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너의 얼굴 다 잊을게》로 돌아온 '감성 장인' 이소라
2026.07.18 13:00
성대결절과 긴 공백을 딛고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
"해는 어느덧 저물어져 별빛으로 물든 밤 여린 마음은 오늘도 네게 허물어져." 서정적 현악 선율 위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아련한 가사가 음표를 타고 춤을 춘다. 감성 싱어송라이터 이소라가 최근 발표한 신곡 《너의 얼굴 다 잊을게(summer breeze)》 단 한 곡이 주는 깊은 울림이 뜨거운 여름밤, 선선한 파동을 일으킨다. 2019년 1월 발매한 싱글 《신청곡》 이후 약 7년 만이다.
잔나비와 합작한 슬픈 사랑 이야기
그간 가을과 겨울의 쓸쓸함을 주로 노래해온 이소라가 이번 곡에서는 한여름 밤의 감성을 노래한다. 청량하고 애틋한 여름의 색채가 인상적인 이 곡은 앨범 크레디트 또한 명품이다. 정지찬이 총괄 프로듀싱을, 조규찬이 보컬 디렉팅을 맡은 가운데 작곡 및 편곡에는 잔나비 최정훈·김도형이 나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소라와 잔나비는 서로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는 음악계 선후배 사이지만 평소 막역하다 할 정도의 친분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봄 공연 중 "여름에 사랑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라는 영감을 받은 이소라가 평소 눈여겨보던 잔나비 최정훈에게 곡을 의뢰했고, 잔나비는 기꺼운 마음으로 작업에 참여했다. 서정성이 극대화된 선율 위로 이소라 특유의 나긋하면서도 담담하고, 아련하고도 아름다운 음성이 곡의 분위기를 배가한다.
《너의 얼굴 다 잊을게》의 작업 스토리는 최정훈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자세히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두 사람은 올봄애 첫 통화를 했다. 이소라는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잔나비에게 곡을 부탁했는데, 당시 그는 최정훈에게 "슬픈 노래 하나 만들어보자. 그리고 신비로웠으면 좋겠어"라고 했고, 최정훈이 "약간 마이너한? 몽환적인 느낌 말씀이신가요"라고 되묻자 "아니, 그냥 신비로운 거"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정훈은 "통화 이후 한동안 그 자리에 벙하니 있었지만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며 이소라의 요청 자체가 곡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무려 이소라 선배님의 곡을 쓴다는 상황 그 자체가 신비로움 그 자체였으니까"라고 적어 특별한 협업의 감동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게 완성된 곡의 가사는 이소라가 직접 썼다. 여름밤의 공기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인 노랫말로 표현해 한 편의 영화 같은 감성을 연출했다. "어렵게 꺼내 본 인사에 혀끝으로 짧은 말 너무 담담한 말투에 내 맘 또 무너져" "다 내가 만든 밤 다 내가 만든 말 이러다 이대로 숨이 막혀 눈물이 차올라 나 혼자 운다" "너의 얼굴 다 잊을게 너의 얼굴 다 잊을게 나도 모를 꿈에서 깨" 등 최근 음원 차트를 가득 메운 곡들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한 편의 서정 시구 같은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이 짙다.
이소라 또한 최근 유튜브 채널 《성시경의 부를텐데》에 출연해 신곡 작업 과정을 돌아봤는데, 그는 "노래를 받고 잠들어 있던 감성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곡의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고독과 외로움에 깊이 몰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비주의 넘어 더 친근하고 가까이
이소라는 보컬그룹 '낯선 사람들'의 멤버로 1993년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95년 솔로로 전향해 《난 행복해》를 시작으로 《청혼》 《그대 안의 블루》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기억해 줘》 《바람이 분다》 《Track 9》 등 수많은 명곡을 발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대체 불가능한 보컬리스트로 사랑받고 있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장장 6년간 KBS 음악 토크 프로그램 《이소라의 프로포즈》 MC로 활약하며 매주 좋은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했다.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며 과거의 명성에 기대지 않은 현재형 음악 활동을 이어간 그는 2010년대에는 MBC 《나는 가수다》로 강렬한 기억을 안기고, JTBC 《비긴 어게인》을 통해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을 선사했다. 이따금씩 등장할 때마다 보여주는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음악 외에 좀처럼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던 그였지만 올해 들어선 특별한 변주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올해 3월13일 데뷔 이래 최초로 공식 유튜브 채널 《이 소 라》를 오픈하고 매주 금요일 '이소라의 첫봄'을 선보이고 있는 것. 채널은 첫 회 문상훈을 시작으로 김장훈, 선우정아, 궤도, 이찬혁, 박성준, 코드 쿤스트, 구교환 등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를 초대해 활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담담하고 진중하게 나누고 있다.
여기서 이소라는 게스트의 신청곡 가창 또는 듀엣을 통한 고품격 라이브를 하며 음악 토크 콘텐츠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숨소리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이소라표 라이브라는 강력한 차별점은 이 콘텐츠의 화룡점정이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로 확보한 MC로서의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도 유튜브라는 라이트한 채널을 통해 보다 인간적인 면모로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며 반가움을 사고 있다.
다년간 이어진 두문불출 경험으로 인해 신비주의로 비쳤던 그간의 모습과 사뭇 달라 신선함을 주는데, 그는 7월15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그간 알리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유난히 길었던 공백의 이유는 성대 결절이었다. 이소라는 9년 전 《비긴 어게인》 촬영 당시를 언급하며 "바람이 너무 찼다. 혼자 한참 뜰에 앉아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이상하더라. 그게 성대 결절이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노래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의사에게서 '안 좋다'는 말을 듣는 일 자체가 두려워 병원도 가지 않은 채 6년간 칩거 생활이 이어졌다. 미리 계약돼 있던 연례 공연 외에는 집 밖으로 나서지도 않았고, TV 속 남들의 좋은 모습을 보며 오히려 모든 걸 피하게 됐다고. 길어진 칩거 생활에 건강도 나빠졌다. 급기야 100kg에 육박할 정도로 체중이 늘고 혈압이 190에 이르자 이소라는 "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성시경의 부를텐데》에서 "7집 앨범 때부터 내가 이 별에서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그때부터 노래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노래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한 이소라. 마음 같지 않던 상황과 현실에 남모를 고통의 시간도 길었지만, 끝내 이겨내고 다시 새 마음으로 시작된 이소라의 음악은 어쩌면 그래서 더 애틋한지도 모르겠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오랜 시간 잊지 않고 내 음악을 기다려준 팬들과 작업에 힘을 보태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많이 노래할 테니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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