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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6억 8000만 원? CNN은 "저렴한 편"이라고 평가 [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2026.07.19 10:56

[커피로 맛보는 역사, 역사로 배우는 커피] 커피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건들커피는 한가로움과 어울리는 음료다. 그래서일까? 전쟁이나 경제 대공황, 정치적 격변이 많을 때는 커피 소비가 줄어든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가 위축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대형 사건이 적은 평화로운 시절에는 커피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4년을 정점으로 2025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카페 숫자가 감소한 것도 이런 일반적 흐름을 나타낸다. 커피 소비 증가세도 둔화하고 카페 창업 열풍도 조금 식었다. 2024년 12월 이후 조성된 국내 정치의 격변과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러온 관세 전쟁,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시민들의 정서적 불안은 지속되어 왔고, 커피를 조용하게 마시는 것이 쉽지 않은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카페에 친구들과 앉아서 커피를 마셔도 대화 내용이 정치, 전쟁, 선거, 주식, 그리고 온갖 사건과 사고에 빠져드는 것이 다반사다. 되돌아보면, 불안한 시절에는 커피 소비와 함께 커피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커피 관련 언론 보도 또한 잠잠해진다.

21세기 들어서 정치적 격변이나 대형 사고가 적어서 조용했던 해가 있었을까? 한 번 있었다. 2013년이었다. 이전 해인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19대 총선,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그리고 강남스타일 열풍 등으로 적지 않게 시끄러웠다. 북에서는 김정일의 사망으로 김정은이 권력을 잡았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세월호 침몰의 비극, 브라질 월드컵,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인천 아시안게임, 소치 동계올림픽 등이 있었다. 그런데 2013년에는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도, 주요한 전국 단위 선거도, 대형 참사나 전쟁도 없었다. 어찌 보면 21세기 들어 가장 평화로운 해였는지 모른다.

이런 시절에는 커피 관련 흥미로운 뉴스가 많이 등장한다. 2013년 2월 13일 자 <중앙일보>는 커피를 하루 2~3잔 마시는 것이 간과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한양대병원의 연구 결과를 보도하였다.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와 <셰이프닷컴>이 운동에 좋은 식품 10가지를 소개했고, 여기에 커피가 포함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요구르트, 사과, 토마토주스 등과 함께 커피는 건강 음료였다(<중앙일보> 11월 1일).

 미국 뉴욕의 맨해튼 거리에 붙어 있는 '데스 위시 커피'의 로고
ⓒ 위키미디어 공용

2013년 8월 4일 자 <경향신문>은 "카페인 함량 최고 '죽음의 커피'...미국서 화제"라는 소식을 전했다. 음료 전문 블로그 스릴리스트가 조사해 발표한 커피전문점별 카페인 함량을 <허핑턴포스트>가 소개했고 이것을 보도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름조차 무시무시한 '데스 위시 커피'(Death Wish Coffee)였다.

카페인 함유량이 커피 1온스당 54.2mg이었다. 250ml 정도 되는 커피 한잔에 약 520mg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있는 셈이다. 스타벅스 커피가 20.6mg으로 2위, 피츠커피가 16.7mg으로 3위, 카리부커피가 15mg으로 4위, 그리고 던킨도너츠커피가 12.7mg 순이었다.

같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데스 위시 커피'를 마시면 던킨도너츠커피에 비해 4.5배 많은 카페인을 흡수하는 셈이었다. '데스 위시 커피'로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셔도 미국 식품의약청이나 우리나라 식약청의 권장 1일 카페인 흡수량인 400mg을 훌쩍 초과한다는 얘기였다.

'데스 위시 커피'는 바로 이전 해인 2012년에 미국 뉴욕주 사라토가스프링스에서 창업한 고카페인 커피 브랜드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창업자 마이크 브라운은 고객들의 강한 커피 요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카페인 커피를 개발하였다. 방법은 단순했다.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은 로부스타종 커피 생두를 아라비카와 혼합하여 로스팅하였다.

브랜드 이름이 의미하듯 '죽음의 소망' 또는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시는 강한 커피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포장에도 해골과 뼈다귀가 그려져 있다. 이 커피가 유명해진 것은 2015~16 미국 슈퍼볼 광고 덕분이었다.

2016년 초, '데스 위시' 커피'는 1만 5000여 중소기업이 참가한 인튜이트 퀵북스의 콘테스트에서 우승해, 당시 약 500만 달러(74억 5000만 원)에 달했던 '슈퍼볼 50'의 30초 광고를 무료로 방영하는 행운을 얻었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강한 고카페인 커피"라는 브랜드 정체성으로 성공한 커피 기업이 되었다.

