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 굴기의 가장 결정적인 비밀
2026.07.18 11:16
이러한 압도적인 성장을 마주할 때 흔히들 막대한 국가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 시장 덕분이라고 단편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 산업이 이룩한 기적의 핵심에는 거품을 배제하고 실물 경제에 집중하는 치밀한 장기 전략과 탁월한 역량 및 안목을 갖추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해 온 지도자들의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명운을 바꾼 세 명의 주역이 보여준 통찰과 결단은 중국 산업 굴기의 가장 결정적인 비밀이라 할 수 있다.
첫째, 100년 내연기관의 역사를 뛰어넘어 '완다오차오처(커브 길에서 추월함)' 전략으로 중국 전기차 굴기를 설계한 완강 전 과학기술부장이다. 독일 아우디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주룽지 총리에게 "내연기관으로는 서방을 이길 수 없으니 전기차로 승부를 걸자"며 패러다임을 뒤집는 역발상을 제안했다.
놀랍게도 그는 비공산당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어 무려 11년간 장기 재직하며 국가의 일관된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보조금 지급과 '십성천량(10개 주요 도시 1천 대 우선 구매)'을 통한 초기 시장 창출, 외국 배터리 기업을 배제한 화이트리스트 적용, 생산을 강제하는 더블 크레디트 정책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특히 테슬라에 예외적으로 100% 지분을 허용한 '메기 정책'은 안주하던 자국 기업들에 생존을 위한 뼈를 깎는 혁신을 강제한 신의 한 수였다.
둘째, 중국 제조업의 심장에 스마트 혁신의 불을 지핀 헤닝 카거만 전 SAP 회장이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창시자인 그는 리커창 총리의 간곡한 초청으로 중국에 건너가, 무려 6개월 동안 전국 수백 개의 기업과 대학을 무료로 순회하며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아낌없이 전수했다.
평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애독하며 밤하늘의 샛별을 이정표 삼았던 세계적인 석학의 가르침을 중국은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묵인 속에서 불타오른 중국의 거대한 학습 의지는, 오늘날 중국이 세계 등대공장의 절반과 글로벌 제조업 부가가치의 3분의 1을 장악하는 경이로운 결과로 피어났다.
셋째, 화려한 성장 이면에서 묵묵히 경제의 체질을 뜯어고친 공급측 구조개혁의 설계자 류허 전 부총리다. 그는 당장 환영받기 쉬운 단기적인 돈 풀기 부양책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쳤다. 대신 "장기적인 고통을 피하려면 단기적인 진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장통단통(長痛短痛)'의 결연한 철학 아래, 과잉 설비와 부채를 도려내는 혹독한 개혁을 주도했다.
그가 관철시킨 '3거1강1보(과잉제거·비용인하·신기술보충)' 정책의 뚝심 위에, 정부가 직접 투자자로 나서는 '허페이 모델'과 첨단 기술 증시 '커촹반',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는 '천인계획'이 더해지면서 오늘날 중국 첨단 산업의 견고한 뼈대가 완성될 수 있었다.
이러한 탁월한 리더들의 헌신 위에서 국가의 파격적인 지원 제도가 시너지를 냈다. 기술 성과 수익의 절반 이상을 연구자에게 돌려주고, 실력 있는 기업에 국가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맡기는 효율적 육성 방식이 뒤따랐다. 시진핑 주석의 '신질생산력'이나 리커창 총리의 '방관복(규제 완화)' 정책은 화웨이, 비야디(BYD), 딥시크(DeepSeek) 등 중국의 기업들이 서방을 놀라게 하는 굴기를 이루는 토양이 되었다.
그러나 이 위대한 굴기는 서방과 세계 질서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는 짙은 그늘을 함께 드리우고 있다.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독점한 기술 무기화 전략에 더해, 조만간 범용 반도체 시장의 50~70%를 장악해 세계 방산과 주요 산업의 숨통을 쥘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중국표준 2035'를 통해 글로벌 산업 표준 그 자체를 중국에 종속시키려는 거대한 설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산업판도에서 다가오는 중국천하 시대(팍스 시니카)의 거센 파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 돌파구는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선 '투명성'과 '신뢰'에 있다. 막대한 자본과 인재를 쏟아붓는 중국조차 절대 추월하지 못하는 초격차 기업들(ASML, TSMC, 엔비디아)의 성공 방정식은 바로 철저한 경영적 투명성과 지적 정직함이다. 필립스의 창업 정신에서 비롯된 이들의 무형 자산은 불투명성과 비밀주의에 갇힌 중국 생태계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다.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산업 재편의 시대를 맞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배터리 여권 등 투명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다. 중국을 압도하는 투명한 신뢰 기반의 구축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제품상의 탄소 발자국, 노동 및 인권 관련 검증 시스템이 일면 중국을 우선적으로 겨냥한 제도임에도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에 비해서도 시스템 구축이 늦어지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
부처간, 대중소기업간 공급망 검증 파편화를 극복하고 정부와 기업이 하나로 뭉쳐, '국가적 신뢰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 그것만이 다가오는 투명성 패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전 세계 산업 대전환을 올바르게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평희: 전KOTRA 글로벌 연수원장, 숙명여대 경영학부 객원교수(현), <중국산업굴기의 비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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