 마진율을 낮추더라도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이라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AI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극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내년 AI 반도체 수요는 올해보다 60%에서 100% 늘어날 전망이나 글로벌 공급량은 거의 늘지 않아 올해보다 수급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각국 정부와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과 로비를 받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현재 형성된 AI 반도체 가격에 대해 “비정상적인 고가”라고 규정했다. 최 회장은 “현재의 높은 가격이 지속되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 반도체가 지정학적 타격을 입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생산 스케일을 키워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 압박과 전세계 생산 거점 확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미국 내 공장 건설 압박’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초기부터 지속돼 온 일이라 전혀 새롭지 않다”면서도 “통상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폭발하는 글로벌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 건설도 적절한 장소를 찾으며 다각도로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기업 관점의 결정이었다고 재차 밝혔다. 최 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전기와 물, 인재, 부지 등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가 완벽히 갖춰진다면 추진하겠다는 심플한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최근 불거진 전력난 우려에 대해선 “국내 발전 용량에 아직 50기가와트 수준의 여유가 있어 당분간 총량적인 부족은 없겠으나 변전소와 송전망 등 계통을 연결하는 문제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이날 최 회장은 국내 경제 규제와 세제가 과거 고성장 시대의 틀에 갇혀 기업의 성장 엔진을 꺼뜨리고 있다며 성장 중심의 제도 개편을 촉구했다. 현재의 법과 제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우리 제도는 과거 고성장 시대의 패러다임에 멈춰 있어 기업의 성장 인센티브를 소멸시키고 있다”며 “제도를 하루빨리 성장에 맞추도록 회귀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으로는 주52시간제와 세제의 개편 필요성을 꼽았다.

이어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 우려도 제기했다. 최 회장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축과 자본주의라는 경제 축이 함께 돌며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성장이라는 경제 바퀴가 멈춰 서면서 분배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없이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경고도 더했다. 최 회장은 “국가 예산과 비용은 매년 늘어나는데 성장 동력이 꺼지고 만약 반도체마저 꺾인다면 이 지출을 감당할 재원이 대한민국에는 없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내부 경영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에 대해 최 회장은 “제도를 만들 당시에는 누구도 이 정도 규모의 이익을 낼 줄 몰랐기 때문에 발생한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노사와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현명하게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최 회장은 “구성원의 행복이 지속 가능하려면 스테이크홀더(주주·고객·사업파트너·지역사회 등 기업 운영시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현 성과급 제도가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도를 손질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SK하이닉스 주식의 액면 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 회장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 시스템과의 연동 절차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면서도 “향후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정책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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