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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이초 사태 3년 맞았지만…교사 94% “교권침해 여전”

2026.07.18 12:01

[서울경제·교총 교사 225명 공동 설문]
제도 정비 불구 체감효과 미미
교보위 인정 침해도 지난해만 3776건
수업 차질 초래…다른 학생들 학습권까지 침해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 2024년 7월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1주기 추모식’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수도권 한 중학교에서 임용 1년 차 교사였던 김서연(가명)씨는 수업을 할 때마다 학생 박준호(가명) 군의 성희롱성 발언에 시달렸다. 바느질 실습 지도를 위해 다가선 김 씨에게 박 군이 바늘과 실을 들어 보이며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노골적인 희롱에도 학부모로부터는 “남학생들은 원래 그렇다” “여자 선생님이 잘못한 것 아니냐”는 항의만 돌아왔다. “교장에게 학급 관리를 못 한다고 말하겠다”는 압박도 이어졌다. 당시 박 군의 담임이었던 이현우(가명) 씨는 “학생에게 내려졌던 처분은 출석정지 이틀이 전부”라고 털어놨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 부담이 교권 보호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됐지만 3년이 지나도 현장의 교육활동 침해는 여전히 일상에 가까웠다. 16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034건의 전국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정된 교육활동 침해는 3776건에 달한다. 침해 형태도 모욕·명예훼손 1097건(29.1%),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 및 의도적 교육활동 방해 1057건(28.0%), 상해·폭행 561건(14.9%)이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했다.

교사들은 “교육활동 침해가 피해자 개인의 고통을 넘어 수업 차질과 학습권 침해, 보호 절차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24년 중학교 교사 김서연(가명) 씨의 수업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던 박준호(가명) 군은 담임 이현우(가명) 씨의 교실까지 뒤흔들었다. 이 씨는 박 군의 출석정지 처분이 과하다는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 쉬는 시간마다 항의를 듣고 경위서를 썼고 주말에는 무인점포에서 담배를 피우던 박 군을 데려가달라는 경찰의 전화까지 받았다. 이 씨는 “휴대폰 진동만 울려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며 “정상적으로 수업을 준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는 피해 교사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흔들고 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직 교사 225명 중 212명(94.2%)은 ‘최근 3년간 학생이나 보호자로부터 교육 활동 침해를 직접 경험했거나 동료 교사의 피해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178명(79.1%, 복수 응답)은 ‘문제 학생에 대응하느라 다른 학생을 지도할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 씨는 “체력이 100이라면 문제 학생 한 명에게 80~90%를 쓰고 나머지 10%로 다른 학생 29명을 돌봐야 했다”고 했다.

‘수업 분위기를 회복하기 어려웠다’는 응답도 123명(54.7%)이었다. 초등학교 교사 최미화(가명) 씨는 아동학대 신고를 우려해 욕설을 하는 4학년 학생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했다. 그러자 “영상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겠다”는 조롱이 교실에 번졌고 최 씨는 트라우마로 5년째 담임을 맡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교사 김준희(가명) 씨 역시 학생에게 벌점을 부과한 뒤 1년 내내 괴롭힘을 당했다. 해당 학생은 다른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대답하지 말라”고 위협했고 김 씨에게 지우개를 던져 분리 조치를 당하자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소리쳤다. 김 씨는 “학생들이 모두 문제 학생의 눈치를 보면서 학급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권보호위원회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교육 활동 침해를 직접 경험한 교사 123명 중 101명(82.1%)은 교보위를 신청하지 않았거나 관련 절차를 밟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보위 운영 주체를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옮기고 개최 의무를 강화했지만 피해 교사 대부분은 여전히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보복 우려였다. ‘보복성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가능성’을 꼽은 응답이 126명(58.9%, 복수 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처분이 서면 사과 등 경미한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 또한 적지 않았다. 학교 이미지를 이유로 교보위 개최를 꺼리는 분위기도 여전했다. 최 씨는 “교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 오히려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무능한 교사’로 낙인찍힌다”고 했다.

교보위에서 침해가 인정돼도 사후 지원은 상담에 치우쳤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피해 교원 보호 조치 4317건 중 심리상담 및 조언이 2879건(66.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법률 지원은 5건(0.1%)에 불과했고 교사 희망으로 미조치된 사례도 759건(17.6%)이었다.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교사들은 교육적 판단보다 학부모 반응과 아동학대 신고 가능성을 먼저 살피게 됐다. 초등학교 교사 강지민(가명) 씨는 학생 간 갈등을 중재하다 보호자로부터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아느냐”는 협박을 받은 뒤 학부모와 통화하기 전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미리 기록하고 있다. 강 씨는 “문제가 생기면 결국 스스로를 탓하게 돼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교원들이 바라는 것은 초법적 권한이 아니라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이라며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렸을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응하는 국가소송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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