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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주가 말고 반도체 가격을 보라”…한은 총재가 성장률 자신한 이유

2026.07.19 12:01

‘수출가격 상승형’ 교역조건으로 성장세
일시적반등 아닌 AI사이클 구조적 성격
반도체로 돈 벌면 바로 설비 투자 나서
반도체 수혜 편중·부동산 쏠림은 숙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반도체 기업의 주가보다도 반도체 가격 그 자체를 보십시오.”

지난 16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약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뜻밖의 화두를 던졌다. 국내 증시 방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삼전닉스’의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이 한국 경제를 읽는 핵심 지표라는 의미다. 신 총재는 “반도체 가격이 교역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국내총소득(GDI)이 13.2% 자란 것도 결국 반도체 가격 때문”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 웃돌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신 총재가 성장률 전망을 높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은이 19일 공개한 이슈노트에는 그 배경이 조목조목 담겼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과거 국제유가 하락이 만든 ‘수입물가 하락형’ 교역조건 개선이 아니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수출가격 상승형’ 교역조건 개선이라는 게 핵심이다. 반도체 가격이 뛰면서 우리 경제가 벌어들이는 소득(GDI)이 생산(GDP)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GDI는 향후 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한국 경기를 가늠할 중요 변수로 꼽힌다. GDP(국내총생산)가 일정 기간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라면 GDI는 교역조건을 반영한 실질 구매력을 보여준다.

최근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에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생산보다 소득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국면에 들어섰다. 실제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은 3.8%였지만 GDI는 13.2% 증가해 두 지표 간 격차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한국은행]


먼저 한은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와는 성격부터 다르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교역조건이 뚜렷하게 개선된 시기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2016년 셰일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세 차례였다. 모두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원인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유가가 오른 상황에서도 반도체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뛰면서 수출물가가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한은은 특히 이번 반도체 호황이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인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AI 서비스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교역조건 개선과 GDI가 GDP를 웃도는 증가세도 과거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92.5% 급등했고,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IT 부문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내수 파급효과도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 유가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은 비용 절감 효과가 중심이어서 가계가 이를 일시적인 소득 증가로 인식했고 소비 확대도 제한적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임금 상승이 동반되는 만큼 가계가 소득 증가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IT 기업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소비 회복세도 이전보다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기업 투자 역시 과거보다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 교역조건 개선기에는 수입물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일정 시차를 두고 투자로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가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는 만큼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신속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요 전망기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CAPEX)가 지난해 75조원에서 올해 120조원, 내년에는 15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IT 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조장비의 수입 의존도도 높아 경제 전반으로의 확산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반도체 호황의 성과가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될 경우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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