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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협력’에 방점 찍은 젠슨 황의 일본 방문…한국과 어떻게 달랐나

2026.07.17 15:55

엔비디아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15~16일 일본 방문 기간 피지컬 인공지능(AI)·로봇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 및 기업과의 광범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황 CEO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막판 합류했고, 6월에는 대만과 한국을 차례로 찾았지만 일본은 방문하지 않아 ‘일본 패싱’ 논란까지 제기된 바 있다.

황 CEO가 일본 방문 기간 보인 광폭 행보는 그의 방한 일정과 유사성이 많았다. 창업 초창기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주력상품으로 회사를 일군 그는 한국에서 PC방을 찾았듯이 일본에서도 게임업계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1990년대 초반 그래픽칩 개발에 실패했을 때 500만 달러 투자를 해줬던 일본 게임업체 세가(SEGA)와 공동 행사를 열고 “세가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엔비디아가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삼성·현대차·LG·SK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치맥’과 ‘삼소(삼겹살과 소주)’ 회동으로 화제몰이를 한 그는 도쿄의 선술집 밀집 지역에서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인들과 ‘꼬치구이 회동’을 했다. 시민들의 셀카 요청에 적극 응하고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와 일본 기업이나 정부 간 논의 의제도 큰 틀에서 AI 분야 협력이라는 점에서 비슷했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방점은 다소 달랐다. 한국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AI 인프라, 피지컬AI·로보틱스까지 두루 논의하며 엔비디아 중심 AI 생태계 전반 확장을 꾀했다면, 일본에서는 실제 제조 현장에 피지컬AI·로봇을 접목하는 데 좀더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엔비디아는 일본에서 신규 피지컬 AI 모델 ‘코스모스 3 엣지’를 공개하고, 후지쓰, 화낙, 히타치, 야스카와전기, 가와사키중공업,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대기업들과 피지컬 AI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가와사키중공업과는 조선소에 투입될 AI 로봇을 함께 만들고 디지털 트윈, AI 에이전트를 접목한 ‘AI 조선소’를 만들기로 했다. 도요타와도 자동차 자율주행은 물론 스마트도시인 ‘우븐시티’ 교통관제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피지컬 AI 주도권 잡기에 나선 엔비디아가 제조·로봇 역량 기반이 탄탄한 일본을 핵심 테스트베드로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 CEO는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 일본의 제조업 기술력을 거듭 높이 평가했다. “메이드 인 재팬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의미한다” “피지컬 AI는 다음 산업혁명의 기초로, 일본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제조문화)를 가진 일본의 제조업 현장에 축적된 노하우와 첨단 피지컬 AI를 결합하면 세계 최고의 로보틱스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등 일본 제조업 수준을 상찬하는 말이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황 CEO의 방일에 맞춰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엔비디아와 일본: 차세대 산업혁명 구축하기’라는 제목의 4분 분량의 일본어 내레이션 영상에서도 “이제 우리는 AI와 과학, 공학, 제조업, 로보틱스의 황금시대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여정에서 일본은 파트너 그 이상인 친구였다”고 밝혔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피지컬 인공지능(AI) 행사에서 서로 포옹하며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모리 강국 한국과 로봇 산업 기반이 탄탄한 일본이 젠슨 방문으로 얻은 실익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이 ‘2030년 피지컬 AI 세계 1강’을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일본과 피지컬 AI 산업 선점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만큼, 일본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황 CEO의 방문을 그동안 추진해 온 ‘자체 피지컬 AI 모델 및 표준 구축’을 발전시킬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플랫폼의 GPU 2만7500장을 확보해, 이를 소버린 AI 프로젝트 ‘노에트라’에 투입하기로 했다. 노에트라는 소프트뱅크, 소니그룹, 혼다 등 대기업 44곳이 출자한 합작 법인으로, 정부도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중이 앞서가는 범용 AI 분야를 따라잡는 대신, 제조 현장 경험과 로봇 산업 기반을 활용한 피지컬 AI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2028년 노에트라 주도 피지컬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가동과 소버린 피지컬 AI 모델 개발, 2040년까지 세계 로봇 시장 30% 이상 점유 등이 주요 목표다.

히로노부 탐바 노에트라 대표는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들이 있는 일본이 미국과 중국의 AI 시스템을 대체하는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도 “일본은 국가 지능을 아웃소싱할 수 없다. 일본은 일본 AI를 소유·개선·확보·배치해야 한다”며 일본의 소버린 AI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소버린 AI 시장은 엔비디아가 매출 고객 다변화를 위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이 확보하기로 한 베라 루빈 규모는 단일 국가 차원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한국은 지난해 엔비디아 GPU 26만장을 확보했는데, 베라 루빈의 이전 세대인 블랙웰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황 CEO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가죽재킷을 맞춰 입고 나오는 등 엔비디아와 ‘코드 맞추기’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15일 일본 도쿄의 한 음식점 앞에서 취재진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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