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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정권은 5년, 연금은 30년

2026.07.15 18:48

최두선 증권부 차장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은 '시장 활성화'라는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시장의 투자 기회와 자금 유입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이다.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국내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형에 과도하게 쏠려 있고, 자본시장도 성장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시장 영향을 이유로 장기 자산배분 기준까지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시장을 예측해 투자하는 기관이 아니다. 미리 정한 목표 비중과 허용범위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고, 가격 변동으로 비중이 벗어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이른바 리밸런싱이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연기금 운용의 기본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원칙에 예외가 생겼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다. 공식적으로는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 장기 수익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이 생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한 장기 투자자인가, 아니면 시장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책 수단인가. 시장 영향을 고려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연금의 자산배분 기준이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시작한다면 장기 운용 원칙과 단기 시장 안정 사이의 경계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의 전제로 '합리적인 위험통제 아래 적정한 수익 확보'를 제시한다. 즉 투자 대상을 넓히는 것보다 먼저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탁자 책임과 감독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사례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국내 자산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해외 자산에만 투자한다. 국가경제와 연금기금의 위험을 분리하고 투자 대상을 전 세계로 분산하기 위해서다. 미국도 401(k)의 투자 범위를 넓히면서 가장 먼저 손본 것은 투자상품이 아니라 수탁자의 책임이었다.

국민연금은 증시를 떠받치는 기금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기금이다. 시장을 위해 연금의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 연금은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 정책 수단이 된다. 정권은 5년이다. 그러나 연금은 30년, 길게는 40년을 책임진다. 그래서 연금의 원칙은 어느 정부보다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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