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앗아간 은마아파트 화재…“무자격자가 전선 작업했다”
2026.07.19 08:42
1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강남소방서 화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팀은 발화 원인을 최종적으로 ‘미상’으로 결론 내렸지만, 이사 직전 진행된 인테리어 전기공사의 시공 결함이 화재의 전기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모두 167쪽 분량으로, 화재 발생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테리어 공사와 화재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고는 지난 2월 24일 오전 발생했다. 당시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에서 시작된 불이 집 전체로 번졌고, 집 안에 있던 고등학생 딸이 목숨을 잃었다. 함께 있던 가족 2명도 얼굴 등에 중화상을 입고 구조됐다.
유족인 김모(59)씨는 “큰딸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며 고등학교 입학에 맞춰 대치동으로 이사했다”며 “깨끗하게 인테리어를 마친 집을 골랐지만 새집으로 이사한 지 닷새 만에 참변을 겪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방 천장 내부에서는 기존 전선과 새 전선을 ‘쥐꼬리 접속’ 방식으로 연결한 흔적이 확인됐다.
이는 전선 피복을 벗긴 뒤 구리선을 서로 꼬아 절연테이프로 감는 방식으로, 전용 커넥터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시공보다 접촉 저항이 커져 발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사팀은 “접속부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시키고 접촉 저항을 증가시켜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배선 손상이나 접속 불량 등 시공 결함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인테리어 공사는 주방과 인접한 작은 방 사이 내력벽을 철거하면서 조명을 통합하기 위해 기존 배선을 각각 약 1m와 1.2m 연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전기 배선 작업을 수행한 작업자들은 전기 관련 자격증이나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화재 예방을 위해 전선에 설치하는 보호용 관도 시공하지 않았으며, 신규 전선과 기존 노후 전선을 혼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사팀은 “임의로 전선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연속적인 쥐꼬리 접속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고 안전 점검 없이 시공돼 국부적인 발열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문제가 된 전기공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신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수된 공사계획서에는 난방과 수도, 도배, 화장실 공사 등은 기재됐지만 전기공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조사에서 "깜빡하고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팀은 재발 방지를 위해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전기공사 면허 확인 절차를 명문화해 무자격자의 전기공사를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유족 김씨는 “천장 안 전기 배선은 입주민이 알 수도, 함부로 손댈 수도 없는 시설”이라며 “사람이 숨지고 가족들도 중화상을 입은 만큼 화재 원인과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화재는 노후 아파트의 전기 안전과 소방 설비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화재 이후 안전성 논란이 커진 은마아파트는 이달 2일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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