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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오디세이] 섬기는 리더십

2026.07.15 19:24

김정념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김정념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리더를 만난다. 한 나라의 대통령, 기업의 대표, 지역사회의 수많은 단체장들,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이들 그리고 종교지도자까지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성과와 효율, 경쟁과 속도를 앞세우는 리더십에 익숙해져 있다. 조직의 규모와 수는 늘어났지만 신뢰의 마음과 존경은 줄어들었다. 구성원은 함께 걸어가는 동료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되고 실수는 품고 함께 성장해야 할 과정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문제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능력보다 따뜻함을, 권위보다 진정성을, 화려한 말보다 삶으로 보여줄 수 있는 리더를 그리워한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보면서도 필자는 문득 리더의 자리에 있는 축구 감독에 대해 생각해 봤다. 훌륭한 감독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감독만이 명장일까. 결과만 놓고 본다면 분명 그렇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가 축구 강국을 상대로 감독과 선수들이 하나가 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였을 때,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끝까지 불태운 그들의 투혼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아시아 국가는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축구 철학과 팀의 색깔을 만들어 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지만 선수들은 아쉬움에 쉽게 경기장을 떠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고 감독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국민들 앞에 깊이 허리를 숙였다. 감독의 진심 어린 눈물과 사과는 패배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선수들과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팀을 끝까지 품으려는 리더의 책임감이었다. 많은 축구 팬들은 감독의 진심 앞에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리더의 직책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구성원을 대하는 리더의 마음과 태도를 따른다. 권위는 직책에서 주어지지만 존경은 삶에서 나온다. 축구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벤치에 앉아 경기 후 상대 감독과 악수하고 인터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승리는 선수들에게 돌리고 패배의 책임은 자신이 기꺼이 감당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의 명예보다 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감독 아래에서는 선수들은 서로를 위해, 하나의 팀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더라도 오히려 큰 박수와 감동을 선사한다.

필자가 믿고 따르는 가톨릭 교회의 리더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권력으로 사람을 다스리지 않으셨다. 사람 자체를 먼저 사랑하셨고, 가장 작은 이의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셨으며, 제자들에게 가장 높은 자가 되기 위해 가장 낮은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목자였으며 명령하는 주인이 아니라 섬기는 종이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쉽도 이와 같지 않을까. 바로 ‘섬기는 리더십’ 말이다.

축구 팬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향하고 있다. 차기 감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감독에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축구를 얼마나 잘 아는가’보다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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