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끊고 보도자료 막았지만... <열린순창> 지킨 건 순창 군민이었다
2026.07.17 10:46
| ▲ 전북 순창 지역의 풀뿌리 신문인 <열린순창> 지면에 이색 광고가 화제입니다. (7월 15일 자 4면 전면광고) |
| ⓒ 열린순창 |
요즘 전북 순창 지역의 풀뿌리 신문인 주간 <열린순창> 지면에 실린 이색 광고가 화제입니다. '언론탄압 중단하라', '순창의 바른 언론은 군민이 지킨다'는 내용의 주민들이 십시일반 보낸 응원 메시지와 후원 광고가 지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습니다. 순창군청이 매달 결제하던 신문 구독료와 매일 배포하던 보도자료를 하루아침에 뚝 끊어버린 데 대한 군민들의 응원 광고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3 지방선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열린순창>은 지난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최영일 군수의 친동생 관련 의혹과 선거 펀드 논란 등 단체장 주변을 둘러싼 11건의 검증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한 지극히 당연한 보도였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군수에게 이 펜촉이 꽤나 아프고 얄미웠던 모양입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 시정 요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1차 심의(6월 26일)에 이어 최종 심의(7월 3일)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심의위원회는 "현직 군수와 친인척에 대한 검증 보도는 폭넓게 인정해야 하며,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열린순창>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공무원들이 불편해해서"라는 구차한 핑계
논란은 언론중재위의 1차 기각 결정이 나온 6월 말부터 시작됐습니다. 군청 공보팀장이 신문사를 찾아와 통보한 겁니다. "앞으로 군청에서 신문 끊고, 보도자료도 안 주겠다"라고요. 그리고 임기 시작일인 7월 1일이 되자마자 군청과 산하기관에 들어가던 유료 구독 부수 100여 부는 실제로 모두 해지됐습니다.
군청 측이 내놓은 해명은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 시정 요구를 한 것은 군수 후보자 개인으로서 공직선거법이 보장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며, 이번 행정 조치와는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라는 의견입니다.
순창군청 공보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임기를 시작한 2025년 1월부터 <열린순창> 측에 사실 확인과 반론권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주간지 특성상 왜곡되거나 편파적인 보도가 한 번 나가면 일주일 동안 지역사회에 사실처럼 굳어져 행정이 입는 피해가 막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집국장과 직접 만나 소통을 시도하는 등 조율 노력을 기울였으나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은 공보팀장 권한 내에서 내린 검토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고 보도자료도 주지 않겠다는 건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는 매체에 대한 최소한의 항의 표시"라며 "민선 9기 본격 출범을 앞두고 일방적인 주장만 싣는 편파 매체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 방향을 정립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법률 자문을 거쳐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최근 3개월 치의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식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청 측의 해명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중재 절차나 언론중재위의 공식 판단을 구하기 전에 행정 조치부터 단행한 것은 비판의 목소리를 힘으로 누르겠다는 독선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열린순창> 편집국장은 "구독료와 보도자료 외에도 향후 군에서 집행하는 광고도 끊길 수 있다고 했다"며 "군수 비판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지면 줄었어도, 응원은 더 풍성해졌다
| ▲ <열린순창> 7월 15일자 1면. '최영일 군수 개인 의혹..왜 군청이 나서느냐'는 제목으로 <한겨레 21>과 <연합뉴스>에 실린 관련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
| ⓒ 열린순창 |
기자를 포함해 직원이 5명뿐인 소규모 신문사에 자치단체의 이런 조직적 압박은 엄청난 타격입니다. 실제로 <열린순창>은 정보가 막히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얼마 전부터 신문 면수를 기존 16면에서 12면으로 줄여 감면 발행하고 있습니다.
군청이 신문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순창 군민들이 가장 먼저 움직였습니다. 줄어든 신문 지면에는 '언론탄압 중단하라', '순창의 바른 언론은 군민이 지킨다'며 주민들이 십시일반 보낸 응원 메시지와 후원 광고가 빼곡히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15일 성명을 통해 "언론 보도의 반론권이 미비하거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 기관과 공보담당자가 취해야 할 정상적인 절차는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 등 합법적인 제도적 단계를 밟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식적인 시정 요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비판적 보도에 대해 공무원들이 느끼는 주관적 불편함과 불만을 사유로 예산 지원과 정보 제공을 일방적으로 끊는 것은 행정 절차를 회피한 권한 남용이자 '공보'의 본래 역할을 망각한 처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단체는 ▲ 구독 중단 및 보도자료 제공 차단 조치 철회 ▲ 자치단체 구독료와 홍보비 등에 대한 내부 기준 재정비 ▲ 공보팀 역할 재정립 등을 요구했습니다.
순창군청이 감시와 비판의 펜촉을 꺾으려 할수록 풀뿌리 언론을 지키려는 군민들의 연대는 한층 더 견고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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