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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자산배분부터 인출까지…은퇴자산 관리법

2026.07.19 10:01

실버 재테크

은퇴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안정적인 생활비’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안전자산·투자자산 비중

김훈식 NH농협은행 은퇴설계전문위원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은퇴 후 자산관리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은퇴설계와 자산관리는 단순히 많은 자산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현금흐름을 만들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과정이다.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이고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려면 연령과 재무 상황에 맞는 자산관리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개인별 인출 전략을 마련하고 자산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조정해 4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긴 은퇴 기간을 관리해야 한다.은퇴 자산관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안정적인 생활자금 확보’다. 필자가 세미나에서 만나는 사람 가운데 가장 부러운 이들은 은퇴 후 매월 5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간혹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사업에 투자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필자의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다’다. 창업은 성공 가능성만큼이나 실패 위험도 크다. 안정적인 연금소득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은퇴 이후의 생활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은퇴 생활비도 미리 구체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2025년 부부 기준 은퇴 후 최소 생활비는 월 240만원, 적정 생활비는 월 336만원, 여유로운 생활을 위한 생활비는 월 550만원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은퇴자금을 설계할 때는 현재 지출액뿐 아니라 물가 상승과 의료비 증가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연령대별 자산 배분 기준으로 널리 활용되는 것이 ‘100-나이 법칙’이다. 현재 나이를 안전자산 비중으로 두고, 100에서 나이를 뺀 값을 투자자산 비중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40세라면 안전자산 40%, 투자자산 60%로 배분하는 식이다.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낮추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대표적인 사례다. TDF는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과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린다.
연령대 생애주기 주요 목표 100-나이 법칙 안전자산 투자자산 20~30 사회초년기 자산축적 20~30% 70~80% 30~50 사회활동기 자산증식 30~50% 50~70% 50~60 은퇴준비기 은퇴 자금 마련 50~60% 40~50% 60대 이상 은퇴생활기 현금흐름 관리 60% 이상 40% 미만

다만 ‘100-나이 법칙’은 절대적인 원칙이 아니라 참고 기준이다. 개인의 투자 성향과 기대수명, 소득 수준, 목표 수익률, 보유 자산에 따라 비중을 달리해야 한다. 자산 축적부터 은퇴 후 인출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되 재무 상황과 금융시장, 생애주기의 변화에 맞춰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균형 잡힌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은퇴 후에는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비와 보유 자산을 단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필요한 생활비를 산정하는 것이다. 은퇴 후 매월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하고 기대수명까지 필요한 총자금을 추정한다. 기본 생활비와 여가비, 의료비 등을 구분해 계산하면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준비된 자산을 파악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은 물론 예·적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은퇴 시점에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자산을 점검한다.

세 번째 단계는 준비된 자산이 충분한지 검토하는 것이다. 준비자금에서 은퇴 기간에 필요한 총생활비를 뺀다. 결과가 플러스라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은퇴를 준비한 것이지만, 마이너스라면 은퇴 시점을 늦추거나 생활비를 줄이고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은퇴자산 인출 방법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미국의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젠이 1994년 제안한 ‘4% 법칙’이다. 은퇴 첫해에 전체 자산의 4%를 인출하고, 이듬해부터는 전년도 인출액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일정한 자산 배분과 과거 시장 흐름을 전제로 할 때 노후자금을 약 30년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은퇴 시점에 10억원을 보유했다면 첫해에는 4000만원을 인출한다. 물가상승률이 2.5%라면 2년 차에는 첫해 인출액에 2.5%를 더한 4100만원을 인출하는 방식이다. 다만 4% 법칙을 모든 은퇴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은퇴 직후 금융시장이 급락하거나 기대수명이 길어지면 자산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수 있다. 반대로 연금소득이나 임대소득이 충분하다면 금융자산 인출률을 낮출 수 있다. 시장 상황과 자산 수익률에 따라 인출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버킷 전략’은 은퇴자산을 사용할 시기에 따라 여러 바구니로 나눠 관리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틴 벤즈가 제안한 세 가지 버킷 전략이 대표적이다. 첫 번째 버킷에는 은퇴 직후 1~3년 동안 사용할 생활비를 담는다.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해 금융시장 변동과 관계없이 생활비를 꺼내 쓸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버킷은 향후 3~10년 동안 사용할 자금이다. 채권과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중심으로 운용한다. 첫 번째 버킷이 소진되면 두 번째 버킷에서 수익이 난 자산을 현금화해 생활비를 채운다. 세 번째 버킷은 10년 이후를 위한 장기자금이다. 주식형 펀드 등 성장자산에 투자해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하락에 대비한다. 단기간의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충분한 투자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버킷 전략은 단기간에 필요한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장기자산에는 회복과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퇴 직후 주식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손실이 난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은퇴자산 인출 전략이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결국 매월 충분한 연금소득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을 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없다. 은퇴자산 관리의 목적은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필요한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꺼내 쓰면서도 자산이 고갈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






김훈식 NH농협은행 은퇴설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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