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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과학] 코로나19 후유증 '브레인 포그' 원인 찾았다…KIT-화학연, 뇌 오렉신 시스템 이상 규명

2026.07.15 17:02


코로나19 감염 뒤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등 이른바 ‘브레인 포그(Brain Fog)’의 원인을 설명할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신원호 박사팀과 한국화학연구원(KRICT) 권영찬 박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상하부의 오렉신 시스템을 억제하고 대뇌피질 신경세포 기능을 장기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의 오렉신(Orexin)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신경세포 기능을 장기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롱 코비드(Long COVID) 신경학적 후유증의 새로운 발생 기전을 제시한 연구로, 향후 오렉신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열었다.

롱 코비드는 코로나19 감염 후 4주 이상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수면장애 등이 지속되는 후유증이다.

회복 환자의 10~3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증상이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연구들은 코로나19가 뇌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염증이 사라진 뒤에도 신경학적 증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특히 인플루엔자처럼 강한 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서는 브레인 포그가 흔하지 않아 코로나19만의 독특한 기전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사람의 코로나19 감염을 재현한 동물모델을 90일간 장기 추적했다.

분석 결과 감염 초기부터 시상하부에서 오렉신 유전자(Hcrt) 발현이 정상의 2% 미만으로 급감했다.

오렉신은 수면과 각성, 집중력,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오렉신 분비가 줄면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면증도 유발한다.

연구팀은 오렉신 감소와 함께 스트레스 조절과 수면 유지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도 동시에 억제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시상하부가 담당하는 신체 항상성 조절 체계가 코로나19 감염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연구팀은 성숙한 신경세포를 나타내는 대표 단백질인 뉴엔(NeuN)이 감염 후 감소한 상태로 90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세포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지만 위축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졌다.

이 결과는 브레인 포그 환자가 호소하는 사고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A(H1N1) 감염 모델에서도 같은 실험을 진행했지만 오렉신 감소와 NeuN 저하는 코로나19에서만 나타났고 인플루엔자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돼 특정 변이에 국한되지 않는 공통적인 신경병리 현상임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오렉신이 실제 신경세포 회복에도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다.

감염된 동물에 오렉신-A와 오렉신-B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양은 변하지 않았지만 감소했던 NeuN 단백질이 최대 1.8배 증가했다.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만든 신경세포에서도 NeuN 발현이 최대 2.8배 증가했다.

이는 오렉신이 바이러스를 제거하지 않고 손상된 신경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관여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백신의 새로운 보호 효과를 시사했다.

백신을 접종한 동물에서는 뇌 안의 바이러스 양이 감소하면서 오렉신 발현도 정상 수준에 가깝게 유지해 호흡기 감염 예방뿐 아니라 뇌 신경계 손상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K18-hACE2 코로나19 감염 마우스와 일반 마우스, 인플루엔자 감염 마우스 등 세 가지 동물모델을 활용했다.

또 뇌 전사체 분석(RNA 시퀀싱), 바이러스 RNA 정량 분석(RT-qPCR), 면역조직화학 염색, 사람 유래 신경세포 실험 등을 종합해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연구 과정에서 연구팀은 처음에는 신경 염증이 브레인 포그의 원인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뇌 전사체 분석에서 염증 관련 유전자들은 감염 초기에만 증가했다가 정상으로 회복된 반면, 오렉신 유전자만 장기간 크게 감소하는 독특한 패턴을 발견했다.

또 감염 후 60일과 90일이 지나도 NeuN이 감소한 모습을 반복 확인하면서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신경 손상을 확인했다.


신 박사는 “롱 코비드의 신경학적 후유증은 환자의 일상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발생 원인을 설명할 근거는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뇌 기능 변화 과정을 더욱 정밀하게 규명해 치료 표적을 발굴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화학연 윤건영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게재됐다.
(논문명: SARS-CoV-2 infection is associated with hypothalamic orexin suppression and persistent cortical NeuN attenuation)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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