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고난마저 유익으로 바꾸는 힘 있음을 깨달았죠”
2026.07.16 03:31
가수 이도진(38)씨는 호소력 짙은 보이스와 유쾌한 에너지로 무대를 사로잡는 ‘트로트계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아이돌 그룹 메인보컬 출신다운 완벽한 라이브 실력을 자랑하는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곡절이 있었다.
가난했던 성장기와 무명으로 산 10년, 조카의 장애 등이 그를 따라다닌 그늘이었다. 그랬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결국 신앙과 감사하는 삶이었다.
가수 V.O.S 박지헌 추천으로 최근 서울 해방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어려운 중에도 감사를 통해 다져진 지금의 일상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면서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범사에 감사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인천 남촌중앙감리교회(최신철 목사)에 출석한다. 최신철 목사는 그의 셋째 매형이다.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로 데뷔한 뒤 아이돌 그룹 ‘레드애플’로 앨범을 낼 때까지는 성공가도만 걸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 ‘미스터트롯’으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10년의 공백기, 무명의 시간을 걸었다. 미스터트롯은 잠자던 그의 재능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각종 무대에 서서 팬을 만나는 이씨는 지난 5월 홍대 K팝 스테이지에서 단독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지난 삶은 매 순간이 거친 자갈밭과도 같았다. 그런데도 그의 고백은 감사로 이어진다.
이씨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아버지는 그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억력을 잃는 병으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때부터 시작한 병구완이 고등학교 3학년 말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지독한 가난이 남았다.
세 명의 누나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가수가 꿈인 이씨를 위해 누나들은 1년 동안 매달 10만원씩, 30만원을 보컬 레슨비로 건넸다. 이 길의 끝에 슈퍼스타K가 있었다. 하지만 빨랐던 데뷔의 기쁨은 더 빠른 속도로 사라져버렸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무명의 시간이 시작됐어요. 그러던 중 2013년 조카 ‘선우’가 태어났어요. 지금은 14살이 된 선우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에 뇌병변 1급 등 중복 장애가 있었어요. 조카를 돌봤습니다. 누가 봐도 힘들 상황이지만 우리 가족은 선우를 통해 축복을 경험했습니다. 세상의 아픈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도 됐죠. ‘첫 감사’를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는 고난마저 유익으로 바꾸는 힘을 지녔더라고요.”
마음이 맞는 연예인 동료들과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지하트(GHeart·하나님의 마음)’를 결성해 홍대 거리에서 버스킹을 한 것도 조카 덕분이었다. 이를 통해 번 수익은 세브란스병원 어린이 병동에 기부했다. 2016년 첫 CCM 앨범인 ‘방향’을 발표한 것도 선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른 살이 돼 입대한 군대는 낯설고 외로웠다. 국방부 군악대로 입대했지만 단체 생활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님을 깊이 만났다. 그의 삶에 ‘두 번째 감사’의 순간이었다.
“군 복무를 하면서 깨달았던 게 있어요. 하나님이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단 사실이에요.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났던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리고 또 감사했죠. 그러던 중 ‘도진씨는 트로트가 좀 어울리는 것 같다’는 주변의 조언들을 곱씹게 됐습니다.”
제대를 앞두고 진로를 놓고 기도하던 이씨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사람은 트로트 전문 작곡가 윤준호씨였다. 윤씨는 가수 윤항기 목사의 아들이자 윤복희 권사의 조카였다. 윤씨의 손끝을 거친 ‘한방이야’로 2019년 활동을 시작했고 이를 발판 삼아 2020년 미스터트롯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감사가 삶의 변화로 이어진 셈이다.
제2의 데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던 2024년 목이 아파 병원에 갔다 ‘성대 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대로 활동은 중단했다. 그런 이씨는 무대를 유튜브로 옮겼다. ‘이도진의 찬양 라이브’ 채널을 열고 찬양을 통해 팬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그러면서 차츰 성대의 건강도 회복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 번째 감사를 체험했다.
“아마 계속 전국을 다니며 활동했으면 더 크게 건강을 잃었을 겁니다. 하나님이 주신 쉼의 시간은 선물이었죠. 지난해 11월에는 이성미 선배가 이끄는 연예인 성경 공부 모임 ‘더 바이블 미니스트리’ 회원 45명과 튀르키예 성지순례를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또 하나님이 내게 쉼을 선물하셨구나’ 생각하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귀국하자마자 발표한 찬양 앨범이 ‘나를 향한 주님의 사랑’이다. 첫 CCM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발표한 찬양이었다.
“최근 군 장병 1만명 앞에서 간증했는데 그때 트로트 가락에 복음을 담은 ‘트로트 찬양’을 발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감사하는 삶의 기쁨을 나누려는 큰 열망이 생기더라고요. 네 번째 감사를 향해 또 도전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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