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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50%가 모른다” 집에 수두룩한 ‘남은 약’, 전부 쓰레기통에?…이러다 큰일 난다 [지구, 뭐래?]

2026.07.15 19:41

쓰레기통에 남은 약이 버려져 있다.[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우리 집이랑 다를 게 없네”

여느 집에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약 뭉치. 남은 약이 아까워 모으다 보니, 복용 기한이 지난 줄도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별 봉지에 등 병원 처방약의 경우, 시간이 지나 다시 복용하기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모은 약 뭉치는 대부분 한꺼번에 버려진다.

문제는 남은 약을 버리는 방법. 의약품을 잘못 버릴 경우, 남은 성분이 땅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오염은 물론, 생태계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서울 종로5가에서 한 시민이 약국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리고 오염된 물이 다시 우리 몸으로 들어와 신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 지침 따라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실제 다수 시민들 또한 폐의약품을 ‘분리배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

심지어 의약품을 버려본 경험이 있는 이들 중 절반가량이 다른 쓰레기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남은 약을 변기에 흘려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남은 약.[독자 제공]


공익재단 환경재단이 지난 2025년 7월 시민 40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폐의약품 분리배출에 관한 인식·행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3.8%(3818명)는 남은 약, 즉 폐의약품을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리배출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1년 이내에 폐의약품을 버린 경험이 있는 응답자 2264명 중 48.4%는 폐의약품을 제대로 분리 배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폐기 방법은 ‘종량제 봉투’.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응답자가 약 32.9%에 달했다. 이밖에는 싱크대나 변기에 버렸다고 응답한 비율이 7%에 달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음료나 일반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처럼, 남은 약을 폐기하고 있었다는 것.

폐의약품 수거함.[서울특별시 제공]


남은 약을 싱크대나 변기에 버리는 행위가 위험한 이유는 하수처리시설에서 모든 의약물질이 완전히 제거되는 게 아니기 때문. 이렇게 땅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 의약품 성분은 수생생물과 토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먹는 물’에 대한 오염까지 유발한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부산대 연구진이 지난 2023년 9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70곳 정수장의 원수에서 30종, 정수처리를 거친 물에서 17종의 의약 성분이 검출된 바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또한 환경에 유입된 의약품 잔류물이 생물에 독성을 일으키거나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미생물 군집을 변화시키며 항생제 내성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일회용 주사기가 놓여있다. 윤창빈 기자


그중에서도 ‘항생제’ 성분이 환경에 지속해서 유입될 경우, 미생물이 낮은 농도의 항생제에 반복 노출되며 내성을 가진 균이 확산할 가능성도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환경으로 배출되는 항생제가 항생제 내성의 출현과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의약품은 정해진 방법대로 분리 배출한 뒤 전용 소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민들의 경우 전국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아파트 등에 비치된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에 남은 약을 버릴 수 있다. 각 지역 우체통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폐의약품 우체통 수거.[헤럴드DB]


특히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 반드시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약 종류에 따라서도 분리배출 방법이 달라진다. 조제약의 경우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일반 알약의 경우 종이 겉 포장은 제거하고, 낱알·가루는 내용물 포장지째로 버려야 한다. 물약 등은 뚜껑을 닫아 용기째로 수거함에 배출하는 게 원칙.

응답자들은 이같은 폐의약품 수거함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접근성 부족’이 꼽혔다. 생활폐기물로 의약품을 버린 응답자 중 30.9%는 ‘수거함 접근의 어려움’, 24%는 ‘수거함 위치 안내 미흡’ 등을 이유로 꼽았다.

서울 종로5가에서 한 시민이 약국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아울러 28.9%는 ‘정확한 배출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이라고 답했다. 실제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고 응답한 시민 중 일부는 지자체의 공식 안내에 따랐다고 답했다. 지역별로 다른 처리 지침이 적용되면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폐의약품 처리의 경우 지자체별로 공식 배출 방법과 수거 절차가 달라,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해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때 수거되지 않고 약국의 보관 부담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며 수거를 진행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 성남에 ‘창고형 약국’으로 문을 연 메가팩토리(MEGA PHACTORY). 최은지 기자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당연한 듯, 수거를 요청하는 고객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약국에 혜택을 제공해 수거 인프라를 늘리는 등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폐의약품 수거와 폐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체계화하고 명문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도 지자체장이 직접 폐의약품의 수거·폐기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단체·법인 또는 약국개설자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보건복지위원회 안상훈 의원은 “폐의약품이 하수구나 생활폐기물로 배출될 경우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면서 “가정 내 남은 의약품이 방치되거나 일반 쓰레기처럼 배출되지 않도록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안내 체계와 안정적인 관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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