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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샀다 팔지 말고 갖고 계세요”…최태원이 본 하이닉스 주가

2026.07.17 10:51


"이런 종류의 주식 투자를 하려면 그냥 가만히 갖고 계십시오. 샀다 팔았다 하지 마시고요.
그게 자신의 재산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SK하이닉스 주가를 두고 한 말입니다.

최 회장은 주가가 다음 달에 오를지 내릴지는 자신도 모른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최근 주가 조정을 두고도 산업의 성장성이 꺾였다기보다 앞서 너무 빠르게 오른 기대를 현실에 맞추는 과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 회장의 발언은 특정 종목의 단기적인 등락을 예측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것이라기보다, AI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기억장치가 필요해진다는 산업 전망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최 회장은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와 진행한 '한국 경제의 AI 성장을 위한 아젠다' 특별 대담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미·중 AI 경쟁, 한국의 성장 전략, AI 시대의 교육과 인재상을 이야기했습니다.

■ "AI가 성장한다는 것은 기억이 많아진다는 것"

최 회장은 AI와 메모리의 관계를 사람의 성장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어린아이는 경험이 많지 않아 기억하는 것도 적지만, 성인이 되면 경험과 판단이 쌓입니다. AI도 성능이 높아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저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회장은 "AI가 성장하고 성숙한다는 것은 결국 기억을 많이 담고 있다는 뜻"이라며 "컴퓨터는 그 기억을 메모리칩에 저장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AI 컴퓨팅 시스템에서 필요한 기억 용량과 처리 성능이 2030년에는 지금보다 20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습니다. AI가 산수와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 소리, 감각 정보와 과거의 판단까지 활용하려면 메모리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오래 근무한 직원이 회사의 업무와 과거 경험을 잘 기억할수록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듯, AI 역시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많이 저장하고 활용하느냐가 성능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한국 경제의 AI 성장을 위한 아젠다’ 특별대담. (사진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 "너무 빨리 오른 주가,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배경에도 이 같은 메모리 수요 전망이 있다고 봤습니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고대역폭메모리, HBM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는 것과 관련해서는 "주가는 현상을 그대로 똑같이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대가 커지면 실제 산업의 변화보다 주가가 먼저 오를 수 있고, 너무 빠르게 상승한 뒤에는 현실에 맞춰 조정되는 과정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최 회장은 "다음 달에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른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우상향으로 간다"고도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AI가 사용하는 메모리 양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단기적인 주가 등락을 따라가 반복적으로 사고파는 것보다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접근하는 게 재산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도 조언했습니다.

■ 미국은 ‘최고 성능’, 중국은 ‘가장 싼 지능’

최 회장은 AI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단순한 기업 간 기술 경쟁을 넘어선 패권 경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AI가 산업뿐 아니라 국방과 국가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늦추려 하고, 중국은 미국의 통제를 피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겁니다.

두 나라의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가장 성능이 좋은 AI 모델과 서비스를 만드는 '품질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중국은 AI가 만들어내는 지능의 기본 단위인 '토큰'을 얼마나 싸게 생산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절대적인 AI 성능에서는 미국이 앞서 있지만, 중국이 생산하는 토큰의 비용은 미국보다 크게 낮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최고급 제품을 만든다면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 "한국, 미국도 중국도 아닌 시장 찾아야"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최 회장은 미국과 같은 막대한 자본을 들여 최고 성능 경쟁을 벌이기도 어렵고, 중국처럼 토큰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기도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대신 국내에 AI 인프라를 갖추고 그 위에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응용 서비스와 산업용 AI를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두는 틈새시장과 두 나라 사이에서 특정 기술을 선택하기 부담스러운 제3국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AI가 너무 강력해 다른 나라들이 기술 종속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모델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 회장은 "빠른 속도로 우리만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파는 것이 가장 좋은 상태"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전략도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서 '지능을 파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자체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모리와 데이터센터를 묶은 컴퓨팅 용량이나 AI 서비스까지 해외에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입니다.

■ 공장에 AI 심으면 '산업 지능'도 수출할 수 있어

대담에 참석한 권석준 교수도 앞으로 한국 경제의 핵심 상품은 '지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그동안 다른 나라보다 품질이 좋은 제조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며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기존 상품과 서비스만으로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기존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해 생산 방식과 운영 노하우 자체를 하나의 '산업 지능'으로 만들면, 제품뿐 아니라 공장을 움직이는 지능과 표준까지 수출할 수 있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제조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AI 시스템을 결합해 품질 관리와 공정 최적화 기술을 만들면, 이를 다른 국가의 공장에 판매하거나 산업 표준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권 교수는 이 같은 산업 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이를 가동할 전력과 송전망, 변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AI 산업의 가장 아래에는 결국 전기가 있고, 컴퓨팅과 에너지가 한국의 차세대 산업 전략을 떠받치는 두 축이라는 설명입니다.

■ "AI 쓸 때 단순히 생각을 외주화하면 안 돼"

최태원 회장은 AI 시대의 교육도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AI는 '네 살짜리 아이'처럼 아직 불완전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공부와 업무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AI를 많이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질문하고 답을 받는 데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 회장은 이를 '사고의 외주화'라 표현했습니다.

AI에게 묻는 기술만 익히고 자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사고 능력은 오히려 성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학교와 교육 시스템도 시험 점수를 잘 받는 학생을 만드는 데서 벗어나, 인간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점수를 잘 받는 사람이 똑똑한 인재라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 그걸 못 하면 학교가 도태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기업이 앞으로 요구하는 인재의 기준도 학벌과 시험 성적에서 문제 해결력과 사고 능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한국 경제의 AI 성장을 위한 아젠다’ 특별대담. (사진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 "대졸자 아닌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뽑을 수도"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채용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SK가 대학 졸업생만을 채용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고등학생이나 대학 재학생처럼 더 어린 인재를 선발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완성된 인재를 뽑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필요한 교육을 직접 제공하고 지원자가 어떤 사고 체계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지 함께 지켜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범용인공지능, AGI가 등장하면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의 업무 능력 차이도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식의 양만으로는 AI를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모두의 AI'가 세금도 낮출 수 있을까

최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의 핵심으로는 개인별 AI 에이전트를 꼽았습니다.

사람이 매번 AI를 찾아가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개인의 일상과 선택을 꾸준히 이해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형태입니다.

이런 개인별 데이터가 적절한 보호 아래 활용된다면 정부도 국민이 실제로 어떤 건강·돌봄·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는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정책이 제한된 통계와 가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 AI는 어떤 계층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해 필요한 자원을 맞춤형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 회장은 이 과정에서 복지와 사회문제 해결 비용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같은 문제를 더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세금 부담을 줄이고, 남은 재원을 성장과 국민의 삶에 다시 투자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기업 역시 같은 원리로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AI 에이전트가 이해하면 회사 전체의 업무 효율과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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