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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딛고 행동 나선 SBS 구성원들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

2026.07.15 16:54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조합원 행동의 날’ 180여 명 모여
‘애정→무기력→이탈’ 이어지는 구조, 원인 ‘리더, 경영진’ 지목
기술국 통폐합 해결책 마련, ‘강비서’ 출신 벗어난 인적 쇄신 강조
▲ 2026년 7월15일 정오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주최 '조합원 행동의 날' 현장. 사진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하반기 CEO 메시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생존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듣고 싶은 건 생존이 아닌 비전이다. 사장님은 직원들에게 '무엇을 벌었는가', '무엇을 줄였는가', 'AI를 활용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나는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 SBS는 앞으로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 (SBS 콘텐츠 마스터링팀 윤여황 조합원)

지난 2일 방문신 SBS 사장은 '하반기 CEO 메시지'에서 올해 하반기 최대 화두를 생존으로 규정했다.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JTBC 사태를 간접 언급한 방 사장은 AI 퍼스트, 수익으로 연결되는 실행, 선택받는 콘텐츠 등의 과제를 강조했다. 그러나 경쟁력 추락, 곧 생존과 직결된 이 문제에 대해 SBS 구성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려해왔다.

부서 통폐합으로 팀이 대폭 축소된 기술국, 지속적 보도 경쟁력 하락을 비판해 온 보도국 등 SBS 각 부서 구성원들은 장기간 경영진의 불통과 무능을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보도본부 기자 119명은 "SBS 뉴스는 볼 이유가 없다"는 자조적인 말과 함께 보도국 수뇌부의 리더십 실패를 규탄했다. SBS 기자협회도 지난 14일 현 보도국을 두고 "이미 언론이 아니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뒤 보도책임자들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  2026년 7월15일 정오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주최 '조합원 행동의 날'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이에 15일 정오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 SBS 구성원 180여 명이 모였다. 미래 비전을 제사하지 못하는 경영진·수뇌부를 규탄하고 구성원들의 목소리로 SBS를 바꾸자는 취지에서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마련한 이날 '조합원 행동의 날'엔 각기 다른 부서에서 온 조합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조합원들은 "뉴스 경쟁력 살려내라", "인적 쇄신 단행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나눠 들고 "우리가 바꾸자, 깨우자 SBS"라고 외쳤다.

먼저 발언에 나선 이대욱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SBS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김부장(SBS 금토드라마)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하지만 몰락하는 지상파 광고 시장의 현실을 봤을 때 김부장님도 역부족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는 진작에 미래 전략을 만들어냈어야 했다"며 "지금 SBS를 깨우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라고 말했다.

"애정에서 출발해 무기력 거쳐 이탈로 향해"
노조는 '행동의 날'을 앞두고 구성원들이 익명으로 사연을 올릴 수 있는 별도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수십여 개의 사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리더십'과 '무능'이다. 화강윤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다른 본부, 다른 직종에서 여러 사연을 보내주셨지만 애정에서 출발해 무기력을 거쳐 이탈로 향하는 비슷한 서사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절반 이상의 사연이 리더, 관리자, 경영진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 2026년 7월15일 정오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주최 '조합원 행동의 날' 현장. 발언에 나선 이대욱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 사진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구체적으로는 "열정과 꿈을 갖고 입사한 회사에서 그저 하나의 도구가 되어 일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SBS A&T 조합원), "SBS 역사상 지금처럼 구성원들을 깊은 무기력에 빠뜨린 지휘부가 또 있었나. 무능은 일상이 되었고, 책임 회피는 리더십의 기본값이 되었다"(제작본부 조합원), "감 없고 무능한 사장, 그 밑에서 아무것도 결정 안 해주는 본부장. 실무자들은 패배주의에 쩔어 있다"(비공개 조합원) 등의 사연이 올라왔다. 구성원들은 전문성과 사람에 대한 존중, 축소가 아닌 방향 제시, 책임 있는 리더십을 주요한 바람으로 꼽았다.

'행동의 날'에는 구성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5년차 SBS A&T 영상취재팀 윤형 조합원은 "지난 3년 간 여섯 명의 영상취재팀 선배가 정년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새롭게 충원된 인원은 두 명뿐이었다. 내년, 내후년에는 9명의 선배가 안식년에 들어가는데 인력 충원 계획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회사는 작년에 다른 팀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 두 명의 선배를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팀으로 전보시켰다. 각 직종의 특성과 전문성을 무시한 채 당장 부족한 인력 상황을 급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사측의 졸속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윤 조합원은 "회사는 더 적은 인원으로 편성표에 맞춰 콘텐츠를 찍어낼 인원이 필요한 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한 뒤 "회사는 전문가를 존중해달라. 우리 뉴스의 경쟁력을 찾게 최소한의 인력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 2026년 7월15일 정오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주최 '조합원 행동의 날'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11년차 보도국 기자 전형우 조합원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동료 기자가 SBS를 떠났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전 조합원은 "최근 몇 년간 보도국은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려 하는 사람일수록 더 답답한 마음을 품게되는 분위기였다. 뭘 해보려고 할 때마다 벽에 부딪히다가 결국 떠나는 게 보도국의 현실"이라며 "뉴스의 영향력과 기자의 취재력이 선순환하던 고리가 언제부턴가 끊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별 생각 없이 다니기엔 정년이 20년 정도 남았다. 그보다 훨씬 전에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도 모르겠다"며 "SBS와 보도국이 깨어나야 한다고 소리치는 데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14년차 제작본부 교양국 PD 오학준 조합원 역시 "제작비 압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새 프로그램을 만들 동력은 약해진다"며 "제작 역량을 축적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조직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지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비전은 잡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래 지속된 위기가 무기력과 체념을 낳고 이에 지친 인력은 튕겨져 나가거나 침묵하면서 자기 이익만을 챙기고 있다"며 "시청률이라는 지표 외에 다른 것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비전의 빈곤함이 우리의 방송, 저널리즘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2026년 7월15일 정오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주최 '조합원 행동의 날' 현장. 사진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또다시 '강비서' 출신 내려보내면, 대주주에게 직접 가서 싸울 것"
노조는 △기술국 통폐합을 주도한 경영본부장은 당장 해결책 마련을 시작할 것 △공정방송과 보도경쟁력을 처참히 망가뜨린 보도 책임자는 뉴스 경쟁력을 살려내고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 △서로 다른 전문 직종을 일방적으로 묶어 전문성을 뭉개버린 SBS A&T 책임자는 물러날 것 △사측은 얼어붙은 제작 환경 경쟁력을 되살릴 것 등을 촉구했다. 이대욱 본부장은 구성원들을 향해 "SBS의 경쟁력을 좀먹는 모든 상황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SBS를 살리는 데 기술, 제작, 보도, 경영 등 직군은 따로 없다. 회사가 답하지 않는다면 다시 연대의 힘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강비서' 출신에서 벗어난 인적 쇄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강비서'란 SBS가 윤세영 회장의 고향인 '강원도', 회장 '비서실', '서울대' 출신 인사를 주요 요직에 기용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반영된 단어다. 이 본부장은 "회사가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변화의 방식이 잘못됐다면, 또다시 무능력한 '강비서' 출신을 내려 보내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면 노조는 대주주가 있는 여의도로 직접 가서 싸울 것"이라고 외쳤다.

▲  2026년 7월15일 정오 서울 목동 SBS 사옥 로비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주최 '조합원 행동의 날'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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