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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항만 파괴돼도 美증원 전력·물자 신속 상륙…9년만의 한·미 해양양륙군수지원훈련

2026.07.15 21:08

15일 포항 도구해안에서 진행된 연합합동지속지원훈련(CJST)에서 해병대 K1A2 전차가 부유식 부교를 통해 해안으로 양륙하고 있다. 사진 한미연합사
15일 낮 12시 30분 경북 포항 도구해안. 미국 수송선이 바다 위 설치된 부교 끝에 7t 규모의 미 해병대 중형 전술 차량 MTVR를 2대를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육중한 MTVR이 부교에 닿자 해안가에 대기하던 미군 장병들이 신속하게 부교 상태와 위협 상황 여부를 점검한 후 수신호를 보냈다. 곧이어 MTVR기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부교를 건너 해안으로 차례차례 상륙했다. 약 500m 떨어진 한국군 부교에서도 장갑차·전투물자가 실린 컨테이너를 해안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는 이날 역대 최대 규모로 전개되고 있는 한·미 연합합동지속훈련(CJST)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CJST는 한반도 유사시 인원·장비·유류 등 물자를 원활하게 이송하는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한·미 군 당국의 야외기동훈련(FTX)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졌을 때 미 본토의 증원 전력과 보급을 염두에 둔 훈련이다.

올해 훈련에는 한·미 장병 4400여명, 함정·항공기 등 장비 600여대 등이 투입됐다.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훈련은 오는 16일까지 이어진다.

15일 포항 도구해안에서 진행된 연합합동지속지원훈련(CJST)에서 한미 해군이 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CJLOTS)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미연합사

도구해안에서는 CJST의 하위 훈련인 연합합동 해안양륙군수지원(CJLOTS) 훈련이 집중적으로 실시됐다. CJLOTS는 전시에 항만이 파괴된 경우를 가정해 해상에 부교, 부유식 접안시설 등을 만들어 물자를 수송하는 훈련이다. 양국 간 해양양륙군수지원훈련이 이뤄진 건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취재진에 공개된 건 미군 차량이 미측 부교를 통해 해안으로 상륙하는 모습이었지만 훈련 기간 한·미가 서로의 시설을 교차 활용했다는 게 연합사의 설명이다. 연합사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된 한국 해군의 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체계가 이번 CJLOTS에 최초로 투입했다”며 “미군 장갑차가 한국군 체계를 통해 해상에 상륙하거나 한국 물자를 미 수송선으로 옮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15일 포항 도구해안에서 진행된 연합합동지속지원훈련(CJST)에서 해상 수송자산을 통해 하역된 물자를 적재하고 있다.. 사진 한미연합사

같은 시각 탐지 레이더 등 장비가 설치된 해안에서는 유류 이송이 한창이었다. 해상에 떠 있는 유조선 내 유류를 해군의 해상 유류 지원정과 미군의 수송 체계를 통해 해안가의 저장 탱크로 이송하는 훈련이었다.

연합사는 이날 포항 해병대 1사단 훈련장에 마련된 전투근무지원지역(CSSA)도 취재진에 공개했다. 앞서 해상에서 육지로 옮겨진 물자를 일선 부대로 이송하기 전 배분을 담당하는 일종의 ‘중간 허브’다. CSSA로 모인 물자는 육로와 철도로 강원도 홍천에 있는 육군 7군단 지역분배소(ADC)로 이동한 뒤 전방 부대로 이송된다.

연합사는 CJST 기간 해안과 내륙에 한·미 대량 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연합·합동 의무훈련도 진행했는데 이날 CSSA 내 ‘상륙지원 병원’에서도 유사 훈련이 이뤄졌다. 복부에 출혈이 발생한 장병과 관련해 한국군 의사가 수술을 맡고 미국 측 의료진이 보조해 긴급 수술을 하는 방식이다. CSSA에서는 그물망 등 대드론 장비를 장착한 군수 차량이 여럿 눈에 띄었다. 최근 이란 전쟁 등을 거치면서 자폭 드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에 따른 대응책이라는 게 연합사의 설명이다.

15일 해병대 1사단에서 진행된 연합·합동 의무지원훈련(Dragon Lift)에서 한미 장병들이 연합 야전병원시설을 운용하여 환자를 응급 수술하고 있다. 사진 한미연합사
박진원 연합사 군수참모부장(육군 소장)은 “CJST로 지상·해상·공중을 통한 전 영역 지속지원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레더릭 크리스트 연합사 군수참모차장(미 육군소장)은 “CJST를 통해 한·미 동맹은 항구가 없는 해안을 통해 전투력을 전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처음으로 한국군 시스템을 통해 미군 함정의 화물을 하역함으로써 실질적인 상호운용성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표면상 이번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 체계 간 상호운용성 검증에 방점을 뒀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미 측의 구상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켈리 웨이 CJLOTS 합동기동부대 사령관(미 육군 대령)은 이날 ‘이번 훈련이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성격도 있는지’를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CJLOTS는 미군 지휘관뿐만 아니라 모든 합동군 지휘관들에게 고정된 항구 시설의 도움 없이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다”며 “이는 어느 지역, 어느 시기이든 이동의 유연성(flexibility to move)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군과 미군 간의 상호운용성은 억제력을 만들어낸다”며 “한·미가 함께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필요할 경우 언제든 함께 (작전을) 전개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도 했다.

이는 양국이 작전지역 내 어디서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내포한 발언으로 볼 여지가 있다. “주한미군이 역내 유사시에 대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부각해온 흐름의 연장 선상”(군 소식통)이라는 분석이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중·대러 관련 질문에 ‘어느 지역, 어느 시기이든 이동의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답변했다는 건 해당 훈련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미 해병대 제3해병군수단이 지난 8일(현지시간) “올해 CJST는 역내 평화와 안보의 초석으로서 한·미 동맹의 역할을 강화한다”며 이번 훈련의 목적을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았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주한미군 관계자는 “CJLOTS의 목적은 한·미가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라며 “이번 훈련은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침략을 억제하고 필요하면 싸워 이길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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