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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시장, 일제 독점 깨졌다…국산 53개 중소기업이 시장 절반 차지

2026.07.18 06:01

“전에는 파크골프장 가면 온통 일제 채만 보였는데, 요즘은 국산이 절반 넘게 보입니다. 직접 쳐보니 나무 결이나 타구감도 일제에 전혀 밀리지 않고 쓸 만해요.”

10년 넘게 파크골프를 쳐왔다는 기업인 이정수(67)씨는 최근 전국 파크골프장에 불어닥친 변화를 이렇게 전했다. 과거 90% 이상을 싹쓸이하던 일본 브랜드의 독점 장벽이 무너지며, 국산 브랜드가 전국 파크골프장 필드를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지난 6~7년간 파크골프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 수는 2019년 약 4만5000명에서 2025년 25만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고, 전국 실외 파크골프장 수 역시 2019년 226개소에서 현재 579개소로 2.5배 늘며 급팽창했다. 현재 파크골프 용품 시장 규모는 약 300억~4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될 정도로 커졌다. 초기 시장은 혼마와 같은 일본 제품이 장악했지만, 점차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2023년 46개에 불과했던 공인 브랜드 수는 현재 71개로 늘어났는데, 이 중 75%에 달하는 53개가 국내 업체다. 2019년 이전 단 3개에 불과했던 국산 브랜드가 시장 급팽창에 힘입어 몇 년 새 17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 수입 브랜드와 국산 브랜드의 시장 비율이 현재 4대6 수준으로 역전됐다고 보고 있다.

파크골프장을 찾은 동호인들이 다양한 클럽을 들고 서 있다. /조선DB

◇국산 파크골프채 약진… 시니어 취향 저격한 ‘원데이 칼수리’와 라인업 다변화

10년전만 해도 국내에는 시장에 쓸 만한 국산 대안이 없었다. 동호회 내 ‘일제 맹신’ 분위기에 휩쓸려, 현지 가격 100만 원 선인 일본산 채가 국내 수입만 되면 150만~200만 원대까지 치솟는 프리미엄 기현상도 부지기수였다. 독점 판세는 쓸 만한 국산 제품들이 나오면서 깨지고 있다. 2019년 이전 2개사에 불과했던 국산 채(클럽) 제조사는 2026년 기준 24개사로 늘었다. 이들은 독자적인 원목 건조 공법과 하이브리드 접합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하며 일제와의 품질 격차를 바짝 좁혔다.

일본산 대비 합리적인 가격은 입문자들을 끌어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입문용 클럽 세트의 경우 일본산 브랜드 제품이 최하 50만 원대를 호가하는 반면, 피닉스(PHOENIX)나 브라마(BRAMA) 같은 국산 브랜드는 20만~30만 원대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상급자용 최고급 라인에서도 가격 차이는 확연하다. 혼마(HONMA)나 니탁스(NITTAX) 등 일본 명품 브랜드의 초고가 라인이 200만~500만 원을 호가하는 것과 달리, 국산 최고 사양 클럽은 절반 이하인 90만~130만 원 선이다.

여기에 주 소비층인 시니어들의 성향을 파고든 신속한 수리(A/S)가 쐐기를 박았다. 일본 브랜드의 고질적인 단점은 사후 관리였다. 헤드가 깨지거나 샤프트가 부러지면 본사가 있는 일본으로 제품을 보내야 해 수리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되곤 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전국 거점 대리점을 통해 접수 즉시 하루 만에 해결해 주는 ‘원데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자개 문양을 덧댄 200만~300만 원짜리 국산 초고가 하이엔드 라인까지 등장해 성능과 감성 영역 모두에서 일제를 빠르게 대체하는 추세다.

2026년 현재 국산 1위 피닉스는 영업이익 30억 원을 돌파하며 국산화 바람을 리드하고 있다. 브라마골프와 볼빅 역시 가세해 일제 브랜드의 지분을 맹렬히 뒤쫓는 형국이다.

파크골프채. /조인원 기자

◇미국·유럽엔 없는 ‘아시아 국한 시장’… 일반 골프채 시장과 다른 역학 구조

파크골프 용품의 국산화 돌풍은 일반 골프채 시장의 구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국내 일반 골프채 시장은 외산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독점하고 있으며, 국산 브랜드 점유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유독 파크골프 시장에서만 토종 강소기업들이 선전하는 비결은 파크골프만의 독특한 시장 구조에 있다. 파크골프는 미국이나 유럽에는 종목 자체가 없다. 글로벌 거대 스포츠 자본이 진입하지 않은 블루오션인 셈이다.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의 거의 전부인 상황이다 보니, 체급 차이가 크지 않은 일본의 일부 수제 목공 브랜드와만 경쟁하면 된다.

장비의 본질이 첨단 신소재 공학이 아닌 ‘전통 목공예’ 영역인 점도 토종 기업들에 기회가 됐다. 일반 골프채 시장은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과 대규모 설비가 필수적인 복합소재 공학 영역이라 국내 중소기업이 자본력으로 따라잡기 어렵다.

반면 파크골프채는 감나무나 단풍나무 등 ‘목재’ 헤드가 핵심이다. 대규모 소재 기술 경쟁이 아닌 정밀 목재 가공 기술 중심의 경쟁이다 보니, 국내 강소기업들이 틈새 영역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빠르게 기술 역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파크 골프 즐기는 시민들. /뉴스1

◇클럽·공 넘어 소품까지 영토 확장… 중국산 ‘원산지 세탁’은 과제

국산화 바람은 골프채뿐만 아니라 다른 필수 장비와 용품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1개에 불과했던 국산 공(볼) 제조사는 2026년 기준 12개로 늘었다. 전용 가방, 마커, 장갑 등 필수 용품도 국산화가 한창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터치 파우치나 허리 보호용 실리콘 공 집게처럼 시니어 맞춤형 편의 소품 시장에도 국내 업체들이 진입하고 있다.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저가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한 뒤 국산 브랜드로 속여 파는 ‘원산지 세탁’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청 세관 당국이 이러한 허위 표시 행위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적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 피해를 막고 막 기틀을 잡은 국산 브랜드의 대외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당국의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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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찬 기자 originali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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