팀 쿡과 커피를 마시는 1시간

 2017년 5월 18일 세계 접근성 인식의 날을 맞아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왼쪽)은 시각장애인 영화제작자 제임스 라스를 비롯한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을 애플 본사로 초청해 커피를 마시며 애플 기기의 접근성 기능에 대해 대담을 나누었다.
ⓒ 제임스 라스

2013년에 등장한 커피 관련 뉴스 중에서 가장 뜨거웠던 것은 아마도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과의 커피타임 경매'였다. CNN은 이해 5월 14일 미국 온라인 자선 경매 사이트 채리티버즈가 진행한 이 경매가 61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경매 시작가는 불과 5000달러였다.

낙찰자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경매 수익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정의·인권을 위한 로버트 F. 케네디 센터에 기부되었다. 4월 25일 자 <경향신문>과 5월 16일 자 <중앙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이 소식을 매우 흥미롭게 보도하였다.

당시 환율로 6억 8000만 원을 내고 팀 쿡과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제한되었다. 애플 본사에서 진행된 커피 마시기 행사에 한 명을 더 데리고 참가할 수 있지만, 교통비 등 관련 비용은 모두 참가자 부담이었고 행사 내용을 블로그나 트위터에 공개하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되었다.

이에 대해 CNN은 "61만 달러는 세계 선두 기술회사의 수장과 차를 마시는 대가로는 저렴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CNN의 비교 대상은 2012년에 이베이를 통해 이루어진 투자가 워런 버핏과의 점심 식사 경매였다. 무려 340만 달러에 낙찰됐었기 때문에 팀 쿡과의 커피 경매는 저렴했다는 얘기였다.

팀 쿡에 이어 유명 록밴드 '저니'의 보컬 스티브 페리와 커피를 마시는 경매가 나왔고, 7만 5000달러에 낙찰되었다. 수익금 전액은 '시티 오브 호프'라는 중증질환 치료 기관에 기부되었다. 이후 유명 정치인, 경제인, 문화예술인과 함께 식사를 즐기는 경매는 이어졌고 대부분 자선 행사였다.

같은 해 봄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커피를 함께 마시는 행사를 한 유명인이 있다. 한류팬 사이에서는 팀 쿡이나 워런 버핏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다. 2002년에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듬해 일본 NHK에서 <겨울소나타>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한류의 개척자가 된 배우 배용준이었다.

배용준은 2012년 말 하와이에 커피 전문점 '고릴라 인 더 카페'를 열었다. 일본 공식 팬클럽에서는 이 카페에서 배용준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투어를 기획했다. 추첨을 통해 400여 명의 팬들이 하와이로 날아가 배용준과 커피를 마시는 비교적 단순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 참여한 열혈 팬 안도 마사코씨가 여행 후일담을 <레이디경향>을 통해 전했다.

'고릴라 인 더 카페'에서는 배용준씨가 직접 산지를 방문해 직거래로 구입한 하와이산 커피 원두만을 이용해 내린 커피를 제공했다. 일본에서 날아간 참가자들은 이틀에 걸쳐 6명이 한 팀이 되어 배용준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조금 비싼 투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연예인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즐겼다.

커피는 누구와 마시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건들이 이어졌던 조용한 2013년이었다. 2013년의 커피 관련 기사들을 읽으며 이런저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와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나와 마시는 커피값을 내는 것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을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꼽아보았다. 떠오르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커피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평화의 시절은 곧 올까? 뉴스를 통해 전쟁이나 정쟁, 사건과 사고 소식이 아니라 일상적인 커피 이야기가 넘치는 세월은 다시 올까? 속단할 수 없다.

흥미로운 역사가 떠올랐다. 미국 대통령 중에 커피를 좋아하는 대통령은 모두 큰 전쟁과 함께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남북전쟁, 우드로 윌슨의 1차 세계대전,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2차 세계대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한국전쟁, 그리고 존 F. 케네디의 베트남전쟁 등이다. 전쟁이 나면 커피가 당기는 건지, 커피를 좋아하면 전쟁을 일으키는지는 알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을 보면 후자는 아닌 것 같다.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시끄러운 전쟁 뉴스보다는 조용한 커피 뉴스가 많이 들리는 평화로운 나날이 그립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커피 한잔에 담긴 문화사>의 저자)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2013년 <경향신문> <중앙일보>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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