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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범’ 몰린 발달장애인, 검찰 보완수사로 혐의 벗어

2026.07.18 01:22

사례로 본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경찰의 불송치각하. 그리고 사건 종료. “아니 왜?” 중소기업을 꾸리는 김모(53)씨는 의아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김 사장은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가 지난 3월 개설한 ‘황당한 불송치 이유 대나무숲’(이하 대나무숲)이란 사이트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변호사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전건송치가 폐지되면서 겪은 일들을 공유하기 위한 사이트”라며 “김 사장처럼 의문이 쌓여 분노를 표출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17 전당대회 이전에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전면 폐지할 태세다. 중앙SUNDAY는 대나무숲에 올라온 내용과 김 변호사가 추가로 언급한 사례들로 전건송치 폐지와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그리고 불거질 문제들을 짚었다. 김 변호사와 서한솔 법무법인 일선 대표 변호사, 정혁주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등에게 분석 의뢰했다.

지난 5월 광주 여고생 납치·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검찰에 송치되고 있는 모습. [뉴스1]
◆사건1 50대 김모 사장=“지난해 가을 제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직원이 1억여원을 횡령했습니다.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5개월을 기다렸어요. 경찰에서 온 연락. ‘불송치각하’랍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검찰에 갈(송치) 필요도 없이 ‘수사의 필요성이 낮다’며 사건을 종결한다는 겁니다. 불송치 통지에는 이유도 거의 적혀있지 않았어요. 횡령 내역을 경찰에 다 제출했는데도요. 10년 전 아버지 회사에서도 1억여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있었어요. 그때는 한 달 만에 검찰로 넘어가 재판까지 갔습니다. 같은 유형의 피해인데 이렇게 다르게 처리될 수 있는지 울화통이 터집니다.”(대나무숲 게시글 추가 취재)

장윤기 사건, 보완수사로 증거인멸 등 밝혀
지난 4월 아동학대 근절 집회 참가자들이 생후 4개월 된 '해든이'(가명)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가 탄 호송차를 막아선 채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원 변호사=“모든 사건은 상대적입니다. 이런 사건은 기사화되지도 않을 만큼 작아 보이죠. 송치는 큰 사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굳이 이 ‘횡령 사건’이 아니더라도, 겉으론 사소한 사건도 당사자에게는 목숨까지 오가는 큰 사건입니다. 평범한 시민과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도 묻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1년 전건송치 폐지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사건은 검찰에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고 피해자가 직접 이의신청해야 합니다. 국민에게 부담을 넘긴 거죠. 이의신청만으로 법 앞에 평등하게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장애인은 이의신청 제도 자체를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의신청서를 제대로 작성하려면 검사가 수사지휘서를 쓰듯 자세히 써야 승산이 있는데, 피해자는 단 몇 줄의 불송치 이유만 보고 추측해서 써야 해요. 대입 논술 난이도는 저리가라입니다.”

◆사건2 20대 이모씨=“전 발달장애인입니다. 2022년 6월.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옆자리 여성과 몸이 닿아 성추행을 의심받았습니다.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 부위 촬영도 했다더군요.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옆 사람을 만지고 사진을 찍으려 했다’ ‘추후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자필 출석각서를 받고서 사건을 동부지검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신체를 촬영했다는 사진은 없었고, 자필 각서를 쓸 능력이 없는 제게 경찰이 작성해 놓은 글을 베끼게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렇게 무혐의 처분됐습니다만….”(본인 입장에서 재구성)

김 변호사=“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실제로 원활히 작동한 사례입니다. 경찰 기록만 검토하고 다시 경찰에 보완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면 최초 수사의 문제를 충분히 밝혀내기 어려웠을 수 있었습니다. 피의자의 진술 영상은 수사 초기에 녹화됩니다. 증거가치가 큽니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증거로 낼 규정이 사라졌습니다. 피의자 보호와 진실 규명에 중요한데도 말이죠.”

그래픽=남미가 기자
◆사건3 38세 배달앱 업주=“손님이 반복적으로 악성 리뷰를 남겼습니다. 매출이 40%나 줄었습니다.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 수사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하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했습니다. 경찰 역시 ‘입증이 어렵다’는 판단을 바꾸지 않으면서 사건은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갔습니다. 1년 넘게, 핑퐁이 따로 없었습니다.”

서한솔 변호사=“제가 경찰 출신입니다. 경찰에서 검찰 보완수사요구를 받으면 요구하는 부분만 맞춰서 형식적으로 해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보완수사요구를 통해 기관 사이에서 기록이 오가면서 책임 소재가 사라지게 됩니다. 경찰에서 넘기면 끝나고 검찰에서 다시 요구하면 끝나는 거죠. 이행 기간을 정한다 해도 강제성이 없어 경찰에서 얼마든지 변명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경찰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 된다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수사팀장이 사실상 검사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역량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그야말로 ‘내부’의 기존 결정을 뒤집지 않으려고 하죠. 기존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 체제의 폐해가 바로 그런 것 아니었습니까.”

◆사건4 전남광주 피살 여고생 유족= “조작되고 은폐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면, 그 재판에서 우리 아이의 억울함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겠습니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면, 그 잘못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피해자 가족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외쳐야 합니까. 만약 피해자가 경찰의 딸이고 가해자가 평범한 시민의 아들이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수사했겠습니까.”(지난 13일 기자회견)

과거 신당역 살인사건 등도 보완수사 성과
2022년에 발생한 신당역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 [연합뉴스]
정혁주 변협 대변인=“이른바 ‘장윤기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치명적 판단 누락과 증거인멸 정황이 암장(暗葬)될뻔한 사례입니다. 수사기관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죠. 정치적인 사건이 아닌 약자 대상 범죄, 민생범죄에는 보완수사권이 필요합니다. 제한적인 보완수사권마저 인정 안 된다면, 전건송치는 유지돼야 합니다. 신당역 살인사건이나,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해든이 사건 등(그래픽 참조)에서 이미 경험했잖습니까.”

그래픽=남미가 기자
◆사건5 40대 박모씨=“살해 협박을 받았어요. 고소장을 냈지만, 불송치 결정을 받았어요. 경찰에서는 검찰에 직접 말하라네요.”

◆사건6 30대 최모씨=“늑골 2개가 골절되는 폭행을 당했는데, 경찰이 단순 폭행으로 검찰 송치를 한 뒤 ‘이미 끝난 일’이라더군요.”

그리고 사건7, 사건8…. 정 대변인은 “어느 수사기관이든 외부 견제에서 벗어나면 사건의 실체가 묻히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형사사법 체계는 국민의 피해 방지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절대적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수사기관 간 권한 배분 문제에만 매몰되면 정작 피해자 보호는 뒷전이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려면 누가 경찰 수사의 부실을 확인하고, 부실한 보완을 어떻게 강제하며, 반복되는 지연을 어디에서 끝낼 것인지 먼저 답해야 한다”며 “지금 국회에 나온 법안 어디에도 그 답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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