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악역도 감당하겠다"... 예산 구조조정, 추가세수는 미래대응
2026.07.15 16:51
| ▲ 박홍근 기획처 장관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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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전략이 가리키는 나침반을 따라 적극재정으로 길을 열겠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재정 운용 방향이다. 광복 100주년인 2045년을 내다보는 국가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정부 정책과 예산 순위를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2045 국가발전전략 수립과 함께, 재량지출 15%,의무지출 10% 수준의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재정을 집중 투입하고,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추가 세수는 별도의 기금으로 적립한다.
박 장관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든든한 재정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면서 "중장기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전략적 재원 배분과 수요자 중심의 재정 운용을 통해 국가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기획처가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보면, 정부 재정운용의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미래 성장동력과 청년·지방에는 투자를 늘리고,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기존 사업은 줄이는 것이다.
"추격 국가 넘어 세계 질서 만드는 설계 국가로"
정부는 먼저 광복 100주년인 2045년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을 담은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한다. 선진국의 산업과 제도를 뒤따르는 '추격형 국가'를 넘어 세계 질서와 규칙을 만드는 '설계 국가(rule-setter)'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박 장관은 그동안 국가 미래전략과 재정 운용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움직였다고 진단했다. 새 전략은 일회성 구호에 머물지 않고 범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와 자원배분 기준으로 활용한다. 전략에 포함된 정책과제는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매년 편성되는 정부 예산안에 반영한다.
박 장관은 "국가의 중장기 전략이 나침반이라면 재정은 실제 길을 내는 수단"이라며, 미래전략과 예산을 직접 연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획처는 노동·교육·연금 등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담은 가칭 '대한민국 대개조 10대 핵심과제'도 마련한다.
정부가 우선 대응할 구조적 위기는 AI 대전환과 양극화, 지방 소멸, 인구구조 변화, 기후 위기 등 다섯 가지다. 제조·돌봄·국방 분야에서 피지컬 AI 대규모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격차에도 재정으로 대응한다. 지방은 '5극 3특'을 중심으로 권역별 성장거점을 육성한다. 중장년층과 외국인의 지방 이주·정착을 지원하고,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은 학교를 돌봄 시설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집중 투자 대상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다. 정부는 산업단지 조성과 용수·전력·물류 등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기반 시설에 재정을 투입한다. 바이오와 미래 모빌리티, 원전·조선, K-방산 등 '포스트 반도체' 산업도 지원한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사회 통합 돌봄도 대규모 재정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반도체 추가 세수, 청년·지방에 쓴다
|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부처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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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힐 경우에는 이를 곧바로 단기 지출에 쓰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한다. 기금은 청년세대와 미래 성장동력, 지방, 인재 양성에 투자할 예정이다.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업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은 감축하거나 폐지한다. 재량 지출은 15%를 줄인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중소기업 지원사업과 정보화 사업, 정책금융·펀드 가운데 비슷한 사업은 통폐합한다. 소액을 여러 곳에 나눠주는 이른바 '뿌려주기 식' 사업과 불필요한 행사·홍보비, 관행적인 정책 연구비도 줄인다.
박 장관은 앞서 지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누군가는 현재 갖고 있는 것을 내놔야 가능한 일"이라며 "조정해야 하는 입장은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악역이라고 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나라를 생각하며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특히 지출 구조조정을 재정 당국과 각 부처 사이의 예산 다툼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책 수혜자와 국민이 함께 필요성을 따져보는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실제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에 따라 자동으로 지출되는 의무 지출도 제도 개편을 통해 10%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경제성장률과 학생 수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손질한다. 확보한 재원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유아교육에 다시 투자한다.
기초연금은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하후상박' 방식의 개편을 검토한다. 고용보험 구직급여는 무급 휴일 지급을 제외해 현행 주 7일 지급 기준을 6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건강보험은 올해부터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되고, 현재 30조 원 수준인 누적 적립금이 2033년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다. 대신 지역·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은 강화한다.
박 장관은 이 같은 구조조정이 단순히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작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존 지출을 줄여 확보한 돈을 성장잠재력과 사회안전망에 다시 투입하는 재정의 체질 개선이라는 것이다.
지방에 대한 재정 우대도 확대한다. 올해 아동수당과 노인 일자리,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등 7개 사업에 시범 적용한 지방우대 원칙을 내년 예산부터 본격 확대한다. 수도권과의 거리, 지역발전 수준, 인구 소멸 정도를 고려해 지원금을 늘리거나 지방정부의 부담을 낮추고, 사업 물량과 국고 지원 비율도 높이는 방식이다.
전남·광주 행정 통합에는 연간 최대 5조 원, 4년 동안 최대 20조 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통합 지방정부가 일자리와 전략산업, 교통·교육 사업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과 사무도 함께 넘길 예정이다. 기획처는 이와 함께 예산 집행률을 부처가 산하기관에 돈을 내려보낸 시점이 아니라 최종 수혜자에게 실제 전달된 시점을 기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국민 행복을 최우선에 두고 국민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며 생애주기별 재정지원을 점검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공정한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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