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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년 만의 국경 개방…스페인과 지브롤터, 장벽 허물다

2026.07.18 08:00

15일(현지시간) 영국령 지브롤터와 스페인 사이 육로 국경 검문소의 울타리가 철거되고 있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서유럽의 마지막 장벽’으로 남아 있던 스페인과 영국령 지브롤터 사이 국경 검문소가 지난 15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완전히 철거되며 118년 역사를 마감했다.

영국 가디언은 같은날 “지브롤터와 스페인을 가로막아 온 육상 국경 통제를 공식 폐지하는 조약이 발효됐다”며 “장벽이 사라지자 지브롤터와 스페인 양측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스페인·유럽연합(EU)이 이어온 협상의 결과다. 지난해 6월 육로 검문을 폐지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진 데 이어 이번 조약이 발효되면서 지브롤터는 사실상 유럽의 국경 없는 이동 체계인 솅겐 지대에 편입됐다.

지브롤터 지도 그래픽 이미지.

지브롤터는 스페인이 자리한 이베리아반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인구 약 4만 명, 면적 약 6.8㎢에 불과하지만 지중해 입구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바다 건너 아프리카 모로코까지의 거리가 약 14.5㎞에 불과해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지브롤터는 수 세기 동안 유럽 열강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유권 분쟁의 무대가 돼 왔다.

지브롤터가 영국의 영토가 된 것은 18세기 초의 일이다. 1704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의 혼란 속에서 영국은 네덜란드와 함께 지브롤터를 점령했다. 이후 1713년 전쟁을 종결짓는 위트레흐트 조약이 체결되며 스페인은 지브롤터를 영국 왕실에 영구히 넘겨주게 된다. 그 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국과 스페인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졌고 영국식 영어와 안달루시아 스페인어가 섞인 ‘야니토’라는 독특한 방언이 생겨나는 등 지브롤터만의 고유한 문화도 자리를 잡았다.

지브롤터는 영국 정부가 파견한 총독이 명목상 국가원수 역할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통치는 의회에서 선출한 수석장관이 이끄는 자치정부가 담당한다. 외교·국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독자적인 정치·행정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유럽의 대표적인 고소득 지역으로 꼽힌다. 2024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6만1700달러(약 9000만원)에 달한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해운 거점인 데다 낮은 세율과 우호적인 기업 환경을 바탕으로 1만5000개가 넘는 기업을 유치했다.

15일 사람들이 지브롤터와 스페인 육로 국경을 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반면 지브롤터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스페인 내에서도 실업률이 높고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약 1만5000명의 스페인 주민이 국경을 넘어 지브롤터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출퇴근 시간마다 국경 검문소에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은 일상이었다.

국경 개방은 이들 통근 노동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지브롤터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인근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국경을 맞댄 스페인 도시 리네아 데 라 콘셉시온의 후안 프랑코 시장은 “우리 도시 기업들은 통상 수입의 3분의 1가량을 지브롤터 고객들에게서 올린다”며 국경 개방을 환영했다.

영국 내에서는 이번 국경 개방이 지브롤터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국제사회는 대체로 영국의 지브롤터 통치를 인정하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는 18세기 이후부터 꾸준히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다만 지브롤터의 영국적 정체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스페인과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면서 지브롤터가 점차 스페인 경제권과 생활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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