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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경제 효과’ 환상인가, 실리인가…안갯속 경마장 유치전 [오상도의 경기유랑]

2026.07.17 16:02

정부 주택 공급 ‘2029년 착공’ 속도전에 화성·안산 등 12개 시·군 유치 경쟁
화성 화옹지구·시흥 폐염전 등 후보지 제시…“연 500억 세수·일자리 기대”
과천시장 “이전 절대 불가” 사수전…환경 훼손 및 사행성 논란 진통 예고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과천 서울경마공원 부지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기도 시·군들의 경마장 유치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 경쟁은 민선 9기 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경마장 이전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주문하며 경쟁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다. 지금까지 12개 시·군이 ‘3조원대 경제 효과’와 ‘지방세 확충’이란 달콤한 열매를 겨냥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세수 실효성 논란과 우범화 우려, 과천시의 격렬한 반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지난 2월 경기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경마공원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궐기 대회에서 시민과 마사회 직원 등이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1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과천 마사회 시설 유치 의사를 공식화한 도내 지자체는 화성, 이천, 안산, 시흥, 양평, 의정부 등 12곳에 달한다. 특히 화성·시흥시는 마사회를 방문해 구애에 나서는 등 적극적 행보를 띠고 있다. 앞선 지방선거 당시 경마장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단체장들도 있어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곳곳에서 유치 경쟁…‘수도권 주택정책’이 기름 부어
 
화성시는 서해안 간척지인 화옹지구 4공구(768만㎡)와 송산그린시티를 후보지로 제시한 뒤 2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미 서해안권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화옹지구를 전략 거점으로 한 화성국제테마파크, 서해안 황금해안길, 에코팜랜드, 말산업 인프라 등 핵심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송산그린시티와 함께 관광·해양·레저·산업이 결합한 체류형 복합 거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흥시 역시 갯골 폐염전과 호조벌 주변(1200만㎡)을 내세워 시민 1만5000명의 서명부를 마사회에 전달했다. 올해 2월 경마장 유치를 위해 전담추진단(TF)을 출범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과천 경마장의 경주. 한국마사회 제공
안산시는 풍부한 자연녹지를 내세워 마사회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경마장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최적 입지를 찾고 교통 인프라 확장과 제도적 검토를 병행하는 등 종합 전략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자연녹지지역을 중심으로 계획안을 마련해 마사회와 접촉하고 있다”며 “수익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양평군은 용문산 사격장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가세했다. 뛰어난 접근성,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개발 가능성, 대규모 부지 확보의 용이성 등을 주요 강점으로 제시했다. 현재 군부대 사격장으로 사용 중인 해당 부지에 경마장을 이전할 경우, 단순한 시설 이전을 넘어 친환경 생태·레저 복합지역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의정부시도 개발제한구역을 포함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35만평 이상 대규모 부지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거지역과 일정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입지가 핵심 조건이다.
 
경기도 이외 광역지자체의 시·군들도 경마장 이전에 눈독을 들이면서 향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에선 ‘뜨거운 감자’…현실성에선 아직 ‘물음표’
 
이들이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연간 수백억원의 레저세 확보와 3000여명 일자리 창출, 배후 도로망 조기 확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당 지자체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바일 베팅 대중화와 세법 개정 등으로 마사회를 통한 과천시의 세수 확보액은 과거 전성기(8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연평균 500억원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교통마비와 사행성 조장 등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무형의 비용을 고려하면 실리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거·교육 환경이 훼손된다며 주민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크다. 
과천 경마장 전경. 한국마사회 제공
일부 지역에선 벌써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은 “국가 지정 습지보호구역이자 멸종위기 철새 도래지인 화성습지 인근에 사행산업을 유치하는 건 퇴행적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전 당사자들의 저항도 공고하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경마장 이전은 절대 불가하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지방선거 과정에선 경마장 인프라와 연계한 세수 정상화 공약까지 내세운 터라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지방세만 과천시 연간 재정(약 4900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경마장 이전은 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마사회 노조 역시 충분한 대체 부지 확보와 천문학적 이전 비용 분담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는 어떤 논의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마사회는 정부와 구체적 조율이 끝나지 않아 대상지 공모 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수조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국가사업인 만큼 경마장 이전에 정부와 경기도, 시·군 간 손익 계산과 사회적 합의가 먼저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1월 수도권 주택 6만 가구 공급 대책에 과천 방첩사 용지(28만㎡)와 인근 경마공원(115만㎡) 이전안을 포함한 바 있다. 이전 부지에 새롭게 공동주택 98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다. 
 
과천은 이미 많은 택지개발로 도로·교통 등 각종 기반 시설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인데, 대규모 주택단지를 추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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