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 당하고 나서야 경찰 수사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2026.07.18 07:01
2024년 11월 지인에게 명예훼손 피해를 당한 배모 씨(37)가 자신의 경찰 수사 경험을 전한 내용이다. 그가 직접 이의신청을 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고 나서야 피의자가 협박,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업무방해, 스토킹 등 혐의로 기소될 수 있었다. 배 씨는 “피해를 당하고 나서야 경찰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범죄 피해자들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주간동아와 만난 범죄 피해자와 이들의 대리를 맡아온 변호사들은 지금도 경찰의 자의적인 불송치 결정이나 미진한 수사 탓에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뒤에야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형소법 개정으로 검찰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경찰을 견제할 최후 보루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검사가 직접 나서자…
40대 김모 씨 역시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성적인 욕설을 듣고 고소를 진행했다. 경찰은 구체적 사실적시가 부족하다며 피의자를 모욕죄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사가 스토킹, 명예훼손, 협박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김 씨는 “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경찰 수사관이 모욕죄만 적용 가능하다고 할 때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며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는데 직접 이런 일을 겪으니 검찰 권한이 축소되는 걸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게 됐다”고 말했다.여당은 형소법이 통과되더라도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경찰 수사의 구멍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 범죄를 밝히는 경우도 적잖다.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A 씨는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기소까지 1년 2개월이 걸렸다. 검사가 양측의 배치되는 내용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증거를 찾는 등 수사를 진행한 끝에야 2024년 11월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할 수 있었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동안 피해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치료를 받으며 여러 차례 극단적 시도도 했다. A 씨를 변호한 송지은 법무법인 중현 변호사는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가해자 기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고 피해자 고통도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사가 보완수사에 나서는 경우는 10건 중 4건에 이른다. 대검찰청이 전국 12개 검찰청 소속 검사의 보완수사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3월에는 47.01%, 4월에는 44.28%로 집계됐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 불을 지핀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역시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한 검찰이 보완수사를 진행해 성폭행과 납치를 계획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 밖에도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여수 영아 살해 사건’ ‘김창민 감독 살해 사건’ 등 굵직한 사건 피의자들이 검찰 보완수사권을 통해 더 무거운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만 요구하는 식으로 검찰의 권한이 축소되면 피해자의 진술 기회가 줄어들고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심앤이의 심지연 대표변호사는 “피해자 진술이 중요한 성범죄 특성상 수사 과정에서 이를 한 번 더 들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현재 보완수사권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는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는 송치 기록의 빈틈을 메우는 데도 이용된다”면서 “범죄일람표의 오류, 계좌번호 착오, 범행 일시와 장소 특정, 참고인 확인 같은 사항까지 경찰에 다시 보내면 지금도 지연되는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지고 긴급한 증거는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안전장치 남겨둬야”
취약 계층 피해자를 보호하고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검찰 보완수사권이 유지돼야 한다고 형사 전문 변호사들은 말한다. 재산 범죄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채은 법률사무소 로앤이 대표변호사는 “검찰도 과거 분명 잘못한 일이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경찰이 검찰을 대체할 수 있는 수사 능력과 법 적용 및 해석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라며 “역량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막연히 수사권을 모두 경찰에 주는 게 책임감 있는 개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법률사무소 한바다의 박은서 변호사는 “유사한 범죄 혐의를 두고 경찰서에 따라 송치 여부가 달라지는 등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생기는 문제가 지금도 많은데, 마지막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아예 사라진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최소한이라도 검찰이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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