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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in 파크골프]트로트 가수 선경, 어머니의 한 걸음이 만든 인생 2막

2026.07.19 03:07

타이 시암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학동문파크 골프 최강전에 참여한 선경 선수 모습

파크골프는 이제 단순한 생활체육을 넘어, 사람의 사연과 가족의 시간을 품는 운동이 되고 있다.

트로트 가수이자 방송 리포터로 활동 중인 선경(본명 임선경·1982년생)의 파크골프 입문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가족사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대 중반에 파크골프에 뛰어든 그는 기록이나 유행이 아닌, 오롯이 어머니를 향한 마음으로 클럽을 잡았다.

선경에게 어머니는 각별한 존재다. 그가 다섯 살이던 때, 어머니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서 몇 개월을 버텨야 할 만큼 큰 위기를 겪었다. 당시 사망선고까지 나올 정도로 상태가 위중했고, 몇 차례 대수술 끝에 허벅지에서 골반까지 이어지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몸은 40kg대에서 90kg대까지 부을 만큼 혹독한 시간을 견뎌야 했고, 이후 18년 동안 철심을 몸에 지닌 채 살아야 했다. 철심을 제거한 뒤에도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삶은 어린 선경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았다.


아버지와 가족의 용기, 위로 속에 기적처럼 다시 일어선 어머니 곁에서 그는 누구보다 일찍 가족의 아픔과 삶의 무게를 배웠다. 그래서인지 선경에게 어머니는 단순한 가족을 넘어, 삶의 방향을 정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수술과 재활을 겪은 어머니는 한동안 운동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그러던 중 재작년 우연히 파크골프 방송을 접했고, 연세가 있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후 “파크골프를 한번 쳐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선경은 그 말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혹시라도 다리에 무리가 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어머니 혼자 보내는 대신, 직접 먼저 파크골프에 입문해 곁에서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선경의 입문 시점은 2025년 1월이었다.

선경은 “어머니가 다치실까 걱정돼 제가 먼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단순히 곁에서 도와드리려는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파크골프가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묶어주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성이 다른 3대 가족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우측부터 선경, 어머니, 조카)

선경의 2살 아들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크골프채를 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파크골프는 예상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어머니와 선경, 그리고 조카까지 함께하는 ‘성이 다른 3대 가족’의 특별한 풍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하나의 운동으로 연결되는 이 모습은 선경 가족만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여기에 두 살배기 아이까지 자연스럽게 파크골프를 접하며, 가족 안에서 세대를 잇는 운동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어머니는 현재 문경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을 지키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이 나면 파크골프를 즐기고, 선경은 어머니뿐 아니라 어머니 친구들, 또 그 남편들까지 함께 어울리며 전국 파크골프장을 찾는다. 구장 예약을 돕고, 이동 동선을 챙기고, 때로는 여행과 맛집 탐방까지 곁들이며 가족과 지인들의 시간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

선경은 “파크골프를 칠 수 있다는 건 아직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르신들에게 파크골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여행과 사람, 웃음을 함께 주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경 어머니, 아버지를 포함하여 어머니 친구 내외분까지 함께 파크골프도 즐기며 가이드 역활을 하고 있다.

선경의 일상은 누구보다 분주하다. 목·금·토·일은 방송과 행사 일정으로 바쁘게 보내고, 월·화·수는 학교에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한다. 현재 그는 문경대 외식조리파크골프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 학기 기준 18학점만 이수하면 되지만, 낮에는 파크골프를 배우고 밤에는 한식과 제과제빵 과정을 병행하며 총 24학점을 이수 중이다. 여기에 더해 어르신들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현장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간호 및 응급처치 교육의 필요성을 학교에 적극 건의할 만큼 학업에도 진심이다. 향후에는 노인복지와 사회복지 분야까지 학업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그의 시선은 단순히 ‘파크골프를 잘 치는 선수’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파크골프를 시니어 건강, 여행, 식사, 안전, 돌봄과 연결된 하나의 생활 플랫폼으로 바라본다. 구장 예약을 도와주고, 이동을 챙기고, 건강 상태를 살피고, 식사까지 연결하는 이른바 ‘즐거운 파크골프 인솔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언젠가는 15인승 미니버스를 대절해 어르신들과 함께 전국 파크골프장을 다니며, 운동과 여행, 건강관리와 음식이 어우러진 새로운 시니어 라이프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는다.

선경에게 부모님 다음으로 고마운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은 현재 문경대에서 그를 가르치고 있는 배준필 교수다. 선경은 진정해야 할 때와 용기를 내야 할 때를 구분해주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교육적으로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배 교수 덕분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한 사람은 SBS 1기 개그우먼 정은숙이다. 정은숙은 현재 파크골프 행사 MC로 활약하고 있는데, 선경에게는 결혼식 사회를 맡길 정도로 가까운 오누이 같은 사이다. 방송과 무대에서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선경이 어머니를 계기로 파크골프에 입문하면서 두 사람은 이 세계에서 다시 조우하게 됐다. 가족을 향한 마음이 이끈 파크골프가 오래된 인연마저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이어준 셈이다.

무엇보다 선경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출발점이 ‘성공’이 아니라 ‘효심’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건강하게 걸으며 운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웃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더 나아가 시니어 세대가 보다 안전하고 즐겁게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금의 선경을 움직이고 있다. 그는 파크골프를 통해 단지 공을 치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살피고 함께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무대 위 트로트 가수, 현장의 방송 리포터, 그리고 파크골프로 시니어의 건강과 행복을 고민하는 젊은 실천가. 선경의 클럽은 단지 공을 보내는 도구가 아니다. 가족을 향한 마음에서 시작해, 더 많은 사람의 삶으로 이어지는 연결선이다. 파크골프가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이자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는 그의 꿈은 오늘도 구장 위에서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edd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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