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못한 ‘폰 회사’가 약세장에선 대장주네 [트럼프 스톡커]
2026.07.18 11:01
애플 시총 5조弗 육박...장중 엔비디아도 추월
시리 등 AI 투자 부진이 조정장에서 강점 부각
메모리 급등 틈타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 꾀해
‘거품론’ 반도체주 후진 속 M&A, 中 공략 모색
오픈AI 경쟁작은 중대 변수...9월 새 CEO 주목
애플, 1년여 만에 장중 엔비디아 시총 제쳐...AI 투자 부진이 조정장에선 강점으로 부각
엔비디아와 애플의 주가 향방을 가른 것은 AI 투자와 실익에 대한 월가의 평가다. 최근 월가는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AI 투자 지출을 이미 크게 늘렸기에 그 증가세가 당분간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인프라 투자액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 당연히 이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한풀 꺾일 수 있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발표한 자본지출(CAPEX) 계획 총합만 최대 7500억 달러(약 1125조 원)에 달한다.
이날은 중국 스타트업 문샷이 최근 공개한 저비용 오픈소스(무료) AI 모델 ‘키미 K3’도 AI 빅테크와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 됐다. 월가에서는 중국 AI 모델들이 오픈AI나 앤트로픽의 상위 모델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부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부동의 시총 1위 상장사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같은 해 10월 29일에는 AI 투자 열풍을 타고 시총 규모가 역사상 최초로 5조 달러(약 7500조 원)를 넘었다. 지난해 말과 올초 이른바 ‘거품론’에 휩싸이며 한 차례 조정을 받은 엔비디아는 4월 24일 다시 한 번 시총 5조 달러 벽을 넘어섰다. 이 기간 잠깐이나마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했던 기업은 애플이 아니라 AI 모델 ‘제미나이’와 자체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를 앞세운 알파벳이었다.
그 사이 애플은 시장에서 AI 시대에 한물간 기업으로 취급받았다. 애플은 당초 지난해 AI 비서 서비스인 차세대 ‘시리(Siri)’를 출시하려다 해당 시기를 올해로 연기했다. 이 여파로 애플은 1월 7일 알파벳에도 시총 규모가 밀리며 전체 3위로 주저앉았다. 애플의 시총이 알파벳에 추월당한 것은 2019년 1월 29일 이후 7년 만에 처음이었다.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고(故)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어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CEO도 15년 만에 교체 대상이 됐다. 오는 9월 1일부터는 하드웨어 기술자 출신인 존 터너스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부사장이 애플을 이끌 예정이다.
과잉 투자론에 반도체주 뒷걸음질 치는 사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 꾀해
이달 8일 블룸버그통신은 7일 주가(196.93달러)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에 그쳐, 2019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올 들어 최대 실적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월가는 주가가 당분간 이에 연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애플의 주가는 맥·아이패드 등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힌 지난달 25일 275.15달러에서 이달 17일 333.74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수익률이 한 달도 안 돼 21.3%에 이르렀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총 규모도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 상승에는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점이 외려 호재로 반영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자제한 점에 월가가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뜻이다.
제품가 인상을 유발한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 현상도 애플에 반드시 불리한 조건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공급망이 취약한 다른 중저가 브랜드를 시장에서 밀어내 장기적으로 애플의 점유율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투자자들은 올 9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 아이폰이 애플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애플도 최근 협력업체에 올해 폴더블 아이폰 생산 목표를 종전 700만∼800만 대에서 약 1000만 대로 늘려 준비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매출과 순이익 역시 15%, 17%씩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잉여현금흐름(FCF)도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난 1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 최근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두 곳과도 칩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방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 기업으로 지정한 ‘1260H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다. 애플의 중국산 반도체 구매를 정부가 공개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나, 보이지 않는 정치적 장벽은 분명히 존재한다. 쿡 CEO는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에게 해당 거래 때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파장을 완화해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애플이 CXMT와 YMTC에서 반도체를 구매하면 애플의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는 현 3곳에서 5곳으로 늘어난다. 현재 애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에만 의존하고 있다.
AI 포기는 아냐...맞춤형 반도체, M&A, 中 공략 등 각종 시도 지속
구체적으로 애플은 2023년부터 시작한 브로드컴과의 맞춤형 반도체(ASIC) 협력 관계를 최근 2031년까지로 연장했다. 또 브로드컴과 300억 달러(약 45조 원) 규모의 다년 계약을 맺고 150억 개의 미국산 칩을 생산할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이번 계약이 지난해 출범시킨 ‘미국제조프로그램(AMP)’ 협약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소개했다. 브로드컴은 이에 따라 15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를 들여 애플의 무선 통신 부품을 생산하는 미국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의 제조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다.
쿡 CEO는 이달 8일 “중요한 프로젝트를 지원해준 대통령과 행정부에 깊이 감사한다”며 이 협력 사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미국 반도체 산업 부흥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 등 애플의 핵심 제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협박에 떠밀려, 지난해 8월에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4년간 자국 내에 6000억 달러(약 900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나아가 15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AI 반도체 기업 인수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현재 내부 AI 서버를 자체 개발한 ‘M2 울트라’ 칩으로 구동하고 있으나, 성능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트라’라는 코드명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서버 반도체도 올해 출시하려다가 일정을 미뤘다. 애플은 올해 초에도 이스라엘 스타트업 Q.ai를 20억 달러(약 3조 원)에 인수한 바 있다.
15일에는 중국에서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를 승인받기도 했다. 이로써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원(Qwen)’과 바이두의 서비스가 애플 인텔리전스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는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가 처음 발표된 지 2년 만이다.
오픈AI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은 중대 변수...9월 존 터너스 신임 CEO 시대 주목
시장은 이에 더해 애플 주가의 주요 변수로서 오픈AI의 하드웨어 산업 진출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오픈AI가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의 스타트업 io를 인수하고 애플 출신 인력 400명 이상을 흡수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스마트 스피커 등 비(非)스마트폰 제품을 내년에 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할 제품까지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가 하드웨어 시장에 바로 진출하는 상황은 애플에는 상당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AI 기술 격차가 15년 이상 휴대폰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아이폰 시대를 자칫 끝장낼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에 애플은 급기야 이달 10일 오픈AI와 이 회사로 자리를 옮긴 전직 자사 임직원 2명 등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내용은 애플에서 24년간 일하며 아이폰·애플워치의 제품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지냈던 탕 유 탄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와 애플에서 8년간 선임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던 창 리우가 내부 기밀 정보를 탈취해 오픈AI로 이직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이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오픈AI는 차기 하드웨어 제품 디자인에 애플의 기술을 포함하지 못하게 된다.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대표적 빅테크 애플의 주가 상승세가 얼마나 더 갈지는 불분명하다. AI 과잉 투자 논란을 발판으로 워낙 단기적으로 가파르게 치고 오른 만큼, 반대 논리가 월가에 확산할 경우 시총 최상위주 지위를 금세 다른 기업에 내줄 수도 있다. 관건은 애플이 실적 개선과 주가 방어에 성공하면서, 적은 투자로도 ‘AI 지각생’ 꼬리표를 뗄 수 있는가다. 무엇보다 9월 터너스 신임 CEO 취임 이후 재편될 애플의 장기 미래가 주가 향방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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