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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海랑] 참전용사 후원 '떡상', 한성기업의 또다른 비밀

2026.07.19 14:51

MSC인증 받은 수산물 제품에 부착되는 에코라벨. MSC 제공
캐나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로블로’의 한 매장에 설치된 MSC 인증 수산물 코너. 부산일보DB


‘착한 기업’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 부실 상장기업의 퇴출 기준(시가총액)이 상향되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몇몇 기업들이 뜻밖의 선행으로 기사회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에 본사를 둔 수산물 가공회사 ‘한성기업’이다.

이들이 17년간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주가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지난 6일을 기점으로 무려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보름도 안 돼 주가가 213%나 급등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급락 우려를 제기하며 일명 ‘애국주’ 투자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의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겠으나, 단순히 ‘애국 행보’만으로는 롱런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애국주 이미지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성기업의 또다른 비밀이 있다. 바로 ‘MSC(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이다. 한성기업은 지난 2013년, 국내 식품 제조업계 최초로 이 까다로운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 MSC 인증은 남획으로 인한 어자원 고갈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으로 생산된 원재료를 사용하는 기업에만 부여되며,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는 파란색 ‘에코라벨’이 붙는다.

인증 조건은 혹독할 만큼 까다롭다. 지속 가능한 어법을 준수한 어장에서 잡아야 하고, 남획을 방지하는 조업선에서 생산된 원물이어야 하며, 가공 과정에서 비인증 수산물과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된 인증 공장을 거쳐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매년 엄격한 재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행정에 드는 비용만 해도 수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필연적으로 높은 원가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에, 특히나 유럽과 달리 MSC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국내선 기업들이 인증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한성기업은 MSC 한국사무소가 2018년 문을 열기도 전인 2013년에 이미 이 길을 택했다. 소시지 제품 론칭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던 임원진들이 현지 매장에 파란색 에코라벨이 붙은 수산물이 가득한 풍경을 목격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 수산업계가 위생 관리를 위해 HACCP(해썹) 도입 등에 머물러 있을 때, 유럽은 이미 ‘지속 가능한 수산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해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우리 바다에서도 명태가 고갈되는 위기를 겪고 있었으니, 수산 전문기업인 한성기업에게 ‘지속 가능성’은 큰 가치로 다가왔다.

이후 한성기업 직원들의 행보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MSC 본사 홈페이지를 뒤져 직접 문의를 남겼고, 본사 담당자들의 한국 출장비까지 자처해 부담하며 초청을 성사시켰다. 그렇게 자사 공장 3곳을 모두 실사대에 올린 끝에 인증을 받아냈고, 이 인증을 현재도 유지 중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한성기업의 대표 제품 ‘크래미’에는 원가가 저렴한 베트남, 인도산 대신 MSC 인증을 받은 알래스카 베링해산 명태 연육이 고집스럽게 들어가고 있다.

한성기업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제품의 숨은 가치로 옮겨갈 때, 착한 기업의 지속 가능성도 비로소 담보될 수 있다. 아직 대한민국 수산업의 MSC 인증 성적표는 걸음마 단계다. 이번 애국주 열풍을 계기로, 더 많은 소비자가 이들이 지켜온 제품 가치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MSC 인증 수산물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은, 단순히 착한 기업을 살리는 소비를 넘어 우리 바다와 지구를 살리는 위대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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